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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 낯선 사람들의 합주: 타인과 함께 있는 고독

카페의 심리학

by 콩코드


카페는 참 신기한 공간이다.

우리는 모두 혼자 오지만, 함께 있는 듯한 착각 속에 앉는다. 가까이 앉은 누군가의 키보드 소리, 종이 넘기는 감촉, 전혀 모르는 사람의 웃음소리마저 묘하게 따뜻하다.


여기는 공공의 거실 같다.

누구도 말을 걸지 않지만, 존재만으로 서로를 조금은 위로한다. 혼자 있는 사람들끼리 조용히 어울리는 시간.

어쩌면 우리가 가장 인간답게 보이는 순간이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창가 자리에 앉으면 늘 그런 풍경이 펼쳐진다.

이어폰을 낀 채 영화를 보는 사람, 무언가에 열중한 듯한 표정의 디자이너, 스무 살쯤 되어 보이는 커플이 아무 말 없이 핸드폰을 바라보는 모습.


저마다의 고요가 겹치면서,

이 공간은 마치 작은 오케스트라 같다.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리듬은 분명히 있다.


누군가는 커피 한 잔으로 감정을 식히고,

누군가는 그 잔 위에 생각을 데운다. 가끔은 나도 그중 한 명이다. 사람들을 관찰하며 그들의 표정을 따라 상상을 뻗는다.


저 사람은 오늘 어떤 하루였을까.

왜 저리도 창밖만 바라보는 걸까.


왜 이제 막 커피를 시켰는데 한 모금도 안 마시고 자리를 뜨는 걸까.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알아채고, 느끼고, 때론 닮는다. 카페에 있을 땐 고독조차도 조금은 덜 외롭다. 타인의 고요가 내 고요를 안아주는 순간, 우리는 혼자가 아닌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사람들은 바쁜 와중에도 굳이 카페에 온다. 누구를 만나지 않아도,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앉아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세상에 아직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기 위해.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며, 글을 쓴다.

내가 고독하다는 사실을 자각하면서도 그 고독이 이렇게나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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