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심리학 — 변심의 일상, 떠도는 마음

by 안녕 콩코드


인터넷 쇼핑 중독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사기만 하고 입지 않는 옷, 주문하자마자 반품하는 과일들, 오늘의 나와 어울릴 것 같아 결제했지만 내일의 나는 그 물건이 낯설다. 마음은 쉽게 바뀌고, 클릭은 가볍다. 우리는 지금 ‘변심의 시대’를 살고 있다.


소비는 더 이상 필요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정체성의 표현이자, 감정의 즉흥적인 흐름에 기대는 충동이다. 우리는 물건을 사는 동시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을 사들인다. ‘이걸 입으면 조금 더 단정해질까?’, ‘이 커피머신이 있으면 아침이 달라질까?’ 우리는 그렇게 미래의 나를 상상하고, 그 상상을 소비한다.


장 보드리야르는 『소비의 사회』에서 소비를 ‘기호의 소비’라 말했다. 사람들은 물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말해주는 메시지를 산다. 한 벌의 코트는 따뜻함이 아니라 도시적 세련됨을, 한 잔의 커피는 각성이 아니라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나타낸다. 그렇게 물건은 삶을 살아가는 도구가 아니라, 삶을 상징하는 기호가 된다.


설혜심은 『소비의 역사』에서 근대 소비문화를 ‘자기 정체성을 구성하는 행위’로 설명한다. 예전에는 생존을 위한 구매였다면, 오늘날의 소비는 ‘어떤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가’에 관한 선언이다. 소비는 개인의 일기장이 되었고, 장바구니는 그 마음의 기록이다.


그러나 반복되는 구매와 반품,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뺐다를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조차 불확실해진다. 무엇을 원했는지, 왜 사고 싶었는지, 무엇이 나에게 어울리는지조차 모호해진다. 자본주의는 이런 유동적인 마음을 지체 없이 포착하고, 더 빠르고 더 즉각적인 구매 시스템으로 되받는다.


문제는 그리하여 소비자가 더 이상 ‘선택하는 주체’가 아니라 ‘유동하는 감정’을 따라가는 존재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선택은 가볍고, 결정은 번복 가능하며, 책임은 거의 없다. ‘사지 않은 물건의 기억’만이 머릿속에 남는다.


그리고 우리는 자꾸만 산다. 산다는 건 때론 존재를 확인받는 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소비는 자기를 증명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가장 손쉬운 방식이다. 오늘도 우리는 어떤 기분을 클릭하고, 어떤 감정을 결제한다.


그리고 내일, 다시 변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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