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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 거품 너머의 삶을 위하여

by 콩코드


맥주 없인 못 산다는 다소 유쾌한 고백으로 이 이야기를 열었지만, 글을 덮는 지금 돌아보면, 우리는 단순히 한 잔의 음료를 이야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맥주 한 잔은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이어온 농업과 발효의 지혜, 풍요와 기근을 견뎌낸 역사, 그리고 축제와 위로가 쌓여 이룬 작은 우주였습니다.


수메르의 신전에서 길들여진 보리와 효모는 나일 강변을 거쳐 로마의 선술집으로, 다시 중세 수도원의 조용한 양조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양조법은 전쟁과 평화를 타고 국경을 넘어 전파되었고, 잔을 부딪치는 문화는 인간 관계의 가장 오래된 의식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수확을 기뻐하며 맥주를 나눴고, 전쟁터에 나가기 전 두려움을 달래며 맥주를 마셨으며,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을 슬퍼하며 잔을 부딪쳤습니다. 때로는 말없이 잔을 비웠고, 때로는 목청껏 노래를 불렀습니다. 거품이 일렁이는 그 짧은 순간들 속에는, 무너질 듯 흔들리는 인간의 삶을 지탱해 준 다정한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우리가 맥주를 사랑하는 이유는 단순히 그 맛이나 향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맥주 한 잔에 녹아든 이야기들 때문입니다. 땀 흘린 노동자들의 기쁨, 기나긴 겨울을 견딘 이들의 인내, 고된 항해를 마친 선원들의 환희, 그리고 불확실한 내일을 건너야 하는 모두의 조심스러운 희망이, 거품 속에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맥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닙니다.

그것은 살아 있다는 것, 함께 있다는 것, 서로의 존재를 작은 웃음과 눈빛으로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해도, 서로를 향해 조용히 잔을 들어 올리는 그 순간만큼은 변함없이 아름답습니다.


이제 이 이야기를 마치며, 한 가지 작은 바람을 담아봅니다.

언제 어디서건 한 잔의 맥주를 들이켜게 될 때, 그 속에 담긴 수천 년의 시간과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함께 떠올려주기를. 그리고 잔을 부딪칠 때, 거품 너머에서 들려오는 오래된 목소리에 조용히 귀 기울여주기를.


맥주는 우리를 취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삶을 견디고 나아가게 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거품 너머에 깃든 삶을 위하여, 오늘도 건배!

그리고 내일도, 건배.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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