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편 술이(述而) 제35장
공자가 말했다. “사치하면 겸손하지 않고, 검소하면 고루하다. 겸손하지 않는 것보단 차라리 고루한 것이 낫다.”
子曰: “奢則不孫, 儉則固. 與其不孫也, 寧固.”
자왈 사즉불손 검즉고 여기불손야 영고
주위를 둘러보세요. 사치품을 굳이 ‘명품’으로 포장하길 좋아하는 사람의 특징이 뭔가요? 남보다 돋보이는 걸 좋아하되 귀가 얇다는 겁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엄청 신경 쓰는 사람이라는 거죠. 이런 부류의 사람이 맘껏 사치를 부릴 수 있게 되면 자랑 못해 안달이 납니다. 원만한 성격이 아니라면 잘난 척한다고 오해받기 딱입니다. 줏대 없이 교만하다는 평판을 듣기 십상입니다.
반대로 검소한 사람은 자기 확신이 뚜렷한 경우가 많습니다. 주변에서 뭐라 하든 자신의 신념이 중요합니다. 줏대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고집이 세다는 말을 듣기 쉽습니다. 특히 미학적 안목 없이 검소하기만 하면 고리타분한 사람이 되기 십상입니다. 근검절약으로 자수성가했다고 믿는 사람 중에 취향이 별로인 사람이 많은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자신의 스타일만 고집하는 바람에 유연함이 부족해 안목이 트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검소한 것을 사치한 것보다 우위에 두긴 했지만 그 양자의 문제를 모두 꿰뚫는 혜안이 돋보입니다. ‘공자의 패션 감각’(10편 향당 제4장)에서 봤듯이 공자는 사시사철 단벌 신사가 아니었습니다. 때와 장소에 맞춰 옷을 임을 줄 알았고 필요할 땐 돈도 쓸 줄 아는 멋쟁이였습니다. 미적 감각이 남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공자가 추구한 것은 검소함이나 사치함이 아니라 세련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자가 추구한 세련됨은 질박한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란함이나 화려함을 배격하되 재료나 바탕의 매력을 최대한 살려내며 그와 조화를 이루는 배색이나 핀 포인트 되는 장신구로 무심한 듯하면서도 세련된 멋을 추구했기 때문입니다. 평소엔 예에 부합하되 실용성이 강조된 검소한 옷을 입지만 필요할 경우에 대비해 염소 모피(검정), 사슴 모피(흰색), 여우 모피(황색)로 깔 맞춤 의상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쓸 줄 알았습니다.
이는 공자가 강조한 중용의 지혜와 연결됩니다. 중용은 단순한 가운데를 지키는 중도가 아니라 말씀드렸습니다. 단순히 검소와 사치의 어중간한 절충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론 검소하되 때와 장소에 따라 세련됨을 과시할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겸손하면서도 고루하지 않은 미의식의 다른 표현이 질박한 세련됨 아닐까요?
*위의 그림은 질박한 세련됨을 담은 수화 김환기 화백이 그린 달항아리 연작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