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적 기쁨과 정치적 통합

7편 술이(述而) 제31장

by 펭소아

공자는 사람들과 함께 노래 부를 때 잘 부르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다시 부르게 한 뒤 화음을 넣어 화답했다.


子與人歌而善, 必使反之, 而後和之.

자여인가이선 필사반지 이후화지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공자의 소소한 도락을 소개한 글이라고 치부할 법합니다. 공자가 진짜 음악을 좋아하긴 좋아했구나 하면서요. 하지만 고전 텍스트에 기록된 내용은 해석을 통해 더 풍성해지는 법. 우리는 이 단순한 문장에서도 심층적 의미를 길러낼 필요가 있습니다.


이 텍스트는 공자가 중시한 예악(禮樂)에서 악(樂)의 역할을 보여줍니다. 예가 질서를 담당한다면 악은 조화를 끌어냅니다. 음악으로 사람들이 화합해 하나 됨을 경험하고 음악으로 서로의 재주를 뽐낼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공자가 함께 노래를 부르다 잘 부르는 사람을 발견하면 그 대목을 다시 부르게 하고 화답하듯 화음을 넣어 따라 부른 것은 실생활에서 이를 실천에 옮겼음을 보여줍니다. 미학적 기쁨을 정치적 통합으로 승화시키는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은 것입니다. 공자의 제자 중에서 이 전통을 계승한 사람은 자신이 다스리던 고을의 백성에게 음악 연주를 가르친 남방공자 자유였습니다. 다른 제자에선 이를 잘 찾아볼 수 없는데 공자를 영웅시한 맹자와 주자에서도 발견하기 힘든 면모입니다.


이는 비단 음악의 영역에서만 머무를 일이 아닙니다. 어느 분야에서나 재능이 반짝이는 사람이 있다면 신분고하나 학력에 상관없이 그를 발탁해 그 재능이 꽃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은 공동체가 해야 할 역할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좋은 귀와 눈이 필요하니 재능을 알아보는 안목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 그 재주 연마보다 인덕 수양을 앞세우는 우를 범해선 안 됩니다. 인덕을 수양하는 것은 평생 동안 해야 할 일이지 한창 재능이 꽃필 젊은 날에 집중할 일이 아닙니다.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며 인덕을 앞세우는 것은 그 재주를 시기, 질투하는 졸장부나 하는 짓입니다. 반대로 아무런 조건 없이 재능이 꽃피도록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그리하여 그의 재능이 만개하게 되면 다시 아무런 조건 없이 재주 있는 사람을 발탁해 도와주고 기다려주는 선순환이 발생합니다. 반대로 공동체의 질시와 견제를 견디며 고군분투로 재능을 꽃피운 사람은 베푸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에 자신의 재능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그 결과 재주가 없는 사람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자리만 탐내는 비극이 발생하게 됩니다. 미학적 기쁨을 정치적 통합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선 공자가 일상에서 실천했던 삿됨이 없는 마음, 곧 ‘사무사(思無邪)’의 정신이 중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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