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학의 4가지 키워드

7편 술이(述而) 제24장

by 펭소아

공자는 네 가지를 가르쳤다. 글의 힘(文), 배운 것의 실천(行), 자신에게 충실함(忠), 타인에 대한 믿음(信)이다.


子以四敎. 文, 行, 忠, 信.

자이사교 문 행 충 신



공자의 가르침이 4가지 키워드 집약된다는 설명입니다. 첫째 문(文)은 문학이나 학문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武)의 대척점에 선 문덕(文德)을 말합니다. 백성을 무력이나 완력이 아니라 글의 힘으로 설복하고 다스리는 것입니다. 글을 읽고 깨달은 바를 다른 사람을 위해 베풀어 빛을 발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글의 힘이라고 번역해봤습니다.


둘째 행(行)은 그렇게 글을 읽고 배운 것을 입으로만 떠들지 말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말합니다. 공자 왈, 맹자 왈 하면서 공리공론에만 빠지지 말고 지행일치와 언행일치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배운 것의 실천으로 풀어봤습니다.


셋째 충(忠)과 넷째 신(信)은 짝지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충은 단순한 충실함이 아니라 자기 지산에게 거짓됨 없는 충실함을 뜻합니다. ‘대학’과 ‘중용’에 등장하는 신독(愼獨), 곧 타인의 시선과 상관없이 자신의 양심에 비췄을 때 부끄러움이 없는 것을 말합니다. 신은 그냥 믿음이 아니라 타인과 관계에서의 믿음입니다. 타인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는 것과 믿음을 준 타인을 끝까지 믿어주는 것입니다.


자여(증자)는 공자의 도를 충서(忠恕)로 요약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에겐 충실하고 타인에겐 너그럽다는 뜻입니다. 하나는 나에게 다른 하나는 남에게 적용하는 것이니 이 장에서의 충신(忠信)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자의 가르침으로 구성된 군자학은 수제의 덕과 치평의 도를 아우르는 어진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전자가 수기(修己)요, 후자가 치인(治人)입니다. 충신이나 충서는 수제 또는 수기의 덕에 해당합니다. 그럼 문행을 과연 치평 또는 치인의 도라 말할 수 있을까요?


군자학에서 치평의 도는 문덕과 예악(禮樂)으로 구성됩니다. 이에 입각하면 문행의 문을 문덕의 정치를 터득하는 것으로 새긴다면 행은 예악의 정치를 실현하는 것으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문의 내용이 예악이므로 행을 예악의 실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문행은 치평학, 충신은 수제학의 핵심 가르침이라는 구분이 가능해집니다.


행은 두 갈래의 해석이 모두 가능합니다. 배운 것의 실천으로 풀면 수제학(윤리학)의 테마가 되고 예악정치의 실천으로 풀면 치평학(정치학)의 테마가 됩니다. 고전 텍스트를 새롭게 해석할 때는 뺄셈과 나눗셈의 사유보다는 덧셈과 곱셈의 사유를 적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윤리학과 정치학은 그 범주가 뚜렷이 구분되지만 고대에는 그 경계가 모호했습니다. 따라서 공자가 행을 말할 때에도 그 둘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제시했다고 풀어내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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