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그늘

7편 술이(述而) 제23장

by 펭소아

공자가 말했다. “너희는 내가 숨기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나는 너희에게 숨기는 것이 없다. 내가 너희와 함께 하지 않은 일이 없나니, 나 공구의 본모습이다.”


子曰: “二三子以我爲隱乎? 吾無隱乎爾. 吾無行而不與二三子者, 是丘也.”

자왈 이삼자이아위은호 오무은호이 오무행이불여이삼자자 시구야



아마도 공자 제자 중 일부에서 공자를 쫓아가기에 너무 벅차다고 느낀 나머지 스승만 아는 특별한 공부법이 있을 것이란 말이 돌았나 봅니다. 공자가 자신을 능가한다 평했던 안연조차 “우러러볼수록 더욱 높고, 파고들수록 더욱 단단하다…이미 내 재주는 다하였건만 우뚝하니 서계신 곳을 좇으려 해도 따를 수가 없다”(9편 자한 제11장) 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하지만 학문에는 왕도가 없는 법(There is no royal road to learning). 제자들이 공자를 따라가기 힘든 것은 공자에게 무슨 비법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학이시습(學而時習)과 과거에 배운 것을 새롭게 풀어내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부단히 계속해 나가기에 제자들이 쫓아갈 수 없는 것입니다. 안연이 아무리 똑똑해도 앞서 가는 공자가 멈추지 않는 한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는 이치와 같습니다.


숨기는 게 없다고 공자가 되풀이해 강조한 것은 바로 그 점을 제자들이 깨닫기를 바란 것입니다. 거기엔 다음과 같은 뜻이 함축돼 있습니다. ‘너희도 보다시피 너희가 공부할 때 나도 공부하지 않느냐? 너희는 내가 가르친 것만 배우기 급급하지만 난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새롭게 공부한다. 그러니 너희가 나를 따라오기 힘든 것이다. 너희도 나처럼 스스로 호기심을 갖고 새로운 것을 계속 배우다보면 언젠가 나와 같은 경지에 이를 수 있다.’


공자의 제자 중에 안연 말고 이를 깨달은 이가 얼마나 될까요? 유가의 제자들은 몰라도 훗날 제자백가로 불린 이들의 시조가 되는 이들은 이를 깨달았음이 분명합니다. 공자가 개척한 유가의 노선을 걷는 한 결코 공자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았기에 법가, 도가, 묵가, 병가, 종횡가, 음양가 등을 주창하고 나선 이유입니다. 허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 사상의 단초가 대부분 공자의 사유에서 출발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자의 가르침을 유가가 아닌 군자학으로 새롭게 규정하면 그 대부분의 사상을 아우를 수 있게 됩니다. 제자백가의 시원으로서 공자의 진면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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