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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우민일기

윤석열의 기막힌 공로

-2025년 1월 18일(구름 살짝 끼고 추)

by 펭소아

“지금까지 이런 계엄은 없었습니다…이 계엄은 아시겠지만 평화적 계엄이었습니다...모든 국민들이 계엄이라고 그러면 총 쏘고 탱크도 밀려오고 학교도 못 가고 뭐 이런 상황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겁을 먹었는데 아마 앞으로 계엄이 선포되면 국민들이 ‘아, 이거 아무 것도 아니구나’ 생각이 들 겁니다, 아마.”


윤석열 측 변호인단의 한 명인 배진한 변호사의 변론의 일부다. 이를 듣던 우민은 정말 기가 막혔다. '평화적 계엄'이라는 게 법적이나 논리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차라리 ‘꽃다운 전쟁’, ‘민주적 독재’, ‘사랑스러운 강간’이라는 표현이 가능하다고 우기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앞으로 계엄이 선포됐는데 국민이 ‘아무 것도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면 그걸 어떻게 계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래서 언제든 계엄을 선포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대한민국 헌법재판소가 저렇게 아무 말 대찬지를 열어도 되는 곳이란 말인가?


‘윤석열의 난’이 불러온 긍정적 효과가 있다. 대통령도 법 앞의 평등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학습효과다. 또 하나 있다면 우리나라 법조인들의 수준이 얼마나 저열한지가 만천하에 폭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뇌가 썩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윤석열부터가 서울대 법대 나온 검찰총장 출신 아니던가? 대법관 출신이라면서 윤석열의 부정선거론과 민주당의 헌정질서 유린론을 앵무새처럼 되뇌는 조대현도 서울대 법대를 나왔고, 배진한과 석동현은 아예 윤석열의 서울대 법대 동기다. 서울대 법대뿐이 아니다. 정형식 재판관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도 못하고 버벅대는 배보윤은 고려대 법대, 방송과 통신의 문외한임에도 장관급인 방송통신위원장 시켜줬다고 감읍해 변론에 나선 김홍일은 충남대 법대 출신, 극우 유튜버나 떠들어댈 법한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옮기기 바쁜 윤갑근은 성균관대 법대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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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변호진뿐 아니다.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지키기 위해 아무 말 대잔치를 펼치는 권영세와 나경원(조국과 원희룡의 동기)도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어물전 망신을 도맡고 있는 망둥어인 권성동은 중앙대 법대 출신이다.


우민은 박그네 탄핵 당시 변론을 맡았던 김평우(소설가 김동리의 아들)를 보면서 어떻게 저런 지적 능력을 지닌 사람이 변협회장을 지냈는지 의아하기만 했다. 하지만 윤석열 탄핵 재판을 보면서 소위 법조인이란 사람들 자체가 특권의식에 쩔어 비상식적 사고밖에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윤리 감각이 둔감해지면 논리적 사고도 못하게 된다’는 말이 대다수 법조인에게 고스란히 적용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 것이다.


법조인이라면서 법치주의의 핵심인 이소노미아(isonomia)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이소노미아는 고대 헬라어로 ‘같은’을 뜻하는 ‘이소스(isos)’와 법을 뜻하는 ‘노모스’의 합성어로 ‘법 앞의 평등’을 뜻한다. 가장 힘있는 자와 가장 힘없는 자가 법 앞에선 동등한 대접을 받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남파간첩이든 대통령이든 법 앞에서는 평등한 존재다.


그걸 달달 외우기만 했지 체득하지 못해 대통령은 웬만한 법을 뛰어넘는 ‘특별한 존재’라고 착각하고 있다. 또 자신들이 사시에 합격한 예외적 존재이기에 ‘변론을 위한 변론’을 위해 아무 말이나 떠들어대도 묵직하게 받아 줄 것이라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닐까? 차라리 저들의 실무를 담당하는 법무사들이 더 윤리적이고 그래서 더 논리적이지 않을까? 결국 법조인이란 법적 절차의 관리자에 불과하기에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선출직 공무원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우민은 다시금 실감하고 있다.




#우민은 '어리석은 백성(愚民)'이자 '근심하는 백성(憂民)'인 동시에 '또 하나의 백성(又民)'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제 자신에게 붙인 별호입니다. 우민일기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 가까운 '맨스플레인'에서 벗어나보자는 생각에 제 자신을 3인칭으로 객관화하려는 글쓰기 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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