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우민일기

빌런의 등급

​2025년 7월 18일(간간히 비 내리고 흐림)

by 펭소아

멀쩡해 보이던 사람이 알고 보니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빌런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많은 요즘 우민은 ‘빌런의 조건’을 생각해 본다. 빌런은 악당을 뜻하는 영어 단어지만 한국사회에서 요즘 쓰이는 빌런은 범법행위를 저지르는 악당 말고도 주변사람을 알게 모르게 괴롭히는 사람까지 포괄하지 않을까 한다. 그럼 어떤 사람들이 빌런이 될까?


우민은 최근 ‘어둠의 3요소(dark triad)’를 알게 됐다. 인간의 악마적 속성과 관련된 3대 부정적 성격 특성을 말한다. 자기애가 강한 나르시시즘(narcissism), 타인을 통제하고 조종하려는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anism), 동정심이 없고 무자비한 사이코패시(psychopathy)다. 이중 마키아벨리즘은 마키아벨리에 대한 피상적 이해로 만들어진 부당한 조어라는 점에서 오히려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 더 적합하다고 우민은 생각한다.


이 3가지 성향을 하나 이상 갖춘 사람은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특히 사이코패시 성향이 강한 반사회적 성격장애자(사이코패스)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이 감옥이라고 한다. 반면 나르시시즘과 가스라이팅의 성격특성만 지닌 사람은 일상의 빌런으로 맹활약할 가능성이 크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the dark triad.jpg '어둠의 3요소(dark triad)' ⓒ클리블랜드 클리닉



이 3가지 성격 특성을 다 갖고 있는 사람이 수퍼 빌런이 된다. 마블 세계관 최강의 빌런으로 꼽힌 타노스의 예를 들어보자. 타노스는 죽음의 여신 데스를 사랑하기에 죽음에 무감각하다. 동정심 없고 무자비한 사이코패스다. 그래서 우주의 질서를 바로 잡는다는 이유로 인피니티 스톤 여섯 개를 모아 장갑(곤틀렛)일 끼고 손가락 한 번 튕겨 우주생명체의 절반을 죽이는 걸 아무렇지 않게 해치운다.


또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 사자의 무서움과 여우의 간교함을 갖춘 가스라이터다. 언제 어디서든 상대를 제거하기 위해 사이코패스 형 부하들을 끌어 모으고 조종할 줄 안다. 또 ‘복수와 피자는 차갑게 식을수록 맛있다’를 실현하기 위한 가스라이팅의 귀재다. 심지어 의붓딸인 가모라를 사랑하는 척하면서 우주 최강의 킬러로 혹독하게 키워 자신의 야망 실현의 땔감으로 써버릴 생각뿐이다.


하지만 곤틀렛을 끼고 손가락을 튕기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몫이어야 하니 자칫 자신마저 사라지는 일이 벌어져선 안 되기 때문이다. 마지 죽음을 초월하는 듯 폼을 잡지만 알고 보면 데스의 사랑을 독차지해 영생불사하려는 나르시시스트다.


우민은 여기서 빌런에도 등급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사이코패스는 사냥감만 주어지면 직접 가해를 가하는 행동대원 격이다. 가스라이터는 그들에게 사냥감을 던져주거나 그 사냥감이 자멸하도록 교묘히 조종해 쾌락과 이익을 얻는 중간 보스다. 최종 보스는 바로 세상에 자기밖에 모르는 나르시시스트다.

타노스와 가모라.jpg 가모라와 타노스 ⓒ마블스튜디오


사실 나르시시스트는 개개인만 놓고 보면 셋 중에 가장 덜 위협적이다. “나는 소중하니까요”라며 힘든 일 모면하려고 꾀부리는 공주병, 왕자병 환자들은 심지어 귀엽기까지 하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가장 돋보여야 하고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견딜 수 없어하는 나르시시스트가 부와 권력을 거머쥘 경우 최악의 빌런이 될 위험이 크다. TV 예능프로에 나와 광대 짓을 하던 트럼프가 대중적 지명도를 토대로 미국 대통령이 된 뒤 소름끼치는 일들을 벌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최악의 나르시시스트는 질투의 화신인 경우다. 그들은 자신들보다 돋보이거나 자신들에게 굴욕감을 안겨준 사람에 대한 앙심을 삶의 동력으로 삼는 이들이다. 동화 ‘백설공주’의 그 유명한 장면을 떠올려 보라. 마법의 거울 앞에서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답지?”를 묻고 그것이 자신이 아님을 알게 된 뒤 흑화하는 왕비야말로 나르시시스트가 왜 빌런들의 최종 보스임을 보여준다. 질투의 대상을 제거하기 위해 계략을 짜고 해결사를 동원하는 마키아벨리스트도 되고, 직접 행동에도 나서는 사이코패스가 되는 것까지 마다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다시 일상의 빌런들로 돌아가 보자. 실제 나에게 가장 직접적 위협이 되는 빌런은 사이코패스다. 하지만 이들을 일상에서 접할 기회는 드물다. 그보다는 나를 위해주는 척하면서 이용해 먹고, 나를 통제하고 조종하려는 마키아벨리스트들의 실체를 알게 될 경우 더 소름이 끼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 배후에 ‘세상에 자기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철저한 이기주의자’가 도사리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한다. 가장 극단적 이기주의자, 그가 바로 나르시시스트이기 때문이다.


백설공주의 계모인 왕비.jpg 백설공주를 극화한 영화에서 아름다운 외모에도 질투심 때문에 흑하하고 파멸하는 계모 왕비들 ⓒ월트디즈니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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