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제형별 구분법
새로 스마트폰을 살 때면 기기의 스펙을 살피고 디자인을 따져보며 신중을 기해 구매합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자동차나 각종 전자기기를 구매할 때는 스펙이라는 것을 중시 여기지요. 스펙으로 정의할 수 없는 옷이나 가방을 살 때는 디자인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삽니다. 그럼 여러분은 화장품을 살 때 무엇에 가중치를 두고 구매하나요? 광고모델? 가격? 효과? 아마 건강과 관련된 제품을 살 때는 효과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실 겁니다. 화장품은 건강기능성 식품과 같이 가장 효과가 좋고 내 몸에 잘 맡는 제품을 찾아서 비교에 비교를 거듭하여 돈을 지불합니다. 매달 화장품에 수 십만 원 이상 투자하는 분들이라면 아무거나 구매하지는 않을 겁니다.
어떠한 제품을 구매할 때 후기도 많이 읽고 직접 하나하나 알아보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만, 화장품 같이 화학분야 제품을 구매할 때는 제품에 대해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전성분을 찾아보고 '화해' 어플에서 정보를 얻는 분들이 많지만, 솔직히 큰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물론 전성분을 보고 이해하는 것은 좋으나 화장품은 전성분만으로 효과나 특징을 알 수 없습니다. 화장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형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제형이라 함은 용기 안에 들어있는 물질, 즉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을 의미합니다. 스킨, 크림, 로션, 오일, 밤 등 다양한 타입의 제형이 있지만 유화(에멀전) 방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90% 이상입니다. 크림과 로션 및 에멀전은 99.9% 유화 타입이고 스킨 중에서도 점성이 높은 스킨일 경우 유화 타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화라 함은 수상과 유상이 혼합되어 하나의 상으로 존재하는 형태이며 마요네즈나 아이스크림도 유화로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지만 어떤 물질에 의해 안정적으로 섞여 제3의 물질로 변신합니다. 그리고 유화는 Water in Oil(W/O)타입과 Oil in Water(O/W)로 나뉩니다. 제품을 구매할 때 두 방식을 구분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각각의 특징과 장단점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O/W 타입은 화장품 유화 제형 중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여러분 화장대에 올려져 있는 제품은 대부분 O/W 타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O/W 제형은 발림성이 좋아 덧바르기도 쉽고 다른 제품과 사용성이 좋습니다. 대부분의 효능 물질들은 Oil 타입인데, 내부에 가둘 수 있어서 효능도 오래 유지시킬 수 있습니다.
W/O 타입은 선크림이나 액상 파운데이션 제품이 대부분입니다. W/O 제형은 발림성이 좋지 않아 뻑뻑하거나 펴 바르기 쉽지 않지만 피부 위에 오일을 감싸는 효과를 낼 수 있어 피부에서 대리로 빼앗기는 수분의 양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화장품 제형 자체의 효과만 놓고 보면 W/O 타입이 더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사용하는 화장품은 O/W 타입이지만 제형의 효과는 W/O 타입이 더 좋습니다.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민감한 피부가 아니라면 W/O 타입의 제품을 사용하라고 권해드립니다. 다만 W/O 타입의 경우 민감한 분은 두 가지 이유로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첫째, 사용감이 좋지 않습니다. 화장품을 발랐을 때 효과도 중요하지만 피부에 발리는 느낌이 더 중요합니다. 몸에 좋은 것도 맛이 없으면 먹기 싫듯이, 화장품도 효과가 좋아도 사용하는데 거부감이 든다면 사용하기 싫으실 겁니다. W/O 제품들의 사용감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O/W 타입보다는 좋지 않습니다. 오히려 W/O의 전유물이었던 선크림에도 사용감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O/W 타입이 출시되어 W/O 선크림을 따돌리고 있습니다. 둘째 피부 트러블이 심한 사람에게는 쥐약입니다. W/O 타입 제품에는 실리콘 오일이 과량으로 사용된 제품들이 많이 있고 피부 위를 오일이 덮기 때문에 트러블이 있는 분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W/O 타입은 결국 예민하거나 민감한 분에게는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둔감한 분에게는 정말 좋은 제형입니다.
화장품의 효과를 판단하는 데 있어 효능물질이 무엇인지도 중요하나, 화장품의 가장 기본적인 제형을 이해한다면 효능물질의 중요성은 줄어듭니다. 효과 좋은 화장품을 구매하는 첫 단계는 제형에 대한 이해와 나에게 맞는 화장품을 찾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