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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칼럼22] 화장품의 미래: 마이크로니들

  요즘 ‘왕좌의 게임’을시즌 1부터 정주행 하느라 밤마다 TV 앞에 앉아 미드를 보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재미있다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지만 드라마 보는 취미가 없어 거들떠보지도 않았었는데, 왜 사람들이 그렇게 추천하고 각종 상을 휩쓸었는지 이해가 되네요. 특히 시즌 4 중반 장벽을 둘러싼 거대한 전투 장면은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것 그 이상이었습니다. 드라마 한 편 제작비가 영화 한 편을 만드는 비용과 비슷하다고 들었는데, 역시 스케일이 압도적입니다. 남쪽으로 진군하는 와이들링이 거대한 얼음 장벽을 넘기 위해 각종 전략을 펼치고, 이를 막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우는 검은 까마귀의 대결은 드라마에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브라운관 속 전투 장면이 피부 속으로 침투하기 위한 화장품과 이를 막기 위한 각질층과의 싸움이 오버랩되는 것을 보면 직업병은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화장품을 외부 물질로 인식하는 피부로 인해 화장품의 효능이 반감되는 것은 안타깝지만, 우리 몸의 건강을 책임지는 피부 입장에서는 모든 물질을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연구원들은 화장품의 피부 침투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합니다. 오늘은 와이들링의 전략 중 문을 부수고 성벽을 들어갔던 거인의 방법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많이 사라졌지만, 한때 Microneedle(마이크로니들) 화장품이 유행을 만들려고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13년 봄, 아모레퍼시픽 설화수에서 ‘예소침’이라는 제품을 출시되었는데 소비자의 머릿속에 들어있던 화장품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가진 제품이었습니다. 이를 화장품으로 인식하는 사람도 적었습니다. 마이크로니들이라는 단어가 생소할 때 탑 브랜드인 설화수에서 제품을 출시하였기에 향후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았지만, 홍보도 부족하였고 방판으로만 판매되어 제품을 아는 사람들이 적었습니다. 결국 짧은 시간 판매 후 단종되었고, 각종 중소 브랜드에서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였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마이크로니들은 의료 서비스를 받기 힘든 제3세계 국가들의 백신 접종을 위해 개발된 제품입니다. 말 그대로 바들이 촘촘히 박혀 있는 패치로 피부 부착 시 각질층에 미세한 구명을 생기게 하여 그 구멍으로 약물이 침투할 수 있도록 개발된 제품입니다. 마이크로니들에 따라 다양한 이름이 붙지만 화장품에서 사용하는 마이크로니들은 크게 Solid microneedle(단단한 바늘로 구멍을 내는 방식)과 Soluble microneedle(피부에 부착하면 바늘이 피부 속에서 녹는 방식)으로 구분됩니다. 


  Solid microneedle은 화장품이라기보다는 화장품의 흡수를 도와주는 기기입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기기의 모습을 보면 수십 개의 바늘이 꽂혀있는 도장 같은 기기가 상하로 움직이며 피부에 미세한 구멍을 뚫는 구조입니다. 바늘의 침투 길이를 조정하여 100um에서 1mm까지 조절할 수 있는데 1mm로 사용하면 모세혈관이 터지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실로 무시무시합니다. 구멍을 뚫은 후 화장품을 발라주면 화장품의 흡수율이 증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Soluble microneedle은 화장품에 적합하게 개발된 제품입니다. 패치 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수많은 미세한 바늘이 촘촘히 박혀 있는 구조입니다. 바늘 속에는 각종 효능 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얼굴에 부착하면 바늘이 피부를 뚫고 들어가고 피부 속에서 일정 시간 동안 서서히 녹으면서 피부 속으로 효능 물질이 전달되는 방식입니다. 약 30분 정도 사용하면 패치에 있던 효능물질이 각질층의 방해 없이 피부 속으로 흡수되기에 일반 화장품을 바르는 것 대비 10배 이상 전달 효율이 높다고 합니다. 

  

  왕좌의 게임에서는 거인이 거대한 문을 힘으로 들어 올려 입구까지는 돌진했지만 안까지 파고들지는 못했습니다. 만일 거인이 내부까지 들어가는 길을 모두 열었다면 야인들이 열린 문을 통해 밀려들어왔겠죠. 바늘의 깊이와 강도에 따라 각질을 쉽게 뚫고 침투할 수 있느냐가 마이크로니들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설화수의 실패(?) 이후 마이크로니들이 화장품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것 같지만, 분명 마이크로니들은 일반 화장품보다 효과적 측면에서 월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 세련되고 효과 좋은 마이크로니들이 시장에 빨리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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