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지는 것은 무엇이 있어서가 아니라 무엇이 없어서이다.
바다에 나갈 때 기다려지는 것은 무엇이 있어서가 아니라, 무엇이 없어서이다.
망망대해로 나가면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사람들 말고는 나를 찾는 사람도 없고, 내가 찾을 사람도 없다.
무엇보다 늘여터진 인터넷의 속도는 아예 없다고 보는 편이 더 낫다. 그래도 그것이 기다려진다.
국적선을 탈 때야 일등 항해사부터 삼등 항해사 중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의 책장에서 책을 하나씩 훔쳐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북해 바다에 나가는 국제선에는 도서관도 있다지만 별로 기다려지는 책은 없다.
책들을 몇 권 챙겨 나왔다.
출발하는 당일 6개월 만에 한국에서 보낸 아내의 소포가 도착했다. 그 속에 함께 묻어온 책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박완서 에세이
장편 소설로 빠져든 박완서 님 글은 인터넷이 없는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기에 충분했다.
부모의 보살핌이나 사랑이
결코 무게로 그들에게 느껴지지 않기를,
집이, 부모의 슬하가,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마음 놓이는 곳이기를 바랄 뿐이다. /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어려서부터 많이 들었던 기도문에 나오는
부모의 슬하라는 말이 나는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