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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이 Oct 09. 2018

리더의 자질

이해와 공감 그리고 인정 마침내 존중

일 년 전에 한 파트너사와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되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성사시킨다는 것은 아이를 갖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아주 예민하고 고통스러웠던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드디어 아이를 낳게 되고 그것을 결코 끝이자 시작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리고 바로 어제 나는 그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프로젝트의 끝이자 시작인 이 기쁨을 축하하기 위해 작은 행사가 있었고, 양사의 프로젝트 리더들과 팀원들이 함께하는 자리였다. 케이크도 있었고 각종 다과도 있었고 장식 풍선도 가득한 곳이었다. 사회자의 자연스러운 진행 덕에 양사 리더들의 스피치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나는 아주 흥미로운 점을 하나 관찰하게 되었다. A리더가 이야기를 할 때는 모든 사람이 웃고 있었다, 나를 포함하여. 반면에 B리더가 이야기할 때는 많은 이들이 엄숙하고 우울한 표정이었다, 특히 그 리더의 팀원들이 말이다. 그리고 분명 이 행사가 끝났을 때, 후자의 팀원들이 보다 더 만족스럽고 자신감을 가졌으리라 확신한다.


A리더는 그간 파트너사의 노고에 감사하며 오늘의 이 자리는 양사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의미함과 동시에 앞으로 함께할 더 큰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주었다. 나의 상사가 말씀하시므로 나는 웃어야 했고, 그가 그리는 저 큰 미래를 위해서는 나는 또 얼마나 부단히 달려야 할까 한숨이 나오기도 하였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당연 많은 업무를 배우고 성장하게 되는 계기였기도 했지만 갓 분만한 산모처럼 무척이나 지쳐있었기 때문이다.


B리더는 당연 파트너사의 노고에 감사하는 다음에 팀원들을 한 명 한 명 가리키며 팀원들의 노고에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 그들의 희생이 바로 오늘 이 자리를 뜻하는 바라고 전했다. 그와 그 팀원들은 마치 지난 일 년이라는 긴 장정을 떠올리기나 하는 듯 진중한 표정으로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B리더는 갓 태어난 아이에게만 시선을 돌리거나 이 아이의 커갈 미래에 대해서만 논하지 않았다, 이 아이를 세상에 내보내 준 그 엄마에게 격려의 인사말을 전한 것이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하루가 지난 오늘의 나는 여전히 그 리더의 ‘나(리더)의 (팀원을 향한) 인정’ 혹은 ‘타인 앞에서의 인정’이 잊히지 않는다.



예전에 한 티비프로그램 중에서 함께 오래 산 부부가 나와서 그간 속에 담긴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화해하게 하는 부부클리닉 프로가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부부가 나란히 서서 두 손을 잡고 두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상대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듣는 이는 무조건 “그랬구나.”라고 대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절대 먼저 변명을 해서도 안되고 화를 내서도 안된다. 무조건 “그랬구나.”라고 말한 다음에 하고 싶은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와 공감 그리고 마침내 인정.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공생하고 서로를 길들이는 데는 크게 어렵지 않다. 아주 쉽고도 간단한 시발점은 바로 인정인 것이다. 인정 이후에는 존중으로 다다르게 되는데, 존중은 결코 일방적일 순 없다. 존중을 해야 받을 수 있고, 존중을 받아야 할 수 있는 쌍방향의 것이다. 가족이나 친구 관계보다도 회사에서 사회관계를 맺으면서 참 많이 아쉬움이 들었던 것이 바로 이것이다.


행사의 끝자락 하얀 설탕이 뒤엎인 초코케익을 입 안에 구겨 넣으며 금빛 풍선에 비치는 푸석푸석해진 나를 보며 생각했다, 먼 미래의 내 팀원들에게 나는 “그랬구나”를 시전 하는 리더가 되고 싶다고. 나의 빛남은 스스로 내 비칠 때보다 함께해준 동료들이 빛 날 때 내가 반사되고 더욱더 반짝이게 내비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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