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시대를 다시 보고 있다.
어릴 땐, 멋져보이던 동진이가 우유부단해보이고.
미련덩어리 같던 은호가 가여워지는 나이가 되어서 다시 연애시대를 보고 있다.
연애시대를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OST다.
대부분의 곡들이 좋지만, 드라마를 알게 되고 쉬지 않고 들어온 노래는 '보내지 못한 마음'이다.
은호와 동진이 모두 망설이고, 주저하면서 서로 마음을 보내지 못하니 어쩌면 이 노래가 드라마를 대표하는 곡일지도 모른다.
어릴 땐, 왜 두 사람이 그리도 마음을 못 전하는가에 대해 답답해했었다. 그런데 이젠 별로 답답하지 않다. 서로 너무 사랑하면, 그리고 자신이, 상대가 다칠까봐 사람들은 망설이고 주저한다.
은호와 동진이 같은 마음을 다 안다고 할 순 없어도, 나도 보내지 못한 무언가가 있다.
참 많다.
바로 편지다.
하고 싶은 말이 있거나, 누군가 내게 마음을 전해왔을 때, 나도 답을 하고자 편지를 쓴다.
그런데 잘 보내지 못한다.
내 마음이 들통날까봐, 그 마음이 잘못된 마음일까봐, 내 마음이 잘못 전달될까봐.
브런치에 싣는 글도 마찬가지다.
작가의 서랍에 글들이 그득하다. 브런치에서 '작가님의 글이 보고 싶어요..'라고 내게 귀여운 재촉을 해올 때, 버튼 하나면 그 재촉을 멈출 수 있다. 서랍에 있는 글을 발행하면 된다.
그런데 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내 마음을 잘못 읽어내려갈까봐, 내 마음까지 평가받을까봐 끊임없이 걱정하기에 펴내지 못한다.
이 걱정들은 모두 나를 향한 걱정이다.
내 편지를 받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걱정보다, 내 걱정이 커서 자꾸 숨게 된다.
답하지 않고, 답장하지 않고, 숨는 버릇은 어른이 되어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