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대한 기록
' 독서 최적화 소파 ''
오늘이 이 녀석을 이용하는 마지막 아침이다
눈을 뜨자마자 여기로 직행한지 일주일째.. 휴가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커다란 쿠션을 요리조리 옮겨 '독서 최적화 소파'를 만들었다.
휴가 마지막 날이니 소파의 이 모습은 제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물론 주말은 금방 또 오지만.. 어쩐지 이 아지트 같았던 느낌은 분명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아쉽기만 하다. 이 나이가 먹어도 이럴 땐 꼭 아이가 된 기분이다.
아이였을 때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오는 날이면 이 층 침대를 벙커로 변신시키고는 했다.
벙커로 변신한다고 해 봤자 이 층에서 커다란 이불을 사방으로 내려뜨려 아례층 출입구인 세면을 다 막고 과자나 간식거리를 들고 일층에 숨어 소곤거리며 키득거리는 게 다였지만, 당시엔 그렇게 숨어있으면 아무리 무서운 천둥번개도 다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치 새로운 모험을 떠나는 기분이 들어서 상황 놀이도 종종했다. 처음에는 천둥 번개가 무서워서 시작했지만 나중엔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 칠 때면 어쩐지 두근거리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거 같다. 언제부터 였을까.. 더 이상 벙커 침대를 만들어 숨지 않아도 천둥 번개가 안전하다고 느낀 건.. 그 모험의 끝은.. 이상하게도 어른으로 한 발짝 다가온 나이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