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이태리 여행 에세이
3화 - 빅벤 런던아이 그리고 코벤트 가든
아침이 밝자 마음이 급해졌다. 런던에서 3박이면 대부분의 랜드마크는 볼 수 있지만 우리는 맘에 드는 장소를 발견하면 몇 시간이고 앉아있는 편이라서 조금 서둘러 거리로 나왔다. 조식도 없으니 산책하듯 걷다가 호기심이 발동하는 카페가 있으면 아침을 먹기로 했다.
오늘의 코스는 말 그대로 런던 랜드마크 정복기 수준이었다. 게다가 이번 여행에서는 나름대로 지난번에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런던 마켓들을 둘러볼 작정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더 급했다.
킹스크로스에서 지하철을 타고 피카델리 서커스에서 내렸다. 거리가 아직은 이른 아침이라 한산했고 2015년 6월 초의 런던은 생각보다 쌀쌀했다. 따뜻한 커피를 한잔 씩 들고 내셔널 갤러리 방향으로 걸었다. 신랑은 미국과는 다른 런던의 건물과 거리에 매료되어 한걸음 앞으로 나가기도 어렵게 사진을 찍었다. 트라팔가 광장은 마침 행사로 막혀있었다. 시원스럽게 뚫린 트라팔가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싶었는데 행사 준비 때문에 천막으로 꽉 막혀있는 트라팔가 광장을 보자 어쩐지 서운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빅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해서 여행을 가면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이동하는 편이었고 그덕에 신랑의 발은 항상 너덜너덜해지기 일수였다. 거리 저쪽으로 빅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이 미국 여행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우리는 그동안 준비했던 우리의 분신 같은 캐릭터 피규어 '러비더비'(캐릭터 이름)를 가지고 왔는데 빅벤을 보자마자 흥분해서 가방에서 꺼내 들고 사진을 찍었다.
지나가는 외국인들이 귀엽다고 엄지를 들어 보여 주자 나는 더 신이 나서 좋은 각도를 찾는다고 무리한 포즈를 하며 셔터를 누르다가 불어오는 강바람에 내 손에 있던 더비가 날아가 목이 뎅강 하고 부러졌다. 쪼그리고 날아간 더비의 목을 줍는 순간이란( ㅜㅜ 흑흑) 아까 귀엽다고 엄지를 들어주던 외국인들도 함께 안타까워해주었다. 더비를 수습하고 예약해 두었던 런던아이를 타러 다리를 건넜다.
사람들이 꽤 줄 서 있었지만 런던아이는 워낙 많은 사람이 한 번에 탈 수 있기 때문에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런던아이에서 바라보는 세느강과 빅벤은 너무 예뻤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는 저 정돈된 거리와 표지판, 우중충한 건물색사이로 보이는 반짝이는 빅벤이 정말이지 좋았다.
날씨는 맑은 하늘과 구름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었다. 런던아이는 천천히 30분 정도 운행하기 때문에 동서남북을 다 둘러보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런던아이에서 내려와 코벤트가든 쪽으로 걸어가 점심을 먹기로 했다. 버거앤 랍스타를 가려고 했지만 워낙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여행책자에 나왔던 난도스에 갔다. 난도스 역시 핫한 음식점 이어서 사람들로 가득했다.
1층은 패밀리 레스토랑 같았지만 지하에 가니 마치 젊은 이들의 만남의 장소 같은 묘한 느낌이었다. 멋쟁이 런던 사람들이 줄을서 있는 이유를 지하에 가서 비로소 이해했다. 즐겁게 먹긴 했지만 내가 느끼기에 치킨 맛은 그냥 보통인 듯 특이한 느낌은 없었다. 소스를 원하는 단계로 가져다 먹는 부분이 좀 색다른 느낌이었고 콘슬로우가 인기가 많는데 기호에 따라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았다.
난도스에서 배불리 먹고 코벤트가든을 좀 더 둘러보려고 걷고있는데 마켓 안에서 거리공연을 하고 있었다. 많은 여행객들이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구경하고 있어서 나도 옆에 살짜기 앉아 한참을 구경했다.
코벤트 가든을 한바퀴 둘러보고 내셔널 갤러리로 향했다. 나는 이미 오래전에 꼼꼼하게 훑어본지라 그냥 잔디에 눕고 싶었고 신랑만 들어갔다 오라고 보냈다.
넓지 않은 잔디에 누워 있으니 코스튬 플레이어들이 하나둘 터를 잡기 시작했다. 날이 엄청나게 뜨거운데도 관관객들과 사진을 찍으며 시종일관 웃고있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다. 특히 공중부양 코스튬 플레이어들이 인기가 많았는데 어떻게 있는지 알것 같으면서도 막상 그들이 교대하려고 옷속에 감춰진 비밀을 드러낸 모습을 보니 더욱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지나니 내셔널 갤러리 구경을 마친 신랑이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하늘은 맑고 시끌시끌한 여행객들의 수다조차 평화로운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