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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gs Sep 18. 2015

우리 속도로 걷자

여행 에세이


                                                                                           1화 - 내 최고의 여행 친구

내가 절대적인 여행친구를 갖게 된 데에는 결혼이라는 출발이 있었기 때문에 여행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결혼 이야기 즉, 내 여행친구 탄생 배경을 잠시  이야기하려 한다.

사람들이 쉽게 말하는 인생이라는 여행의 동반자가 곧 나는 실제 여행 동반자로 이어져있다.
내가 결혼이란 걸 결심한 건 사실 크게 대단한 감정의 변화가 있어서는 아니다.. 운명 같은 만남이랄까 영화 같은 일이 벌어져서도 아니다.
어느 날 내게 사랑을 고백하며 청혼을 하는 신랑이 그저 한없이 순진해 보였고 그 눈에서 나를 정말 사랑하는 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말인즉슨 사랑해!!라고 외치는 신랑이 아주 행복해 보였기 때문 이랄까.. 이렇게 반짝반짝한 눈으로 나를 보는 사람이랑 평생 살자!! 뭐 그런 맘이 순간 yes!! 하고 외치게 했던 것 같다. 

물론 로맨틱 한 레스토랑과 남산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서울 시내의 야경이 한 목 한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나는 결혼 전에 한번 신랑이랑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흔하게 말하는 커플 여행이 아니라 내가 애니메이션사 차장으로 라스베이거스에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출장 전 우연히 만들어진 술자리에서 그 자리에 있던 3명이 ( 당시 다른 팀 감독님과 지금의 신랑 당시 우리 팀원이었 오뮤양 ) 부럽다 부럽다를 외쳤고 술이 얼큰하게 취한 나는 내 방을 숙소로 하고 휴가를 내고 따라오라고  질러버렸다. 다음날 질러버린 약속을 위해 팀원이 휴가를 낼 수 있게 돕기까지 해야 했다. 

어찌하든 그래서 라스베이거스 원정대가 꾸려졌고 원정대에 힘입어 일만하기로 되어있던 스케줄을 과감히 엎어서 유니버셜에 가거나 하는 여행겸 출장을  감행했다. 당시 출장을 따라 나선 그 여행이 그대로 내가 신랑과 했던 첫 여행이 되었다. 

사실 신랑은 나보다 4살 정도 연하 이기 때문에 당시에는 그저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다른 팀 팀원 정도의 감정이 있었을 뿐이었다. (당시에도 재미있고 성실한 사람이란 생각이 있긴 했다 )

여행 같은 출장 동안 우리는 많은 음식을 함께 먹었고 많은 풍경을 함께보고 함께 느꼈다. 그렇다고 해도 둘만의 시간이나 감정이  교류했던 것은  아니었다.

라스베이거스의 마지막 날 밤 벨라지오의 분수에서 타이타닉의 주제가가 나오자 신랑은 가지고 있던 화장지를 돌돌 말아 무릎을 꿇고는 will you marry  me?라고 말했고 나는 까르르 웃으며 그 화장지 반지를  받아주었다.

그건 그저 여행지의 장난에 불과했지만 어쩌면 나는 이 타이밍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신랑이 그저 어린 옆 팀 직원에서 남자로 승격되어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라스베이거스에서 내내 앞장서 통역을 해주고 가방을 들어주고 달려가 자리를 맡아주는 사소한 모습들이 어쩐지 듬직해  보였었다.

이 첫 여행을 계기로 우린 급격하게 친해졌고.. 둘이 있는 시간이 차차 늘어났으며 대화가 항상 이어졌다.. 급기야 신랑은 나에게 사랑을 고백했으며 그 후 또 얼마가 지나지 않아 청혼하기에 이르렀고 나도 뭐에 홀린 양 그 청혼을 흔쾌히 받아주며 신랑과 내가 비로소 우리라는 단어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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