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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gs Sep 18. 2015

우리 속도로 걷자

여행 에세이

                                                                                           2화 - 신혼 여행지

처음에 우리가 정했던 신혼 여행지는 발리나 세부였다. 먼저 결혼한 친구들이 결혼식 후에는 힘드니까 휴양지에서 좀 쉬면서 로맨틱 한 여행을 즐기는 게 좋다고 했고 우리도 그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뭔가 아쉬워 홍콩 -세부 또는 홍콩 - 발리처럼 도시를 끼워 넣고 계획을 세웠다.

나는 여행을 좋아해서 일을  시작하면서부터는 한 해에 한두 번은 휴가로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서 보내도록 노력했고  유럽, 동남아, 미국, 아시아, 캐나다 등 몇몇 국가들을  여행했었다.

지금은 대학생 유럽 여행이 흔한 일지만 내가 대학생 시절에는 ( 이렇게 말하니 늙은이 같지만.. ) 유럽 여행을 쉽게 가는 시기는 아니었고 지방에 살았던 내 경우에는 더 더욱 어려웠기 때문에 나는 또래 중에는 여행을 꽤 많이 다녀온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어쩐지 이미 다녀온 발리나 세부가 그다지 기대가 되지 않았고 진지하게 계획을 세우던 중 신랑의 꿈의 여행지 1순위였던 뉴욕으로 과감히 루트를  변경했다.

지금에서 하는 말이지만 우리는 실제로 여행지에 오래 있기 위해 추석 연휴 앞에 결혼식을 올리는 용의주도함을 보였기 때문에 뉴욕으로 신혼여행지를 바꾼다 한들 크게 무리되는 일정은 아니었다.

다만.. 급한 일정 변경과  빠듯한 예산 문제로 우리는 신혼여행이라고 느끼기에는 많이도 부족한 오래되고 저렴한 호텔을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 싸고 낡았다고는 하지만 뉴욕 타임스퀘어 한복판에 있는 호텔이었다. 밖에서 신나게 놀기 위한 최적의 장소를 위해 로맨틱을 포기한.. 보기 드문 신혼부부라 생각하면 정확하게 우리 모습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여행에 있어서 숙소를 정할 때 아름다움을 우선순위로 두는지, 위치를 우선순위로 두는지에 따라 많은 부분이 달라지는데 우리는 항상 위치가 우선이고 그 다음이 청결이나 안전 그 후가 예쁘거나 로맨틱 한 순위로 정하기 때문에 이호텔을 정하는 데는 크게 의견 차이가 없었다.

다만 내가 신랑이 아닌 여자친구들이랑 뉴욕에 간다면 절대 이 호텔에 묵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자들끼리는 거리보다는 안전과 청결 그리고 사진 찍기 예쁜 방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나또한 여자친구들 하고는 그날 일정을 좀 일찍 끝내고 지하철을 타더라도.. 인증샷을 찍으면서 로맨틱하고 이국적인 외국의 분위기에 젖을 수 있는 그런 귀여운 숙소의 정취를 즐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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