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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희 Jan 15. 2020

취업, 결혼, 그리고 육아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이야기

학창 시절 나름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회사에 취직을 했고 좋은 상대를 만나 결혼에 성공했다. 나의 삶은 교과서에 나올 법한 지극히 평범한 삶이다. 평범함을 부러워하는 누군가에게는 배부른 소리이지만 나는 이 평범한 삶이 그 누구보다 싫었다. 누가 봐도 뻔한 스토리 아닌가. 그다음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임신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육아에 부딪히며 그렇게 노년을 맞이한다.


당연하지만 당연한 것이 아닌 이야기.


결혼한 지 1년, 주변에서 언제 아이를 낳냐고 묻곤 한다. 아이를 꼭 낳아야만 가정이 행복해지고 더 튼튼해지는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래도 하나는 있어야지", "나중에 아파봐. 돌봐줄 자식 없으면 서러워.", "남는 건 자식밖에 없어."와 같은 도돌이표 멘트를 건넨다.


아이를 가지기 위해 결혼한 게 아니라 상대를 사랑했기에 결혼을 했고 자연스레 아이가 생기는 게 부부간의 순리인데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알지 못하고 반대로 생각하며 살아간다. 남녀가 둘이 사랑해서 혼인을 하는 것이니 아이는 부수적인 요소가 아닌 필수요소라고 생각한다.


'아이는 당연히 낳아야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언젠가부터 무책임하게 느껴졌다. 아이를 낳음으로써 출산 후 산모에게 닥치는 산후우울증, 부부간의 육아 분담, 각종 책임회피 등의 이유로 많은 부부들이 부부싸움을 하고 끝내 이혼까지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있듯이 아이를 키우면서 들어가는 비용은 두 사람의 월급으로는 턱 없이 부족하고 아이가 클수록 육아에 드는 비용은 자릿수가 올라간다.


부모는 경제력이 있어야 하고 아무리 맞벌이 부부라고 할지라도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최대한 자주 만들어야 한다. 부모는 아프면 안 되고 자식 앞에서는 항상 강인한 모습을 보여아 한다. 부모가 되는 순간 '이래서는 안 된다. 저래서는 안 된다'는 제약이 많이 생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서로가 마지막으로 언제 사랑했는지 모른 채 많은 걸 포기며 살아야 한다. 남편은 회사-집-육아 다시 회사-집-육아와 같은 끝없는 업무의 연장을 경험해야 하고 아내는 퇴근 없는 육아에 시달린다. 아이가 클수록 싸움의 횟수도 잦아진다.


과연, 이게 두 사람이 진정 원하는 방향이 맞을까?


자식을 키우면서 받는 슬픔이 있으면 기쁨도 있기 마련이다. 언제나 이 두 개는 반비례한다. 육아의 단편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지만 실제론 이 보다 더 많은 어려움이 있고 기쁨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알고도 감내할 수 있다고 생각한 부부만이 아이를 축복 속에서 키울 수 있다. 아무런 준비과정 없이 아이가 생긴다면 둘 중 하나는 꿈을 포기해야 한다. 이렇게 길고 긴 육아의 과정을 깡그리 무시한 채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말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건네는 사람이 이제는 불편하다.


아직 아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나로서는

주변인들과 항상 도돌이표식 대화를 해야 했고 이제는 더 이상 내가 반격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일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 누구에게도 상처 받지 않고 나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 때, 조급해하지 않고 하나씩 실천할 수 있을 때, 나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책임감이 생길 때 그렇게 우리는 비로소 준비된 부모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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