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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미대표 Jan 30. 2021

이직 후, 탕수육 먹지 말라는 이사님 나만 이상한가요

경력직 회사 이직기

직장인 7년, 커리어에 부푼 꿈을 안고 이직을 했다. 신입 사원때 상상했던 5년 후 나의 모습에 한 번의 커리어 전환이 있었다. 나는 주체적이고 당당한 커리어 우먼을 꿈꿔왔다. 이직하기 전까지...

정이 많이 들었던 첫 회사, 공채로 들어와 동기들이랑 이런저런 추억도 많았던 곳이었다. 이메일 쓰는 법부터 가르쳐주었던 일 잘하는 사수는 승승장구했고, 나름 안정적으로 회사에 입지도 다져가고 있었다. 그렇게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곳을 선택한 데에는 스스로 성장하고 싶다는 욕심 하나 때문이었다.

‘회사 다 똑같다, 공채로 있는 회사가 낫다’는 말을 귓등으로 듣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직을 결정했다. 더 좋은 미래를 상상하면서....



이직 첫날, 조용하고 널찍 깨끗한 하얀색 톤의 사무실이 좋았다.

구두 소리 조차 방해될까 봐 까치발로 살금살금 걸어서 자리에 앉았다. 팀장님은 회의에 가셨고 나는 팀원들의 도움으로 빈자리에서 멀뚱멀뚱 앉아 있었다. 마치 신입사원이 된듯한 기분이었다. 익숙한 사무실과 동료들과는 다른 공간, 새로운 경험이 나를 더 설레게 했다. 업무는 언제나 정신없이 흘러간다. 사무용품과 컴퓨터를 받고 업무를 익히며 있다 보니 금방 퇴근 시간이 되었다.


그날 저녁, 환영회 느낌의 회식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녁 혼자 먹기 싫은 이사님의 식사에 동원된 것이다. 메뉴는 철저하게 이사님의 취향과 기호에 의해 결정이 되었다. 수직적인 문화는 이전 회사도 있으니 그런가 보다 했다. 짜장면으로 통일, 탕수육, 유린기와 같은 요리 메뉴를 추가 주문했다. 난 당연히 탕수육은 같이 먹는 건 줄 알았다. 요리가 나오고 탕수육을 집는 팀장님을 향해 이사님은 소리쳤다. ‘야 탕수육 먹지 마, 먹고 싶니?’ 정적, 3초 후 ‘먹고 싶냐고?’ 귀를 의심했다. 또다시 정적이 흐른 뒤, 모두 머리를 박고 눈앞에 있는 짜장면을 먹기 시작했다. 너무나 이해가지 않는 샤우팅과 상황에 뭔가 잘 못 들은 건가 싶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운 환경이기에 내가 예민한가 생각하고 넘겼다.


그때 퇴사를 했어야 했다.


나는 그때 먹은 짜장면 맛이 기억나지 않는다. 1시간 동안 나는 대학교, 집안, 부모님 직업, 사는 곳, 형제, 남자 친구, 결혼계획 등등을 모든 사람들이 듣는 앞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신상 보고를 했다. 나 이외에도 기존 멤버들에게 너는 뚱뚱하다, 멍청하다 이런 인신공격의 대화들을 계속 이어갔다. 뭐지? 가족 같은 회사인가?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상황이 전개되는 대로 당했고, 식사 중에 반찬과 요리 독점에 대한 심술 또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 뒤돌아서 다들 맛있었니?라는 그의 물음에 밝게 웃으면서 일제히 ‘네’하고 헤어졌다. 저건 인신공격에 가까운 질문인데?라는 수위를 왔다 갔다 하는 대화들에 나만 생각이 많았다. 개구리가 처음부터 뜨거운 물에 들어가면 살기 위해 팔짝 뛴다. 하지만 서서히 따뜻해지는 물에는 뜨거운지 모르고 죽게 된다. 다들 이 상황과 횡포가 적응된 건가? 아니면 나만 이상한 건가?


나는 이 회사를 마지막으로 고용된 입장으로 ‘회사’라는 곳에 이골이 났다. 이직은 참 리스크가 크다. 회사와 연봉은 입사 전 협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상사와 팀 문화는 랜덤이다. 상사가 또라이면, 그 팀도 또라이를 수용하는 분위기가 된다. 괴롭힘 당하지 않고 살기 위해.

결국 퇴사를 결심하고 1년간 회사를 준비했고, 대략 1년 뒤 월급 이상의 부업 수익을 찍고 퇴사를 했다. 그땐 남과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 두려웠다. 가보지 않았으니, 이직에 실패했던 것처럼 내 결정이 맞는지 자신이 없었다. 과거를 돌이켜보니 잘한 결정이고 먹고살기 위해 비이성적인 공간에 나를 방치하는 건 너무 가혹했던 것 같다.


고민이 많이 되었다. 다들 잘 나가는 이야기만 말하는데 나는 최악의 이직과 실패담을 말하는 것이 올바를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 경험을 통해서 나는 사업자가 되었고 악을 품고 회사 밖에서 독립하기 위해 부업을 했다. 그리고 요즘 회사에 속하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지자 나는 무조건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먼저 나 자신의 심리를 객관적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 있고 그다음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은 속앓이를 할 확률이 많기에 당신만 그런 것 아니라는 것을 공감해주고 싶다. 새로운 연재를 해보려고 한다.


내용에 나와 있는 직책, 부서, 업무 등은 실체를 드러내지 않기위한 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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