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가는 마음이 동반된 반가움 = 달가움
새 학기 아침 등굣길에 엄마 손을 잡고 걷던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갑자기 학교를 향해 달려간다.
"안 늦었으니 걸어서 가자. 넘어진다. "
소용없는 말이다. 등굣길 저 앞에 유치원 때 친구, 1학년 같은 반 친구, 태권도 친구라도 만나면 그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간다. 학교를 기쁜 맘으로 달려서 가다니, 새털처럼 가볍고 명랑한 초등학생 1학년 어린이답다. 내가 근무하던 학교에서 만난 중학생들에게서는 지각이 아니고서는 학교에 달려가는 모습을 결코 본 적이 없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달리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아들이 넘어질까 염려도 되었지만 한편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매일 가는 학교가 달려가고 싶을 만큼 반갑고 즐거운 곳이라니, 달려가서 함께 하고픈 반가운 친구가 있다니! 저만치 달려가는 반가운 마음을 누가 막을 수 있으랴!
오후 하교 시간에 맞춰 교문 앞에 서 있으면 아들이 제 몸집을 반이나 가리는 커다란 책가방을 메고 실내화 주머니를 휘날리며 사랑하는 엄마에게 달려온다. 아침에 보고도 또 보고 싶었던 엄마에게 종알종알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달가운 인사다. 달가운 만남이다.
달려오며 반기는 아이를 보고 있노라니 마음에 잔물결이 일었다.
'나는 요 근래 반가운 마음으로 한달음에 달려가서 인사를 건넨 누군가가 있었던가?'
저 멀리 보이는 인연을 향해 마음은 반가워 달리면서도 눈이나 마주치면 하며 주저주저하는 행동. 그 안에는 나의 체면이 있을 것이고, 거기에는 상대가 나만큼의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어있을 것이다. 나이에도 몸에도 추가 달리지만 마음에도 추가 하나씩 매달려 저만치 달리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무게감이 있다.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고향 친구나 그리운 고등학교 은사님을 길에서 만나면 한달음에 달려가서 먼저 인사를 할까? 어제도 만나고 오늘도 만나는, 내일도 만날 사람에게 달려가며 반가움을 표현했던가?
달려가서 먼저 반갑게 인사를 할 만큼의 사이란 예상치 못한 뜻밖의 장소에서 우연적인 만남, 오래간만이라는 시간의 격차가 꼭 동반되어야 할까? 그동안 나눈 마음의 간격도 감안해야 할 것 같고, 관계의 깊이도 생각해야 할 것 같고... 미지근하게 여차여차 고민하다 못 본 척, 모른 척하며 반가운 인사를 놓치는 순간들이 생기는 게 참 묵직하게 나를 슬프게 한다.
문득
아이처럼 매일 가도 매일 만나도 미지근하지 않게, 달가운 마음으로
모든 것을 대하고 싶다.
복잡하게 여러 생각하지 않고,
달려가는 마음이 동반된 반가움!
달갑게 달갑게!
그렇게 나와 잇닿은 것들을 대하고 싶다.
오늘 만나는 누군가, 나와 이어진 모든 인연들에게 마음의 거리를 재지 않고 먼저 달갑게 인사를 나누어야겠다.
오늘 문득 보고 싶은 너에게 뜸 들이지 않고 먼저 달갑게 전화를 걸어봐야겠다.
마음에 닿은 반가운 글을 만났을 때 주저 없이 '좋아요'를 눌러야겠다.
반가워 달리는 마음을 애써 막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