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온전한 재미를 찾아서 재밌게 돋을새김
하교 후 집에 돌아온 아들과 식탁 앞에 마주 앉아 귤을 까먹었다. 나는 평소처럼 학교에서 재미난 일이 없었는지 아들에게 물어보았다.
'음... 재미있었어.'하고 한마디면 끝나는 녀석이 오늘은 귤향 베인 싱그럽고 흥미로운 눈빛으로 나에게 새로운 변화구를 던졌다.
"같은 반 누구와 누구가 사귄다더니 또 헤어지고 누구랑 누구가 사귄대. 또 누구는 누구를 좋아하고
근데 누구는 나보고 좋대!"
......
변화구를 읽었다. 마음속으로 연애가 궁금해지기 시작한 너. 연애를 사전에서 찾으면 재미가 없지. 연애는 엄마가 좀 아는데......
연애란
"정문에서 만나. 안녕!"
너의 하교시간에 맞춰 우리의 애틋한
아침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학교 정문 앞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다.
너와 똑 닮은 젊은 날의 그와 연애할 때처럼
기다림이 설레고 네 생각에 심장이 콩캉거린다.
덩치보다 큰 가방을 메고
어떤 표정으로 어떤 귀여움으로
엄마를 보고 달려와 줄까.
나는 사랑앓이 중인 게 분명하다.
요즘 부쩍 8살 된 너와 실랑이가 심했다.
받아쓰기 숙제로 서로 싸우고 토라졌다가
화해하고 안고 살을 비비고 뽀뽀하고...
지난밤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편지도 써서
너의 책가방에 넣어준다.
너는 1교시 쉬는 시간에 그것을 꺼내 읽다가 울컥했다고 했다.
내가 무척이나 사랑하는 존재 하나
네가 주는 별거 아닌 투정, 거부가
너무나 크게 다가온다.
나는 사랑앓이 중인 게 분명하다.
상대를 위한 말은 답답한 간섭이 되고
상대가 각자 자기 기준에 맞추기를
열렬히 원하는 게 연애이니
나랑 너는 분명 연애하는 게 맞다.
나는 엄마 마음을 몰라주는 어린 너한테 섭섭하고
너는 엄마 마음보다 너의 고집이 먼저이고.
엄마가 먼저 찐사랑을 시작할게.
나보다는 너의 마음과 성장 속도를 배려하고
너 그대로를 인정하는 사랑을 할 테니
너는 무럭무럭 자라서
엄마의 사랑을 알아주길
엄마를 이해해 주길
...
...
...
아니 몰라주어도 된다!!
아들과의 연애 종료 선언!
끝!
......
이것이 연애다.
넌 모를 거다.
우리가 열렬히 연애 중인 것을.
지금은 엄마 입에 먼저 상큼한 귤을 넣어주고
한 이불속에서 매일 슈톨렌 같은 달콤한 대화를 나누지만, 이 알콩달콩 연애가 끝이 나면
네 뒤에서 나 혼자만의 짝사랑이 시작되는 것을.
우리가 연애를 했던가 하는 시기가 올 것을.
오늘의 온전한 재미를 찾아서
재밌게 돋을새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