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한 밤, 메시지를 보낸 너에게

오늘의 온전한 다짐을 찾아서 빡세게 돋을새김

by 이을

야심한 밤, 아직 한방에서 같이 자는 아들이 적막을 깨우는 잠꼬대를 했다.


"나는 너 안 때리잖아! 너도 나 때리지 마!"


꿈을 꾸나? 가만히 잠결에 들어보니 낯익은 대사다. 오후에 우리가 나눈 대화의 한 토막이 소환되었다.

'내가 심하게 혼을 냈었던가? 화를 많이 냈었나?'


아들의 잠꼬대는 나를 번쩍 깨운다.




친한 친구에게 머리를 쥐어박히고 밀리는데도 우물쭈물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아들

" 친구 안 때리잖아. 친구 놀리지 않지?넌 다른 사람이 싫어하는 행동은 하지 않잖아! 그럼 앞으론 이렇게 말해! 나는 너 안 때리잖아. 그러니까 너도 나 때리지 마. 나는 너 안 놀리잖아. 그럼 너도 나 놀리지 마!"

이 말을 몇 번 반복시켰다. 우지도 못하는 아이. 이 말이 와닿지 않는 아들의 억울함이 나중에서야 보였다.

바른 네가 혼날 일이 아닌데,

네게 버럭 화를 낼 일이 아니었는데......




문득 오전에 받은 알림 메시지 한 통이 떠올랐다.

'지난달보다 휴대폰을 1시간 17분

더 사용하셨습니다.'

문자를 보자마자 이번 달을 돌아보며, 왜 이렇게 폰을 많이 사용했지 하고 반성을 했었. 휴대폰 사용을 좀 자제해야지 하고 다짐도 했었.


아이코.

아들의 잠꼬대는 나에게 온 알림 메시지다.

그날의 화냄 지수와 아들의 억울 지수,

칭찬 횟수, 안아준 횟수, 마음을 읽어준 횟수

짧은 찰나의 시간 그래프로 그려주는

알림 메시지. 족 솟은 그래프가 떠올라

안함에 눈을 질끈 감았다.


내가 아이에게 혼을 낼 때는 아이가 선을 넘을 때다. 무례함이나 규칙을 어기는 것, 위험한 것을 했을 때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아이의 다음 행동이 예측되어서 혼을 내고, 예측하지 못한 행동을 해서 혼을 내고, 아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내 화를 주체하지 못해서 다.




야밤의 심심(心心)한 반성문


너는 네 생각이 행동으로 보여 엄마에게 혼이 나지만, 오늘처럼 널 혼낼 때 누군가 내 마음을 여다봤다면

엄마게 큰 벌을 릴 것 같아.

엄마가 오늘 화내서 미안해.

......

네가 나중에 커서

엄마의 행동도 미리 예측하고

걸로 네가 나를 나무랄 날도 곧 겠지?

아. 생각만 해도 싫구나.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누워 자는

아들 곁에 앉아 물끄러미 아들을 들여다았다.

머리카락도 쓰다듬고, 길어진 다리에 올라간 내복도 끌어내려주고, 괜스레

보들히 볼을 비비다 곁에 누웠다.


넌 모를 거다.

야심한 밤, 메시지를 보낸 너에게

나도 한 밤마다 네 곁에 누워

온기 가득한 사과의 성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을.




오늘의 온전한 다짐을 찾아서
빡세게 돋을새김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