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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는다 Aug 23. 2020

미니멀라이프로 가는 길 (1)

돌고 돌아 간소화주의로

닥치는 대로 장바구니에 담아 망설임 없이 결제하던 생활은 이제 오래전 일이다.

아 먼저 이건 <책> 이야기다. 옷 등 기타 이야기는 지금이 아니다.


20대 후반부터 한 팔 년 정도. 당시에는 안정적이라고 착각했던 직장에 다닐 때의 습관이었다.

늘 인터파크 도서의 우수 회원이었고 그 덕분이었는지 <작가와의 데이트> 같은 이벤트에 응모하면 잘 당첨되는 행운을 누렸다.

2010년이 피크가 아니었을까. 박완서 선생님과 강남의 한 극장에서 영화를 보았던 그해 여름. 그날 우리들이 함께할 수 있었던 매개 책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마지막으로 그해 겨울 선생님은... 별이 되셨다. 

그리고 몇 달 지난 겨울에는 문학동네 주최로 <내 젊은 날의 숲>을 내보내신 김훈 선생님과  광릉의 국립수목원으로 가서 하루를 보내다 온 적도 있다. 이건 다 다시 못 할 자랑질, 과거의 영광이다.

왜냐하면 지금은 이벤트 응모는커녕... 책을 잘 안 사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동네 책방을 열었고 2년 만에 폐업했다. 물론 그 기간을 순전하게 <책방 일>에만 매진하였던 것은 아니다. 아니, 아실지 모르겠는데 그랬다가는 굶어 죽을 수도 있다. 오픈한 지 두 달 만에 아 이거 망하는 길로 들어왔구나 깨달았으나 약정한 2년을 채우고 싶은 오기가 발동했다. 늘 회사원이었지만, 자영업자로서 카페 혹은 책방 혹은 북카페든 뭐 한 가지를 운영해보는 것이 버킷리스트 가운데 하나였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사실 난 마음먹은 부분은 꼭 채우고 지나가는 (어리석은) 편이라. 종국의 목표 달성, 성공 여부를 떠나서 말이다.


과거 출판사 이력 덕분에 알음알음 들어오는 디자인 외주 일을 넙죽넙죽 받아서 해나갔다. 내 인생의 춘궁기에 나를 먹여 살려주신 분들, 그분들의 이름은 여전히 가슴속에 아롱사태...  아로새겨져 있다. (더불어 힘든 시절을 더 임팩트 있게 만들어준 당시 전남친은 여전히 용서 못.... 아, 아니다 난 다 잊었다)


지인 챤스를 이용해 작가님들 모셔다 "초상화 그리기" "뉴욕 여행기"같은 이벤트의 장도 열어보았고  "독서 모임", "인디자인으로 책 만들기 클래스"처럼 수수료 들지 않고 나 자신을 자본으로 하는 돈 되는 일들은 다 했다. 어디 그뿐인가. 겨울엔 유독 일이 많은(즉 일자리가 많은) 인쇄업의 생리를 아는지라, 충무로나 홍대 쪽으로 아예 책방 문을 닫고 출퇴근을 하며 갑갑함을 해소했다. 출퇴근을 하는 쪽이 돈도 더 되지만 새로운 환경에서의 두어 달 간 월급쟁이 코스프레(알바)는 짜릿한 것이어서 그 나머지 책방 라이프의 무료함을 달래주고 자존감을 높여주었다.

어찌어찌하여 24개월 동안 한 번도 흑자였던 적 없는 책방 월세도 내고 내 생활비를 벌며, 그렇게 2년을 보냈다. 버텼다.


앞뒤로 방황까지 세트로 묶어 삼사 년 정도.

고군분투하다가 훌쩍  많아져 버린 나이. 나의 생각과 태도는 변했다.

이전 방식으로는 더 이상 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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