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만 있고 출구는 없는 커뮤니티에 대해서
#기획자의 발견노트
재구매율, 커뮤니티에서도 가장 중요한 지표일까?
전부터 한 번은 꼭 정리해보고 싶은 질문이 있답니다. 모든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하다 여겨지는 지표인 재구매율이 커뮤니티에서도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되어야 하는가? 란 질문.
왜냐하면, 제가 경험하고,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커뮤니티에선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되어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물론 재구매율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랍니다.
다만 ‘지속가능한 커뮤니티’가 되기 위해서 재구매율보다 더 우선해야 할 지표들이 있지 않을까?
그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답니다.
-
모두에게 ‘가장 좋은 커뮤니티’는 존재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해본다면, 전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모두에게 가장 좋은 커뮤니티를 지향할수록 그 커뮤니티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핵심 경험’을 흐리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커뮤니티에 참여했던 멤버가 핵심경험에 있어 어려움을 제기한다고 할지라도 말이죠.
-
가상의 상황, 한 달 살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가상으로 하나의 상황을 떠올려봅니다. 서울에서 벗어나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어느 지역에서 진행하는 ‘한 달 살기’ 프로그램에 참여합니다.
하지만 막상 살아보니, 서울을 벗어난 삶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오히려 서울에서의 삶이 더 좋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한 달이 끝나갈 무렵, 프로그램 운영자가 제안합니다.
“다음 달까지 서비스로 해드릴 테니, 한 달만 더 살아보는 건 어때요?”
“조금 더 살아보면 분명 생각이 달라질 거예요”
처음엔 호의에 감사하며, 한 달간의 삶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설명하기 힘든 불편함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서울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홀로 온전히 있는 시간이 필요해서였는데, 점점 사람들과의 관계가 깊어지며 그 시간이 사라져만 갑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친절하고 저에게 잘해주지만, 그 친절함이 오히려 부담으로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급기야 여기에 정착하라며 좋은 매물이 나왔다는 제안까지 받게 됩니다. 그러곤 홍보 콘텐츠에 이렇게 적힙니다.
프로그램 재구매율 100%, 한 달 살기를 통해
정착까지, 서울을 벗어난 삶, 한 번 경험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조금 과장해서 적어본 예시지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재구매율을 위해 입구만을 만들어놓고 출구를 단단히 막아놓는다면, 그게 과연 커뮤니티에게도 구성원에게도 좋은 기획일까? 하는 생각 말이죠.
-
재구매율이 최우선 지표일 때 무엇이 문제일까?
물이 흐르지 않고 고이면 보다 쉽게 썩는 것처럼, 재구매율을 최우선 지표로 삼았을 때 커뮤니티는 정체되지 않나 싶답니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새로운 관점과 생각, 가능성까지 닫히게 되니까요.
개인적으론 기존 멤버가 40% 정도로 유지되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 않나 싶지만 이는 커뮤니티의 유형 따라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겠지요.
여기서 중요한 건 숫자보다, 커뮤니티를 머물러야만 하는 공간이아닌 흐를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구조화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닐까 싶답니다.
-
그렇다면, 커뮤니티에서 더 우선해야 할 지표는 무엇일까?
질문을 던지니, 인류가 생기고 가장 먼저 생겨난 커뮤니티인 ‘가족’이 떠오르더군요. 아이가 막 태어난 가족의 핵심 역할은 무엇일까요? 전 ‘아이의 자립을 돕는 것’이라 봅니다.
언젠가 부모가 사라질지라도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죠. 그게 가장 먼저 생겨난 커뮤니티의 핵심 역할이자 본질이라 생각해요.
저는 커뮤니티 서비스 역시 이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지않는다 생각합니다. 어떤 커뮤니티든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선택한 본질적 욕망은, ‘자신이 선택한 세계관 속에서 잘 살아가고 싶어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커뮤니티 기획자가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재구매를 만드는 것이 아닌, 커뮤니티 구성원의 자립을 돕는 것이라 생각하고, 잘 자립할 수 있도록 같은 세계관 속에서 살기로 한 동료들끼리 서로를 발견하고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것 까지가 커뮤니티의 핵심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
마무리하며, 무엇을 발견했는가?
이번 질문을 통해, 저는 커뮤니티란 공간을 다시 정의하게 되었답니다. 커뮤니티는 머물러야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흐를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이죠.
그렇기에 재구매율은 커뮤니티가 제 역할을 다했을 때 결과로 따라올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선 안된다 느꼈답니다.
나아가 커뮤니티를 통해 스스로 선택한 세계관 속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가능성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동료를 발견하고 연결되도록 돕는 것 또한 중요한 요소란 것까지 말이죠.
-
함께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① 지금 운영하고 있는 커뮤니티를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흐르는 공간’으로 인식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바꾸게 될까요?
② 그 변화 속에서, 당신은 커뮤니티의 지속가능성을 어떤 지표로 판단하게 될까요?
기획자의 발견노트란?
커뮤니티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며 그 과정에서 발견한 생각을 기록하는 콘텐츠입니다.
정답을 말하기보다는, 커뮤니티가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질문을 던지고 지금의 관점을 공유합니다. 이 글을 읽으며 각자의 커뮤니티를 한 번 더 돌아보고, 함께 생각을 키워나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