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질문노트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2026년 1월 1일 목요일
평소보다 조금 이른 아침, 새해가 되었지만 ‘설렘’보단 ‘불안’의 감정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갑작스레 밀려든 불안의 정체를 확인하고자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적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적다 보니 ‘불안의 정체’가 조금 선명해집니다.
“나 이 일 계속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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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시작점. 언제부터였을까?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봅니다. 2022년 봄이 되어갈 무렵까지. 제가 ‘직장인’으로 살았던 마지막 연도입니다. 마지막 직장을 나오게 된 것 또한 자의가 아니었기에, 가장 무력감을 크게 느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제 짧은 인생 속 ‘암흑기’를 뽑으라면 이때를 망설임 없이 선택할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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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한 달리기, 살기 위한 글쓰기
당시 무력감을 너무나도 크게 느껴서였을까요? 뇌에서위험 신호를 보낸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너 정말 죽을지도 몰라’라고 말이죠. 그래서 하루를 정말 엉망으로 보내더라도 꼭 했던 2가지가 있었습니다. 달리기와 글쓰기
살고 싶어 달렸고, 살기 위해 썼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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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고립의 시간, 1년
거의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사람을 극단적으로 만나지 않던 시기. 그리고 이때 지금의 성격, 극단적 내향성과 회피형의 뭐라 말하기 힘든 조합의 성격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때 그나마 잘한 게 있다면요. 달리기는 100일을 달린 후 꾸준하진 못했지만, 글은 계속 썼다는 거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란 감정보단 ‘이것마저 없으면’이란 감정에 가까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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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나 좀 살려줘의 외침. 첫 결제.
이 당시의 글을, 지금의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 본다면요. “나 좀 살려줘”의 외침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외침이 조금 닿았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우연히 지나가는 이들에게 말이죠.
그리고 이때부터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으로 연결되기 시작합니다. 마지막 직장에서 퇴사 후 1년이 지나서야 사람들과 연결되기 시작했고, 이때 처음으로 제가 처음부터 기획한 무언가로 돈을 벌어봅니다. 첫 결제가 이뤄졌던 때를 돌이켜보면 그때만큼 도파민이 돈 적이 없을 정도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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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협업,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다.
그렇게 첫 결제가 이뤄진 후, 온/오프라인 모임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또 다른 연결고리가 생기더군요. 헙업 제안. 당시 크리에이터를 위한 모임 플랫폼을 운영하던 곳이었는데, 모임 기획을 처음 해보는 이들을 위한 질문지 기획의뢰 했었답니다.
그렇게 함께 작업하며, 발견하게 된 사실 하나는요. 모임을 기획하고 싶은 이들의 시작점은 ‘내가 정말 좋았던경험을 나누고 싶어서, 혹은 스스로 너무 어려웠던 일을 함께하는 사람들은 경험’하지 않았으면 해서란 마음으로 시작한다는 거랍니다.
나 혼자가 아닌 우리를 생각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때부터 생각했답니다. 이런 이들이 보다 마음을 많이 나눌 수 있도록 잘 나눌 수 있도록 도우며 살아가고 싶다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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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정체기 생존과 본업사이 그 어딘가.
그러곤 이때부터 이런 마음들을 담아 글을 쓰기 시작했고 조금 더 본격적인 제안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커뮤니티를 함께 만들어가 보지 않겠냐는 제안.
그러곤 꽤 긴 시간 정체기에 들어서기도 한답니다. 생존과 하고 싶은 일 사이 무엇도 제대로 선택하지 않고 회피하며 낭비했던 시간이 꽤나 길었거든요. 커뮤니티 기획자로서 일하고 첫 1년은 수입이 거의 0원에 가깝기도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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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첫 질문으로, 이 일 계속할 수 있을까?
실제로 해보니 깨닫게 된 사실 하나가 있다면요. 커뮤니티 서비스를 상품으로만 본다면, 투자대비 수익률이 극단적으로 낮은 상품이란 거랍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제가 이 일로서 벌 수 있는 상한선도 정해져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답니다. 전 커뮤니티 서비스를 단순 상품이 아닌 관계 자산을 쌓아갈수 있는 매개체라 생각하기에 더 큰 부가가치가 생겨난다 보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가치들은 ai가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계속하고 싶은 이유.
사실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답니다.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죠. 전엔 이 나이를 먹고도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계속하다 보니, 각자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걸 알게 되더군요. 저보다 나이 많은 분들도 심심찮게 만나기도 했고요.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이런 이들이 조금 더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역할은 없을까 하고요.
각자의 삶을 살아내느라 바쁜 이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키워갈 수 있도록 말이죠.
나아가 ‘우리’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귀해진 세상 속에서, 그 마음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어 졌습니다.
그래서 이 일을, 정말 한 번 잘해보고 싶어 졌습니다.
아무도 쉽게 선택하지 않았던 길이기에, 어쩌면 그 안에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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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해 보기
Q. 혹시 여러분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지금의 생계’가 아니라 ‘앞으로의 나’를 설명하는 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이 업을 계속하기 위해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변화는 무엇일까요?
기획자의 질문노트란?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질문을 함께 붙잡아보는 기록입니다. 커뮤니티 기획자로서 일하며 마주한 고민과 질문을 정리하며, 그 과정 속에서 지금의 생각을 솔직하게 적어 내려갑니다. 이 질문들이 독자분들 각자의 일과 선택에도 하나의 질문으로이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