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키모토라는 브랜드를 처음 접한 것은 아주 어릴 적 TV 속이었다. 그때만 해도 미스 코리아나 미스 유니버스를 TV로 생중계해주던 시절이었는데, 한국 대표를 응원하며 미스 유니버스를 열렬히 시청하던 중, 인터미션 마다 등장하는 브랜드 광고가 있었으니, 바로 진주계의 1인자, 미키모토였다.
이제서야 알고보니, 미키모토는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미스 유니버스의 공식후원사로, 최종 우승자의 왕관을 제작했던 것이다.
미키모토의 이 왕관은 지위와 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봉황이 날아오르는 모양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당시 돈으로 25만 달러, 한화로 2억 3천만원 가량으로, 다이아몬드 800개와 진주 120개가 촘촘히 박혔다고 하니, 왕관은 쓴 자는 말 그대로 그 무게를 견뎌야 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그때 난 결심했다. 언젠가 먼 훗날, 세계 각국의 미인들조차 탐내는 진주를 미키모토에서 살거라고. 아직은 그 먼 훗날이 오지 않았는지, 미키모토에서는 마스크팩밖에 사보지 못했지만, 어릴적 기억이 남아 나는 지금까지도 공항에서든 해외에서든 미키모토를 보면 야망이 샘솟는다.
사실 진주는 몹시 까다로운 녀석이다.
오죽하면 보석계의 개복치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그건 바로 다이아몬드 같은 다른 광물 보석과 달리, 진주는 살아숨쉬는 조개의 품속에서 탄생한 유기물 보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조개가 불순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기제다. 살아있는 조개 속으로 이물질이 들어오면 그 이물질이 자신을 해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껍데기를 형성하는데 필요한 성분을 분비해 이물질을 둘러싸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한겹 두겹 조개껍데기 성분이 쌓여서 진주가 된다.
결국 진주는 기본적으로 단백질과 탄산칼슘이라는 조개껍데기와 동일한 성분으로 이뤄진 셈이다. 조개찜을 먹어봤으면 알겠지만, 조개껍데기는 정말 약하디 약한 존재다.
이처럼 진주는 다른 보석에 비해, 더 유난한 관리를 요하기 때문에, 자칫 방치했다가는 봉변을 당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간단하게 진주 관리법을 알아보자. 관리시 염두에 둘 것은 진주의 주요성분이 탄산칼슘과 단백질이라는 것이다.
우선, 착용 시에 유의할 점이다. 앞서 보았듯 진주는 개복치만큼 주변 환경에 취약한 보석이라서, 거의 모든 것에 조심을 기해야 한다.
진주는 직사광선, 열, 화학성분, 산성에 모두 유약하다. 그러니 착용하고 열에 노출될 수 있는 사우나나 열탕에 가는 것은 금물이고, 식초나 과일즙이 묻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좋다. 땀이 많이 흐르는 한여름 야외착용은 피하는 것이 좋고, 화장품이나 향수가 묻지 않도록 화장을 끝내고 향수를 다 뿌린 후에 마지막에 착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건 뭐,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것 같지만, 막 쓰다보면 흠집이 쌓여 진주가 망가지는 봉변을 당할 수도 있으니, 그만큼 신경을 쓰고 조심스레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세척 및 청소법이다.
착용을 마친 후에는 항상 광천으로 가볍게 닦아서 이물질을 제거한 후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닦을 때 진주목걸이 같은 경우 한번에 문지르기보다는 한알 한알 닦아주는 것이 마모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물에 세척을 할 경우에는 염소성분이 들어있는 수돗물을 쓰지 말고 또 비누를 쓰지 말고, 미지근한 정제수에 중성세제를 쓰는 것이 좋으나, 잦은 세척보다는 닦아주는 것이 더 낫다.
마지막으로 보관 시에 유의할 점이다. 진주는 열로 인해 손상되기 쉽기 때문에,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너무 건조한 곳에서는 표면이 갈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습기가 있는 곳에 보관해야 하고, 은처럼 비닐백에 넣어 보관하는 것도 금물이다. 게다가 직사광선에 오래 노출되면 노랗게 변색될 수 있으니, 그것도 조심해야 한다. 다른 광석류 보석과도 함께 보관하지 않아야 한다.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같은 보석은 강도가 높기 때문에, 단단한 보석에 스치면 비단결 같은 진주의 결에 흠집이 나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진주는, 그 어떤 보석보다도 우아하고 고상하다.
그저 화려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은은하고 온화한 빝깔이 품어내는 깊이 있는 색감을 살피자면, 진주야말로 진정한 품격이 느껴지는 보석이다.
백조는 수면 위에서 보면 고고하고 우아하게 헤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그 도도함을 유지하기 위해 작은 두 발로 얼마나 열심히 발길질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까다로운 진주 관리법을 되새기다 보면, 아무래도 진주가 뿜어내는 우아함은 그저 가질 수 있는게 아니라, 백조와 같은 부지런함을 각오할 때에서야 만끽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주기 위한 자연의 섭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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