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nnie Sep 29. 2015

8화. Scone  & Cream Tea

스콘과 크림티, 그 달달함에 대하여.

영국은 전통적으로 오후 3~4시 경이되면 차를 마시는 분위기가 여기저기에서 조성된다. 그  유명한 애프터눈 티 타임 (Afternoon Tea)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들에게 결코 차를 마시는 장소는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나른한 오후에는 어디서든 차를 마시며 여유롭게 오후 시간을 즐긴다. 작년까진 나도 그 곳에서 여유롭게 차를 마시곤 했는데.... 갑자기 사무치게 그립다. 이번 편에서는 캐주얼하게 나른한 오후에 생기를 주는 스콘, 그 달달함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련다.


나는 스콘을 국제 학생 모임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영국 대학생들이 외국 학생들을 모아 놓고 영국 문화 및 음식에 대해 소개하는 순서에 스콘 시식이 있었다. 그들은 스콘이라는 귀엽게 생긴 빵을 반으로 갈라 그 위에 딸기쨈과 이름 모를 흰 크림을 엄청나게 듬뿍 발라서 먹는 시범을 보였다.


흥미롭게도 나를 포함한 한국 학생들은 그 광경을 지켜보는데..

그들의 표정을 보니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듯하다.



어떻게 저렇게 많이 발라서 먹을 수가 있지...



그 날 내가 본 바로는 영국, 유럽 학생들은 쨈과 크림을 듬뿍 올려 먹는데 반해 한국 학생들은 너 나할 것 없이 아주 조심스럽게 바르는 상반된 모습이 연출되었다. 하지만 오래 되지 않아 스콘 먹는 취향이 금방 바뀌고 만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확실히 스콘은 쨈과 크림을 듬뿍 바를수록 맛있다. (그러니 영국에 오면 살이 찌나 보다.)


 곧 More Jam and  Cream!!이라고 외칠 테니까...

칼로리가 염려된다면 먹지를 말자.



나는 애프터 눈  티 보다는 스콘과 크림티를 선호한다. 왠지 애프터눈 티는 뭔가 잘 차려입고 먹어야 할 것만 같은 그런 불편한 느낌이 든다. 나에게 있어서는... 그런데 반해 스콘과 크림 티는 언제나 먹을 수 있는 오래된 연인 같은 편안함이 있다. 나의 만남 공식에서도 스콘은 빼 놓을 수 없는 영국 음식이다. 상대방이 마음에 들면 나는 차 혹 커피보다는 보통 스콘이 맛있는 카페를 가자고 권한다. 그 이유는 뱃속을 기분 좋게 채우면서 이야기를 꽤 오래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다지 배가 고프진 않지만 뭔가 먹어야 할 때에도 스콘과 크림 티는 탁월한 메뉴임에 틀림이 없다.



스콘은 영국에서 차와 자주 등장하는 빵이다. 가정에서 쉽게 만들어 먹기도  할뿐더러 대형마트에서도 어디에서도 살 수 있다. 특히 내가 살던 동네에는 현지인은 물론이고 여행객들이 꼭 들리는 아주 유명한 Tea room이 있었다. 캔터베리에 있는 Tiny Tim's Tearoom이다.


원래 처음 이 곳 티 룸이 개업을 했을 당시에는 멋진 주인 아저씨가 직접 턱시토를 입고 문 앞에서 손님들을 맞이했다고 한다. 키가 크고 무척 멋있으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손님들이 많을 때에는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하는 이 곳은 내부가 크게 넓지 않아 6명 이상의 일행은 아예 받지 않고 있다. 특히 스콘이 너무 유명해서 금세 동이 나는 바람에 폐업 시간보다 일찍 문을 닫아버리는 일도 잦다.




나도 그렇게 유명하다는 스콘을 먹으러 간 적이 있다. 그런데 나는 살짝~ 실망을 했다. 기대가 너무 컸나 보다.  상당히 심플하고 오래되어 군데군데 부서진 흰 색 주전자와 찻잔이 내 눈앞에 제공되는 게 아닌가? 거기에다가 정말 볼품이 없어 보이는 삼단에 떡 하니 올려져 있는 돌멩이 같은 그저 딱딱해 보이기만 한 스콘 두 개...



이 곳 스콘을 먹으면서 입맛의 다양성에 놀랐다. 소문이 자자하도록 맛있어서 매일같이 금방 동이 나는 스콘이 나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너무 딱딱해서 이가 아프고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다. 아침에 구워서 나온 스콘이라서 그런지 점심에 먹으면 별로인 듯.... 어디까지나 내 입맛이라는 것.....


내가 정말 맛있게 먹었던 스콘은 다름 아닌 스코틀랜드 여행 시 에든버러에 있는 카페에서 아침에 막 구워나온..아직도 그 때의 스콘 향을 잊지 못한다. 겉은 비스킷처럼 바싹하면서도 안은 부드러운 카스테라같다. 그 곳에 꼭 다시 가보리라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


스코틀랜드에서 먹은 막 구운 스콘의 맛은 일품!!



참, 스콘에는 쨈과 함께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있는데, 바로 크로티드 크림(clotted cream)이다. 크림 깡패라고 이름을 붙여도 아깝지 않다. 아주 단 맛이 기분 좋게 만든다. 처음 맛을 본 순간 이렇게 맛있는 크림이 있음에 놀란 나머지 이름이 뭔지 물었던 기억이 난다.



스콘과 크림 티 세트는 두 사람이 함께 시켜먹어서 더욱 좋다. 특히 주말에는 늦잠을 자고 나와 신랑과 여유롭게 스콘과 크림 티를 나눠 먹으면 참 행복하다. 스콘과 크림의 달달함에 취해 신랑이 그 날은 사랑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그 시간을 이용해 신랑과 못다 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확실히 단 것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단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신랑도 스콘 만큼은 쨈과 크림을 듬뿍 발라서 먹는다. 단맛이 너무 강하다 싶으면 부드러운 크림 티로 입가심을~~ 이보다 더 좋은 순간이 어디에 있을까라는 착각까지... 스콘과 크림 티는 언제 먹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아주 오래간만에 만나도 항상 옆에 있었던 것처럼 익숙한 그 느낌이니까...


귀국 후 나는 스콘과 크림이 먹고싶어 영국 향수병에 빠졌다. 결국 백화점에서 스콘과 크로티드 크림을 사오자마자 신랑도 안 주고 혼자 허겁지겁 먹었다.  내가 알던 그 맛이 아니다.  아마도 누군가와 여유롭게 즐기지 못해 그런것이 아닌가 싶다.


영국 아줌마가 직접 만든 홈메이드 스콘


그래서 나는 스콘과 크림 티 세트를 누군가와 늘 함께 나눠먹고 싶다. 마치 나와 상대방을 아주 가깝게 만드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만 같다. 스콘과 크림티의 달달함에 우리는 취하나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7화. Curr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