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s in Psychology에 재미있는 리뷰논문이 발표되어 소개하고자 한다.
의식 연구와 관련된 여러 문제들을 요약 정리한 논문인데,
모든 과학적 연구는 잘 정의된 질문에 대한 합의로부터 출발하므로,
이를 체계적으로 엮고 정리했다는 점에서 이 논문은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말 그대로 의식이라는 용어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이다.
일반적인 연구 대상과는 달리 의식은 인식의 대상이 아닌 주체이므로,
그것을 3인칭적인 언어로 표현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나'와 '너'의 의식이 같은지 알 수 없으므로, 의식을 정의하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우리의 정신세계는 갖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장미의 빨간 느낌, 향기 그 자체를 '감각질'이라 부르는데,
현상학적 요소란 (음파나 전자기파가 아닌) 우리가 느끼는 소리와 빛의 느낌, 즉 감각질과 같은 말이다.
인간의 의식은 분명히 여러 현상학적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우리는
와 같은 질문들을 던질 수 있다.
이 문제는 나의 의식에도, 타인의 의식에도 적용된다.
나의 의식은 내 모든 인식의 주체이기도 하면서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명상을 하는 나는 내가 무엇을 의식하는지를 의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의식 연구는 철학의 전통적인 인식론 문제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이 질문은 다음의 두 가지 하위 질문으로 나뉠 수 있다.
데카르트는 뇌의 송과샘에서 영혼과 육체가 만난다고 생각했다.
일부 학자들은 양자역학의 관찰자 문제가 의식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물리 세계의 형성에 의식이 인과론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기도 한다.
전통 생물학자들은 물리계는 그 자체로 닫혀 있다고 보며, 의식의 인과적 효용성을 부정한다.
이는 동물 의식 문제와 직결된다. 인간에게 의식이 있음은 확실한데,
도대체 어느 수준의 동물까지 의식이 있는지, 식물이나 광물, 기본 입자들의 경우는 어떠한지,
주관적 경험을 객관적으로 옮겨올 수 없는 이상 이 문제는 추측과 비유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상태가 의식이라고 믿는 이들은 우주 만물에 의식이 있다는 범심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는 그 가치의 종류에 따라 다음의 세부질문으로 나뉠 수 있다.
- 인지적 가치: 의식을 지닌 존재만이 가질 수 있는 인지적 능력은 무엇인가?
- 인식적 가치: 의식을 지닌 존재가 알 수 있는 지식은 무엇인가?
- 도덕적 가치: 의식을 지닌 존재는 어떠한 도덕적 지위를 가질 수 있는가?
- 미학적 가치: 의식을 지닌 존재는 어떠한 미적 가치를 가질 수 있는가?
오늘을 살아가는 인류는 물리세계에 대한 지식에 비해 내면세계에 대해서는 몰라도 너무 모른다.
수백년이 지난 뒤 지금을 돌아보면, 그야말로 암흑 시대처럼 느껴질 것이다.
내가 확실하는 것은 철학적, 사변적으로만 느껴지는 위의 질문들이
과거에 자연철학이 그러했듯 장래에는 제각기 과학의 몫으로 환원되어 이해되고 응용될 거란 것.
그때가 오면 번개는 피뢰침으로 막아내고 그 힘을 잘 제어해서 반도체를 만들어낸 것처럼
우울증이나 중독, 비만, 치매 등과 같이 현대인을 괴롭히는 각종 정신질환들이 해결되는 것은 물론이고,
정신의 힘을 잘 응용해서 진정한 내면의 행복과 개개인의 높은 성취가 가능해지지 않을까.
고작해야 마음챙김이나 명상 정도에 머무르는 현대인의 의식 다스리기 기술이
과학적으로 체계화될 그 날을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