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태욱 Sep 07. 2021

‘베일리’가 4번의 삶을 거쳐 ‘에단’에게 오기까지

베일리 어게인 - w. 브루스 카메론(페티앙북스)


개의 눈을 보면 “얜, 도대체 해준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나를 좋아하지?”라는 생각이 든다. 말 안 듣고 사고 칠 땐 화나서 혼내다가도 애정 어린 눈망울을 보면 미안해서 마구 쓰다듬어준다. 나는 현재 집에서 개를 키우진 않고 일터에서 함께 일한다. 이제 4년차 핸들러로 파트너 개가 은퇴하면 데려오고 싶은 예비 반려인이다. 하지만 반려인이 되긴 어렵다. 좋은 환경은 필수고 개를 키울 수 있는 역량도 갖춰야한다. 그 노력으로 꾸준히 책을 보며 공부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예비 반려인과 반려인, 그리고 개와 함께 하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까지 알면 좋을 내용들이 많았다. 내가 좋은 핸들러 겸 반려인이 되기 위한 노력들이 여러분께도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베일리 어게인>은 전생의 기억을 가진 채 환생해 4번의 삶을 살게 된 개 이야기다. 개가 화자인 소설이며 영화로도 나왔다. 2014년 대학생 때 처음 읽으며 좋은 반려인과 핸들러를 꿈꿨다. 두 번째 삶에서 ‘베일리’라는 이름은 ‘에단’이 지어줬는데 둘은 현실적이면서 행복한 반려인과 반려견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제이콥’과 ‘마야’는 경찰견 핸들러다. 세 번째 삶에서 ‘엘리’라는 이름으로 경찰견과 핸들러의 모습을 보여줬다. <베일리 어게인>을 읽으며 개를 키우고 싶었고, 핸들러 일을 하고 싶단 생각을 계속 했다.


 최근 다시 읽으면서 단순히 개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보다, 준비 없이 개를 키우면 벌어지는 상황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장면에 집중하게 됐다. ‘세뇨라’는 들개였던 ‘토비’와 가족들을 데려와 ‘토비’라는 이름을 준 사람이다. 그러나 자기가 주인 없는 개들을 데려오지 않으면 다 죽는다고 믿는 여자다. ‘세뇨라’의 보호소는 불법이라 폐쇄당하고 개들 대부분은 안락사 당한다. ‘트럭운전수’는 강아지 ‘베일리’를 주웠지만 트럭에 방치하다 열사병으로 죽일 뻔 했다. ‘에단’의 이웃이었던 ‘테드’는 ‘베일리’를 포함한 개들을 괴롭힐 장난감으로 여겼다. ‘데릭’은 여자친구한테 줄 선물로 ‘버디’를 샀고 귀여운 애완견이 필요했던 여자친구 ‘웬디’는 ‘버디’가 자라자 방치하다 엄마 ‘리사’에게 떠넘긴다. 말뚝에 묶여 살게 된 ‘버디’는 리사의 남자친구인 ‘빅터’가 총을 쏘려다 유기해 버림받는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려면 개에 대해서 알아야한다.  


 첫째, 개가 어디서 오는지 알아야한다. ‘베일리’는 4번의 삶에서 매번 다르게 태어난다. ‘토비’일 땐 들개로, ‘베일리’일 땐 번식장에서 태어난다. ‘엘리’일 땐 경찰견으로, ‘버디’일 땐 챔피언을 양성하는 고급 번식장(전문켄넬)에서 태어난다. 개가 어디서 태어났는지 아는 건 개의 삶뿐 아니라 개를 데려오게 될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적어도 부모견과 함께 한 시간이 있고 키우는 사람이 관심을 많이 주는 곳에서 데려와야 한다.


 둘째, 견종을 알아야한다. ‘베일리’는 순서대로 믹스견과 골든 리트리버, 저먼 세퍼드, 블랙 래브라도 리트리버로 태어난다. 골든 리트리버인 ‘베일리’가 ‘에단’과 함께 살 때 구두를 씹고 부엌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그러나 ‘에단’의 조부모가 계신 농장으로 갔을 땐 집안을 어지럽히는 사고는 치지 않는다. 밖에서 충분히 호기심과 활동량을 해결한 덕분이다. 외형보단 특성을 알아야한다. 사냥개로 교배된 비글을 아파트에서 키우거나, 더운 지역에서 허스키를 키운다면 서로에게 아주 힘든 상황이 벌어진다.


 마지막으로, 나는 무얼 위해 개를 키우려고 하는지 고민하고, 개의 입장에서 생각해야한다.


 “둔돌이로 사는 것보다 재미는 없었지만 내가 왜 이 동물, 그러니까 사람에게 첫눈에 확 끌렸는지 알 수 있었다. 내 운명이 이들과 뗄 수 없을 정도로 얽혀있기 때문이다."(p.330)


개의 운명은 사람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감정과 생각을 가진 살아있는 존재와 10년, 20년 넘게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개와 함께 하려면 큰 책임이 필요하다. 개와 함께 할 미래를 미리 그려봐야만 한다.


 <베일리 어게인>을 통해 반려인이 알아야할 내용들을 간접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장점이 많지만 아쉬운 점도 있긴 하다. 개의 눈으로 소설이 진행되는데 너무나 인간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베일리’는 개인데도 다른 개의 행동과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직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따라서만 생각하고 행동한다.


“나는 사람들과 함께 살며 그들에게 봉사하는 것이 유일한 삶의 목적이라는 것을 배운 개였다.(p.358)


“착한 개의 삶의 목적은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었고 그들이 살면서 어떤 길을 가든 그 옆을 항상 지키는 것이다.”(p.412)


사람에게 봉사하고 항상 옆을 지키는 것이 개가 태어난 목적은 아니다. 너무 인간중심적인 사고로 개를 의인화하지는 말자. 개를 사람과 같은 생명으로 아끼고 존중하되, 개와 사람은 ‘종’이 다르다는 걸 이해해야한다. 상대를 알면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하면 사랑할 수 있다.


 “내 삶의 목적은 에단을 사랑하고 에단에게 사랑받고 에단을 기쁘게 해주는 것이 전부였다.”(p.220)


“그 순간 이번 내 삶의 목적이 단지 ‘찾기’만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삶의 목적은 ‘구하기’였다.”(p.394)


오직 ‘에단’이 삶의 목적이라는 ‘베일리’는 결국 ‘버디’가 되어 ‘에단’을 ‘찾고’ ‘구하기’를 하러 온다. 사람이 개를 고른 게 아니라 개가 우리를 선택했다. 개와 함께 한다는 것은 서로의 선택이 만들어 낸 사랑이다. 그 사랑은 바로 가족이다. 가족에게는 책임을 다 할 수 있어야 한다.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처음 만났던 순간, 그리고 떠나보내는 마지막 순간, 그리고 그 사이에 있었던 모든 시간을 떠올릴 수 있을 만큼’ 함께 하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개를 키운다는 건, 책임을 진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