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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태욱 May 23. 2022

설움

기침감기가 서러웠던 옛날을 생각나게 만듭니다.


삼 년 전 이 맘 때에, 신선한 가을바람에

7, 8월 그 무더운 두 달 동안 그 고된 훈련에 많은 땀과 피를 흘렸던 강춘송이란 훈련병은


다시 한번 강조하는 신선한 가을바람에 심한 기침감기를 앓아 며칠 내내 밥을 계속 굶고

마루 침상에서 온돌방을 한없이 그리워하고,

추운 밤에 보초를 서면서 심한 기침 끓는 가래에 하느님을 찾으며 눈물 지었던 일이,


설움을 잊은 지금도 못내 자신에게 슬픔을 가득 안겨다 줍니다.


온돌방이 글 비기만 하고 빵 한 조각이 꿀맛 같이 느껴지는 훈련병 시절에,

그러나 나는 항상 찬바람만 맞으며 끼니조차도 사양할 때가 있었읍니다.


p.x와 면회실을 모르고 훈련 기간을 넘긴 더없이 춥고 배고픈 나라도 전우들에게 밥 선심 베풀 때도 있었읍니다.


이제는 춥고 배고픈 것을  초월하여 기침감기 앓아도 설움을 낳지 않지만

그 시절 그 병만큼은 지금까지도 내게 설움을 가득 안겨다 줍니다.


한번 슬펐던 인간은 영원히 슬픈 것.


환경이 바뀌게 되면 지난날의 슬픔은 새삼스레 더욱 짙어지고

그리하여 기나긴 날 흙바닥에서 찬 이슬 맞아가며 누샥에 기대어 단잠을 잤던 시절이 아픔으로 느껴지는 날.


나는 그 아픔을 다시 노래하게 될 것입니다.



197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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