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하디 약한 내가 어찌하여 공수부대로 떨어졌을까요.
눈도 나쁘고 달리기도 못했던 내가 어찌하여 검은 베레모를 써야 했을까요.
[안되면 되게 하라]는 특전부대의 구호에 따라 운명이 날 튼튼한 사내로 만들기 위함이었을까요.
그렇다면 하늘에 감사할 일이지요.
욕 못하는 내 입에서 욕설이 터지게 만드는 저 추잡스러운 인간.
자대로 배출시키기 전에 훈련생을 하나하나 일일이 면담을 했던 특과 학교 중대장의 검은 속셈.
그 때문에 내 눈에서 눈물 떨어지게 한 것을 생각하면 그 눈물이 어찌 분노로 바뀌지 않을 수 있으랴.
내 전우, 내 동지들.
그들이 깡패란 소리를 듣게 되고
고아출신이란 말도 종종 듣지만
한 가지 자명한 것은 모두 부모 복이 없는 사람들.
우리는 검은 베레모를 쓴 우리의 현실이 슬펐던 게 아니라
그래야만 됐던 동기가 슬퍼서 그 슬픔을 분노로 표시한다.
돈이 좋은 세상이지, 잘 처먹어봐라.
모진 시련에 타락도 하고 고통을 분노로 이를 갈아온,
한 마디로 말해 이 온순한 인간의 가슴에 저주를 심어 놓은 네놈이 그래도 잘 살 줄 알았더냐.
1980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