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바닥에까지 나와 날뛰고 있는 쥐를 쫓으려고 연탄집게를 집어 들었더니
쥐란 놈이 도망가기는커녕 오히려 사람을 똑바로 쳐다본다.
"네가 뭣 때문에 나를 해치려고 들어, 나는 나대로 놀고 있는 건데." 하고 마치 대드는 눈초리로.
순간 나는 화가 치밀어 그놈의 쥐를 향해 연탄집게를 내던졌다.
그러자 쥐는 그때서야 연탄집게를 피해 잽싸게 구멍으로 숨어들고 말았다.
연탄집게를 집어 들었던 건 단순히 보기 싫은 쥐를 쫓아내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나는 겁을 몰랐던 그놈의 쥐가 괘씸하고 쉽게 분도 풀리지 않아
그 쥐를 잡아 죽이려고 구멍 밖에서 한참 동안이나 버티기까지 했다.
강춘송이란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한 인간이
오늘날까지 이런 당돌한 쥐의 경우처럼 가난이 죄가 될 수 있느냐면서
남에게 고개 수그리기를 거부하고 뻣뻣하게 나섰다.
사람들은 그 당돌한 놈을 그나마 처음에는 철없다고 보고 예사로 봐줬더니
끝내 제 분수를 모르고 자만과 이기심에 빠져 버젓이 고개를 쳐들고 딴 세상을 넘봤다.
이제 사람들은 나이가 들었어도 도무지 철이 들지 않는 그를 경멸하고 시건방진 놈이라고 욕까지 했다.
"너는 도대체 잘난 데가 뭐가 있어! 집안이 좋기라도 하나 그렇다고 네 학벌이 좋은가. 그 나이에 출세를 했나.
좋은 직장을 얻기라도 했나. 비참한 주제에. 이름까지 추한 자식이!"
사람들이 이렇게 욕을 퍼부어도
비참한 현실에 대해 반항끼만 다분했던 그는 그래도 끝까지 자기 행동을 시정할 줄 모르고
혼자서나마 도도하게 버티었다.
마침내 사람들은 화가 치밀어 그에 대해 연탄집게를 집어 들었다.
사람들은 돈과 가문이란 재목으로 보기 싫은 그와 담벼락을 쌓고 놀아났고
학벌과 연줄이란 무기를 휘둘러 그를 더없이 비참한 실업자 신세로 전락시켜버렸다.
그제야 비로소 그는 자신이 한낱 인간 대열에 낄 수도 없는 추한 쥐새끼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했고 점차적으로 사람들을 두려워하며 사람 사는 곳을 피해 음침한 곳으로 숨어드는 철이 든 쥐가 되어 갔던 것이다.
가난. 가난 자체가 물론 죄가 될 수는 없다.
나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이러한 천진난만한 어리석음을 내세우며 여태까지 살아왔었다.
가난이 죄가 될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때와 장소에 따라서는 그 가난이 남에게 용납받지 못하고
가장 용서받지 못할 죄가 된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가난 속에서 가난이 슬퍼 눈물을 흘리는 비애는 느꼈어도
그 가난에게 가해지는 냉소와 철퇴를 나는 여태껏 직접적으로 맛보지 않았기에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나는 아직 철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1982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