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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Lee Jun 22. 2021

2021 북미 협상 국면

쉽지 않은 이견 좁히기

북한의 비핵화 협상을 두고 미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한미 외교장관 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에 큰 밑거름을 제공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협상에 나설 뜻을 알렸으며, 이에 앞서 남북관계 개선을 우선시 하기로 했다. 판문점선언은 물론 싱가포르 회담 결과가 기준점으로 설정이 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될 당시만 하더라도 강한 한미일 공조 속에서 대북 접근이 예상됐으나, 금년 3월에 시작된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에서 일정 부분 한미 양국의 의도가 보였으며, 이후 정상회담과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의제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자리에서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를 대북협상 특별대표로 선임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영국 콘월에서 G7 정상회담에 참석했을 당시 한국의 정의용 외교부장관과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부장관이 한 번 더 만나 의제를 조율했다. 


미국의 장관단이 3월에 한국과 일본을 연거푸 찾았을 때, 양 회담의 온도 차를 통해 미국의 차기 외교 행보가 예상이 됐다. 한국을 통해 북한, 일본을 통해 중국에 접근하겠다는 의도로 개인적으로 이해했다. 한국이 그간 외교진과 실무진이 그간 미국과 여러 차례 접촉을 통해 한국과 한반도의 상황을 잘 설명했고, 이후 야기될 수 있는 여러 개연에 대한 폭넓은 공유와 이해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국은 2+2 장관 회담에서 대중 공세가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 미국 메릴랜드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주재로 한미일 3국 안보실장 회담이 있고, 영국에서 열릴 G7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외교부장관 회담에서 한미일 외교부장관 회담이 이어질 때만 하더라도 미국이 한미일 구도를 여전히 유지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영국에서 G7 정상회담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일 회담을 따로 소집하지 않았다. 이를 보면, 당초 스스로의 우려와 달리 미국이 강도 높은 한미일 구도가 아니라 실질적인 남북미와 한미일 구도 사이에 위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 외교진의 아주 돋보이는 성과다.


이에 성김 대표부가 지난 주말에 한국을 찾아 한국 실무진과 회담에 나섰으며, 핵문제 관련 인사들의 한미일 회담이 이어졌다. 블링컨 장관은 서울에서 열린 정 장관과의 회담과 2+2 회담 이후 한미일 관계를 거듭 강조했다. 또한 북한의 인권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 문제를 중요한 의제로 생각하고 있다. 이에 북한과의 협상점을 마련하기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추후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의 우선과 이후 북미협상 물꼬트기로 한미 양국이 기조를 확실하게 설정한 가운데 김 대표부의 방한으로 인해 협상 시작 초읽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부는 한국 측 한반도 평화교섭 본부장과의 회담은 물론 이인영 통일부장관을 만나 회담에 나섰으며, 북한의 전향적인 답변을 기다리는  것으로 확인이 됐다. 


지난 5월에도 블링컨 장관이 공이 북한으로 넘어갔음을 언급하며 협상을 기다린다는 답변을 남겼다. 블링컨 장관은 영국에서 열린 미영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국의 도움으로 대북 정책 검토를 마쳤음을 알렸으며, 이후 추가적인 한미,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미국의 대표 동맹인 한국과 일본에 대북 접근법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의도가 상당 부분 관철이 된 것으로 포착됐다. 물론, 블링컨 장관의 말처럼 외교적, 단계적인 접근과 바이든 대통령이 고수하는 인권문제까지 고려하면 협상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그러나 북미가 다시금 접촉할 여지가 생겼고, 북한이 대내 경제가 녹록치 않은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미국과 협상에 응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봐야 한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주말 열린 전원회의에서 미국을 상대로 대화와 대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협상이 틀어질 부분을 준비하겠다는 것으로 우선 대화는 수용하려는 의도로 이해된다. 결국, 실무 협상에 돌입하더라도 문턱이 많지만, 미국이 대대적으로 협상 시작을 알린 점은 실로 고무적이다.


협상 돌입 전, 블링컨 장관과 김 대표부의 말처럼 북한이 이제 적극적으로 내응해야 할 때다. 북한은 지난해에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과 수해로 인해 내부 경제에 큰 직격탄을 맞았다. 가뜩이나 핵개발로 인한 국제연합 제재에서 자유롭지 못한 가운데 코로나19와 태풍 피해로 인해 식량 생산에 엄청난 차질이 생겼다. 지난 전원회의에서도 가정주부를 농사를  위해 잠재적인 노동력으로 활용할 뜻을 밝힐 정도로 현재 식량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UN의 식량농업기구(FAO)의 자료에 따르면, 식량 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대외 지원 없이 현재 난국을 지나가긴 어려워 보인다. 이에 북한이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돌입하는 가운데 한국으로부터 쌀과 마스크 확보를 수용하는 것이며, 한미 양국의 백신 지원을 수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경제 문제를 풀고, 단계적 접근이긴 하지만 민생 분야 제재를 3가지 정도만 완화하더라도 북한 입장에서는 상당한 성과다. 그러나 쓸 때 없이 자존심을 내세워 단계 교환을 흐트러트리거나, 한국의 지원을 달갑게 받지 않고, 더 나아가 중국의 지원을 수용하게 된다면, 이는 곧 다시금 미중, 남북 대결을 고착화하는 것으로 북한이 두는 최악의 수라고 봐야 한다.


놀라운 부분은 북한이 외교적인 역할에 나서겠다고 강조한 부분이다. 해당 대목에서 대미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도이긴 하나 북한의 외교력은 실로 형편이 없는 수준이다. 미국과의 협상이 틀어진 이후 한국의 (한미워킹그룹과 대북 제재로 인한 어쩔 수 없는 구조로 인해) 소극적으로 일관했을 때도 정상 간 대화가 아닌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온당치 않은 행동을 저지른 바 있다. 미국과 줄을 만들어져도 협상에 실패하더니 그 탓을 한국으로 내돌리는 아주 졸렬한 짓에 나선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지원을 그간 마다한 결과 현재 경제 상황이 아주 피폐하며 졸지에 북한 인민들이 다시금 곤궁해지고 굶주리게 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지도부의 무능이 얼마나 돋보이는 지 아주 도드라지는 대목이다. 북한이 외교적인 행동에 나선다면 한국의 지원을 수용하고 미국과 협상에 나서 일정 부분 결과물을 얻어대는 것이 현실적으로 최상이다.


게다가, 바이든 행정부가 이례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적극 장려하고 있는 만큼, 북한이 한국과 다시금 2018년처럼 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는 명분도 얻었다. 또한, 김 대표부는 이날 한국의 대북 지렛대의 상당히 불필요한 장애물인 한미워킹그룹의 해체를 알렸다. 이에 한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외교적인 운신과 지원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만큼,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북한이 여전히 자존심만으로 점철된 행동에 지나지 않으며, 더는 관계 개선 및 북핵 협상에 의도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우려하는 부분은 이해가 된다. 우선, 미국의 단계적 접근이다. 등가 교환에 대한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북한과 미국은 지난 2019년 2월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이번에도 접촉 후 다시금 작은 성과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북한으로서도 답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 이어, 한미일과 함께하길 바라고 있다. 북한은 일본이 협상 당사국으로 들어오길 원치 않는다. 일본은 완전한 비핵화를 꾸준히 거론하고 있다. 일본이 가세할 경우, 북한이 협상에서 상당히 불리할 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를 불러들여야만 할 경우, 다시 6자회담으로 규모가 커진다면, 비핵화 협상은 그냥 물 건너 간 것이라 봐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인권 문제는 북한이 외교무대에서 갖는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다. 해당 문제가 비핵화 협상 국면에 적극 언급되거나 교환의 대가로 들어간다면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이 탓에 상당히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이 되며 내부적으로도 이번 협상 내응을 두고 의견을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것은 현재 고심하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다. 반대로 외교진의 무능력이 여전히 돋보인다. 한미정상회담이 지난 5월 말에 끝났으나 한달 후인 이제야 사실상의 대응과 반응이 나온 것이다. 물론, 한국과 미국의 의도를 좀 더 엿보기 위한 행보라고 봐야 하나 현실적으로 대응이 지나칠 정도로 늦었다. 고민의 결과로 좋게 포장한다고 하더라도 미국과 한국이 전향적으로 협상장으로 나올 것을 촉구하고 있음에도 주춤하고 있는 부분은 북한이 얼마나 약점이 많은 집단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인권 문제와 협상 실패 시 대내 권력 결집에 영향을 두려워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결정적으로 경제 위기가 아주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상황을 관망하며 확실하게 발걸음을 내딛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실무진과 외교진의 상황 파악이 지나치게 지연이 됐으며, 이후 대응도 좀 더 시간을 기다려야 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하면, 냉정하게 북한이 미국에 현재 제시하는 조건(단계적 접근, 한미일과 내응, 인권 문제 거론) 중 어느 하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상기 조건을 고려할 때, 협상에 나오긴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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