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이 일고 있는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변화 동인
세계화와 자유무역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주도한 것이다. 냉전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이른 바 단극체제)가 갖춰진 이후 미국 주도로 세계의 개방 속도가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무역에 관한 관세를 낮추는 협정(GATT)을 체결한 데 이어 세계무역기구(WTO)를 발족시켰다. 이로 인해 각 국 모두 무역으로 인해 야기되는 관세(자국 산업 보호 조치의 일환으로 책정되는 세금)를 대폭 낮추기로 했다. 여기에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인해 합의가 된 국가들은 협상된 내용에 의거해 관세를 점진적으로 낮추거나 대폭 줄이고, 추후 양자 간 전면 개방 조치를 취하는 등 협상 내용에 따라 각기 다른 FTA를 통해 경제 장벽을 낮추기 시작했다. 여기에 개혁개방을 시도한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세계경제는 그야말로 대호황에 이르렀다. 동시에 미국은 이를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엄청난 연성권력을 구축해 영화와 음악을 비롯한 대중예술 분야에 엄청난 영향력을 떨쳤다. 단순 강성권력(군사력과 경제력)이 아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문화적인 영향력까지 더해 지구촌에 실로 엄청난 존재감을 발휘했으며, 대체불가능한 지위를 오래도록 누렸다.
그러나 2008년에 미국발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다른 국가도 아닌 현재 금융질서와 자유무역을 설계한 미국이 대내 경제 위기에 시달리게 된 것. 이로 인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엄청났다. 이는 예고에 불과했다. 유럽통합에 성공했던 유럽연합(EU)도 그리스가 채무문제에 시달리면서 균열이 일었다. 이로 인한 반작용으로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했다. 뒷방으로 밀린 영국이었으나 유럽에서 여전히 상당한 체급을 자랑하고 기축통화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EU 내에서 예외적으로 특별한 지위를 누렸으나, 이를 박차고 나간 것이다(사실상 정치적 사고라고 봐야 한다). 다른 국가도 아닌 아닌 BIG3 중 하나인 영국이 EU 회원으로 남지 않기로 하면서 EU도 상다한 내상으 입었다(물론 영국이 안게 된 불확실성과 이후 경제위기는 단순 설명 및 수치로 말하기 더욱 어렵다. 그 반사이익을 아일랜드가 흡수했다.). 유럽은 이로 인해 EU와 영국 간 새로운 탈퇴 협상과 새로운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야 했기에 통상에서 오는 혼란과 경제적인 혼선은 더욱 컸다.
이게 다가 아니다. 미국에서 극단적 우파 성향을 보이면서도 세계화에 극렬하게 반대하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미국이 구축해 온 동맹과 다자체제에 관한 입장이 정반대인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외교적인 수사가 통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이전의 협상보다 본인과 직접 행한 협상만 인정했기에 다른 국가들 모두 실질적인 비상 상태에 직면했다고 봐야 했다. 동시게 국제관계에서 야기되는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점증했다고 봐야 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 탈퇴에 서명했으며, 이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개정했다. 뿐만 아니라 한미자유무역협정도 수정하는 등 통상에서 미 일변도의 행보를 보였다. 후보 시절부터 미국 우선(America First)을 외쳤던 만큼, 양보는 고사하고 국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관한 방위비에 대한 것도 강경한 입장을 줄곧 견지했다. 그런 그가 대통령이 되면서 자유무역보다 보호무역이 도래할 수 있는 신호가 됐으며, 이는 곧 미중 질서 확립이라는 이유로 중국과 양자간 관세 전면 조정(이른 바 미중무역분쟁)을 맺었다. 당시 미국과 반중 노선에 있(길 바라)는 국가와 시민들은 환호를 보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세계화된 세상(미국은 제조업 비중 감소, 물론 금융업 비중 증가)에서 엄청난 대내 물가 상승을 종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연중에 관세 조정에 나선 것이다. 중측과 체결된 협정에서 종전 25%에서 15%로 관세를 낮추기로 하면서 상승된 물가 관리에 나섰다. 이어 다자 체제 복귀와 동맹 관계 복원을 외쳤으나, 정작 동맹들이 보유한 굴지의 기업들을 상대로 대미 투자를 종용했다(여기에 어떤 나라의 모자란 정상도 적극 동조했다). 오바마 행정부 말기에 셰일 원전이 전격 발굴되면서 미국이 금융위기를 뒤로 하고 다시금 월등한 존재임을 부각했다. 그러나 이후 보호무역으로 일정 부분 회귀하면서 물가가 상승했고, 여기에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과 러시아 침공을 계기로 전지구적으로 엄청난 물가 상승이 동반됐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 직접 투자하는 기업을 좀 더 종요하기 위해 물가상승법안(Inflation Reduction Act)에 서명했다. 그러나 일측 기업을 비롯한 다른 국가의 회사들은 포함이 됐으나, 훌륭한 이 나라의 기업의 이름은 없었다. 2021년과 2022년에 걸쳐 내리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결정됐음에도 보호법안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하이닉스를 비롯한 우리 기업의 이름은 없었다.
미국의 이와 같은 행보는 궁극적으로 미국산(Made in USA)에 방점을 두기 위함이다. 세계화를 시작으로 자유무역이 횡행할 당시 미 기업들은 국외에 생산기지를 건설했다.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생산단가를 낮추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 이는 전적으로 미국의 필요에 의해 자행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를 시작으로 기업을 다시금 불러들이고 있으며, 바이든 행정부는 여러 국제적인 비미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거듭 종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 경제의 자체적인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의도이며, 세계화의 부작용으로 대내에 지나치게 심화된 양극화를 줄이겠다는 방안이다. 즉, 이로 인해 경제적 민족주의가 성행하고 있으며, 이제 다시금 원산지가 어디인지에 관한 것이 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종합하면, 아직 세계화의 종언이 온 것은 아니지만 탈세계화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자세하게 보면, 미국 투자를 자랑이라고 하는 어느 나라의 특정 언론의 맞지 않는 소식에 경도될 것이 아니라 우리도 이에 관한 대비와 대응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대내 경제가 숨쉴 공간은 상대적으로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