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행정부에 관한 당연하고도 합리적인 결과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대한민국 22대 국회의원선거(이하 총선)가 종료됐다. 대통령 부임 이후 1년 만에 30%대 지지율이 나왔기에 이번 총선은 야당의 압승이 예상됐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이번에 야당이 됐음에도 단일 의석으로 170석 이상의 완승을 거뒀다. 이번 선거는 국가는 물론 더민주 입장에서 과반(151석) 의석이 중요했다. 원내 제 1당이 되지 못할 경우, 정국 주도권을 확실하게 빼앗기기 때문. 그러나 더민주는 개인적인 예상(160석+)을 훌쩍 뛰어넘는 완승을 거뒀다. 여기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까지 두 자릿수 의석을 얻어내면서 야권이 의회 권력을 방어하면서 현재 행정부의 무도한 권력과 무책임한 의식을 지켜낼 수 있게 됐다.
영남 지역과 강원 일부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에서 더민주가 우세한 여론조사가 계속됐다. 다만 당초 여론조사와 달리 우위의 격차가 크지 않았으며, 실제로 동작을, 분당갑, 분당을에서는 여론조사가 엇갈린 경우가 있었으나, 더민주가 의석을 얻는데 실패했다. 개인적으로는 분당을을 주목했다. 바이든을 날리면으로 해석해주고 싶어하는 희대의 희극을 펼친 데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 나온 100분 토론에서 사드 배치를 아주 강하게 주장하되 그 목적과 배치 위치를 전혀 거론조차 하지 않은 후보가 어김없이 당선됐기 때문. 동작을과 분당갑에서는 여당에서 이름값이 있는 정치인이 출마한 곳이라 개인적으로는 아주 어렵게 예상한 바 있다. 그 외 수도권에서는 더민주가 완승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강남, 서초는 워낙에 부자 동네인 만큼, 더민주가 선전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자신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중구성동갑이 아닌 서초갑에 출마한 홍익표 원내대표는 아쉽게도 당선되지 못했다. 홍 원내대표는 당내 중진이자 2인자로 책임감을 갖고 선거에 임했으나 노무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를 서울방송에서 보도했고, 현재 방송사라고 보기 힘든 곳에서 주요 진행자로 일했던 이에게 패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대신 서울 구로에서 윤건영 의원이 어김없이 의원직을 사수하면서 굳건함을 과시했다. 윤 의원은 지난 정부에 관한 불필요한 공격이 있을 때마다 순서를 막론하고 방송에 나서 직접 항변과 방어에 나섰다. 그 누가 이전 정부의 의제를 막으려 들었는가, 현재 정치인들의 행보를 보면 자기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기 급급한 이가 많은 것을 고려하면, 윤 의원이야 말로 의리가 있는 행보를 그간 꾸준히 보였다. 지난 지방선거 이후 어김없이 출근길에 허리를 숙이면서 '제대로 정신 차리겠습니다'라고 직접 인사한 이는 스스로가 다 알진 못하나 윤 의원이 유일했다. 뿐만 아니라 월간 마다 의정 활동 보고를 보좌진이 아니라 직접 나와 대민 접촉을 통해 의정 활동을 알리고 있다. 중앙정치에서 존재감은 많지 않으나 적어도 민심을 읽으려 하고 낮은 자세로 임하되 자신을 임명해준 이에 관한 충직함을 보고 있으면, 든든한 위로가 된다. 선거 이후 지난 총선에서 강남에서 당선됐던 이의 지역구 재배치로 맞대결을 했으나, 태영호 의원은 선거 이후 윤 의원에서 축전을 보내는 등 훈훈한 장면까지 연출했다.
개인적으로는 YTN과 같은 뉴스 보도 채널에서 합리적인 척을 하나 그렇지 않은 이가 낙선한 것은 당연히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여전히 대통령실에 아첨꾼이 많겠지만, 의회에서도 이런 이가 의원이 되면 향후 전망이 어둡다고 봤다. 인천에서는 여러 후보가 선전했으나, 미추홀구에서 남영희 후보가 접전 끝에 패했다. 다만 야당 후보였으나 10여 년 전 100분 토론에서 군대에서 학점을 딸 수 있다는 희대의 망언을 내뱉은 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여러모로 아쉬웠다. 그러나 상대 후보가 경남대학교 교수였고, 남북관계 외에서는 전혀 정무적이지 않은 후보가 당선되지 않은 곳에 만족해야 했다. 인천에서도 더민주가 다수의 의석을 가져오면서 압승을 거뒀다. 충청에서는 박범계 의원을 비롯한 6개 지역구에서 모두 싹쓸이에 성공했다. 총선 이래 대전에서 모든 의석을 더민주가 가져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전역이 자리하고 있는 중구에서 지난 총선에서 황운하 의원(혁신당)이 처음으로 깃발을 꽂은 이후에 더민주 후보가 당선됐다. 다만, 충청에서는 양승조 후보가 낙선한 것이 아쉽다. 충청지사 시절에 전직 지사의 불명예 퇴진 이후 수성하는 상황에서 도정을 잘 이끌었다. 그러나 어김없이 논밭의 민심을 누벼야 했던 그는 트럭에서 공허하게 자신을 알릴 뿐이었다. 아까운 후보가 낙마했다. 그러나 박수현 후보가 친일 성향이 아주 짙은 것도 모자라 의심스러운 이를 꺾는 기염을 토해냈다. 비록 이토 히로부미가 인재라고 일컫는 이는 다시 당선이 됐으나, 충청도도 경상북도 못지 않은 곳임을 어김없이 입증했다.
천안갑에서는 전 국방부 1차관이었던 후보가 아주 시원하게 떨어졌다.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 어디 있겠는가. 학자 출신인 그는 서울대학교와 오하이오주립대학교를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정부의 대외 관계에 관해 가열차게 비난만 했던 그는 이 정부 들어 국방부 차관으로 발탁됐다. 외교부로 가지 못한 것을 보면, 그 쪽 사람들 눈에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가? 더 놀라운 것은 지난 국정감사(이하 국감)에서 야당 의원의 질의에 현안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뒤에 앉은 실장에서 묻는 모습이 여럿 나왔다. 이전에 그렇게 까대기만 하던 모습은 어디 있었던가? 결정적으로 그는 지난 2023년 수해 당시 불필요한 명령에 의해 순직한 해병에 관한 수사 당시 외압의 당사자로 고위공직자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어김없이 지난 번에 이어 해당 지역구에 출마했다. 그의 낙선으로 아주 작은 위로를 받았다.
호남과 영남에서는 지역에 걸맞는 선택이 나왔다. 부산에서 말도 안 되게 이길 거라는 여론이 나오면서 후보들이 감개무량해 한 것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북구(전재수 의원)를 제외하고 냉정하게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웠다. 사하을(이재성 후보), 해운대갑(홍순헌 후보), 수영구(유동철 후보) 모두 모두가 우러러보는 학력과 직위를 갖췄던 이었으나 역시 거센 빨간 바람을 피할 길이 없었다. 해운대갑에서는 홍 후보가 앞선 여론조사가 있긴 했으나 믿기 어려웠다. 상대 후보는 검찰과 대통령실을 거친 현재 용산에 있는 무도하고 무능하고 무책임한 것도 모자라 무례한 이의 복심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홍 후보가 힘을 쓰기 어려웠다. 연제구에서는 진보당 후보가 선전했으나 박근혜 시절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냈던 이가 생환에 성공했다. 부산의 후보 모두 들뜰 만한 득표(시 전체 평균 45%)는 역대 최다 득표율인 것은 맞으나 부산에서 선거를 이기는 것이 여전히 불가능한 것임을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여당의 지역구 재배치가 있음으로 인해 더민주가 이점을 얻고 출발했으나, 민심이 본디 빨간색인 것을 다들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대신 울산에서 그나마 접전 끝에 가까스로 한 석을 얻었다. 나머지는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그외 경남 거제, 창원, 김해에서 선전했으나 세 석을 더한 것이 전부였다.
호남은 여권의 후보가 형편이 없었다. 더민주의 승리가 예상됐기에 여당에서 합리적인 이가 충남 이남으로 갈리 만무했다. 호남에서는 민형배 의원이 전직 당수를 여유롭게 따돌렸으며, 분당갑에 당선된 이를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분당할 때 따라갔던 원로가 돌아와 살아남았다. 호남에서 공천을 얻으면서 당선이 유력했던 만큼, 다시금 의정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이들 둘은 정신이라도 차렸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이외 따라갔던 이들은 여전히 자기 반성과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본인의 능력을 과대평가한 결과를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보기 충분하다. 그러나 호남은 영남에 비해 인구가 적기에 의석 수가 현저하게 적다. 이에 민주당 계열은 그간 선거에서 도통 이길 길이 없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표 시절부터 뼈를 깎는 노력부터 더민주는 이기는 정당으로 거듭났으며, 20대에는 호남에서 득표에 실패하고도 1당을 되찾은 바 있다. 이어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수도권에서 대승을 엮어내면서 수도권 중심의 수권 정당으로 거듭났음을 확실하게 알렸다. 제주(3석)에서는 더민주가 모두 의석을 확보했다.
대구경북에서는 예상한 그대로였다. 경북 경산에서 국민의 힘 후보와 무소속 최경환 후보가 경합을 이뤘으나 최 후보가 살아남지 못했다. 3선으로 재직하는 동안 시청 확장과 둔치 전면 보수 공사와 공단 유치 등 지역 경제가 그야말로 일어섰다. 10여 년 전에 처음으로 고속철이 정차하는 등, 당시 여권이면서도 재정부 장관이었던 그에 힘입어 경산이 많은 예산 유치와 지역 발전을 일궈냈다. 그러나 그를 택한 유권자는 절반이 되지 않았다. 다시 여당으로 들어갈 것이 유력함에도 유권자는 철저하게 "그저 색깔"만 보고 선거에 나선 셈이다. 모든 혜택을 누리고도 한 줌의 의리조차 없었음이 아주 잘 드러났다. 구미갑에서는 김현권 후보가 불가능한 도전에 나섰으나 끝내 낙선했다. 청도에서는 서울대 농경제학과를 나온 '복숭아 농사꾼' 이영수 후보가 명함을 내밀었다. 그러나 김 후보와 이 후보 모두 서울대를 나온 수재임에도 지역색에 도리가 없었다. 하긴, 전국 최고라 자부하는 강남에서도 하버드 출신보다 북한 출신을 택하는 마당(21대 총선)에 경북이 다르길 기대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그 외 영주영양봉화에 나온 박규환 후보가 실로 선전했다. 해병대 예비역 연대의 상대 후보 낙선 운동과 함께 했으나 어김없이 지역색을 극복하지 못했다. 항상 자신을 소개할 때 손을 정갈하게 모으고 90도로 인사하면서 자신을 알렸던 그도 무모한 도전에 나섰으나 예상대로 낙선했다.
비례대표에는 혁신당의 선전과 더민주가 돋보였다. 더민주는 자체 후보만 내지 않고 시민사회 몫, 사회당, 기본소득당과 연대해서 후보를 차출했다. 더민주 후보 1번은 장애인임에도 석박까지 마친 인물로 장애인 처우와 사회복지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가 된다. 12번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라 이번 의료 인원 증원과 관해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 기본소득당 몫으로 당선된 6번은 행정안전부위원회에서 엄청난 업무 이해와 처리 능력을 보인 만큼, 오는 22대 국회에서도 당연히 활약이 기대가 된다. 그 외 혁신당에서는 뜬금없이 예술인 출신이 들어가 아쉬움을 남겼다. 법무개혁과 이후 사회권 확보를 위해 내달리는 정당에 걸맞지 않는다고 개인적으로 여긴다. 6번 후보보다는 문재인 정부 법무부 당시 법제처장을 지냈던 후보가 6번에 들어가는 게 맞았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작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혁신당의 등장으로 비례판이 바뀌었고, 더 나아가 지역구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혁신당의 조국대표는 전국을 돌며 간접적인 지원사격에 나섰다. 정치 참여 이후에도 지역구에서 1대 1 구도를 강조했던 그는 비례당을 이끌고도 전국을 찾으며 더민주 후보와 선거운동 도중 만나면서 여전히 연대하고 있음을 강력하게 인지시켰다. 무엇보다, 조 대표는 언론의 갈라치기와 함정에 능수능란하게 대응하되 "제 역할을 알고 있다"고 말했으며, 자신을 전방 배치된 함대의 함장에 비유했다. 전방에서 자신의 임무를 잘 이행할 것이라는 것을 거듭 밝힌 부분이 단연 의미가 있었다.
이번 선거의 결과로 더민주가 실로 큰 대승을 거뒀다. 더민주를 중심으로 가장 큰 진영을 꾸렸다. 야당이 이와 같은 대승을 거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동시에 더민주는 2회 연속 170석 이상의 낙승을 거뒀다. 다들 200석에 골몰하는데 탄핵 국면은 쉽게 꾸려지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지난 탄핵 당시에는 더민주와 민주평화당을 합쳐 140석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진행이 됐다. 형사법적으로 명확한 불법이 포착되어야 진행할 수 있다. 즉, 200석에 목을 맬 필요도 없었으며, 200석이 중요한 사안이 아니었다. 물론, 현재의 무례한 행정부를 보고 있노라면 -개인적으로는 외교통상- 허파가 실컷 뒤집어 지는 것을 모르지 않으나 과반 유지가 중요했고, 이를 초과 달성한 부분은 결단코 큰 성과이다. 개인적으로는 더민주가 이전처럼 '무색무취'일 수도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대표의 색깔이 다른 것을 고려하면 일말 기대할 여지 정도는 있다고 여긴다. 궁극적으로 더민주도 지난 21대에서 국회의장 선거를 한 꼴을 보고 있노라면 현재 여당 못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민족반역과 독재 옹호를 넘어 일본의 총독과 같은 행동을 하는 현재의 국가 정상보다는100배 낫다고 생각한다. 정국은 바뀌지 않을 거다. 대통령도 바뀌지 않을 거다(일각에서는 그의 반성을 기대하는 눈치던데, 그럴 위인이었으면 이런 정책가 정치적 행보를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무례한 행정부의 무분별한 부자 중심의 정책을 막았다는 데 의미가 아주 크다고 여긴다.
끝으로, 이번 선거는 정권 심판 여론이 바뀌지 않았다는 대전제 아래 아주 훌륭한 중간 변수가 뒤를 받쳤다. 여당수인 비상대책위원장에 훌륭한 분이 오셨기 때문. 그는 지난 법무부장관(민정수석 역할도 겸임; 해당 임무를 기자 앞에서 설명할 때, 아주 체계적인 척, 합리적인 척을 하더니 현 정부의 장차관급 인사를 보고 있노라면 퍽이나 ...)일 때도 국감 진행 때 정책적 내용과 행정부 주무부처 수장보다는 때쓰는 누군가에 지나지 않았던 그가 비대위원장이 되면서 개인적으로는 더민주의 승리를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선거 당시 대구시장의 논평이 정답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를 보면서 지난 21대 총선 당시 당대표가 떠올랐다. 적어도 당시에는 현재 여당이 야당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당이었으면, 정책 목표와 향후 정국 주도 등을 내세웠어야 했다. 그러나 인생지사 새옹지마였다. 손쉽게 검사장에서 장관이 되고 여당대표가 되니 보이는 게 없었나 보다. 세상을 얼마나 쉽고 조막만하게 봤단 말인가. 그로 인해 더민주가 아주 많은 득점에 성공했다. 스타벅스, 생닭 등 당최 이해할 수 없는 언행부터 언론이 그토록 도와주는 것만 익숙한 그가 비판과 상대와 토론에 능할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1대 1 토론에 자신있다고 한 그의 모습은 어디있던가? 언론이 마사지한 신장 크기로 인해 토론이 성사되지 않으리라 일찌감치 여겼다. 종합하면, 더민주에 아주 큰 천운이 따랐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