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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Lee Jul 14. 2024

2024 영국 총선 정리

경기 침체와 정국 관리 실패에 따른 예고된 정권 교체

예고됐던 보수당의 패배

영국 총선이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종료됐다. 이번에 정권교체가 예상이 된 만큼, 몇 석을 확보할 지가 관건이었다. 예상대로 노동당은 무난한 승리를 만들어내며 정권을 교체했다. 이로써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가 영국의 총리가 됐으며, 보수당은 끝내 14년 집권을 마무리했다. 그간 브렉시트에도 불구하고 선전했던 보수당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이후 국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데이비드 캐매런 총리 이후 테레사 메이 의원이 당수가 되어 총리가 됐다. 그러나 보리스 존슨 총리가 대표직에 올랐고, 2019년에 조기 총선을 통해 보다 많은 의석을 확보했다. 그 때는 브렉시트 이후 경제 파급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만큼, 많은 영국 시민들은 보수당에 한 번 더 신임을 보냈다. 그러나 존슨 총리가 코로나19 시국에 불필요한 술자리를 벌였고, 이후 리즈 트러스 외교부장관이 이를 수습하고자 했다. 당시 리시 수낵 재정부장관과의 대결에서 이겼으나 그녀는 국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역사상 최단기간인 44일 만에 물러나야 했다.


이후 수낵 의원이 예상대로 당수가 됐고, 총리에 취임했다. 영국 역사상 최초로 아시아계가 총리가 된 것. 그간 영국 총리자리는 백인 일색이었으나, 수낵 총리의 부임으로 백인이 아닌 인종이 처음으로 영국의 지도자가 됐다. 이후 발빠르게 국정을 수습하고자 했으나, 브렉시트에 따른 부작용이 도처에서 드러났다. 보수당은 브렉시트 이후 정국 관리에 나섰으나 전염병 창궐과 잇따른 전쟁 발생으로 인해 물가가 지속적으로 치솟는 것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특히, 2020년대 들어 물가가 치솟는 사이 경제 성장은 둔화됐고, 이로 인해 인도에 국내총생산 순위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거듭 우상향하는 대내 물가로 인해 영국에 부랑자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경기 둔화가 장기화될 조짐이 여기저기에서 드러났다. 이에 이번 선거에서는 보수당이 패할 것이 유력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지난해에 굳이 스타머 당시 의원을 만났다. 그러나 정작 그의 이름을 그의 지역구로 표기하는 말이 되지 않는 실수를 범했다(물론 국내에 알려졌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선거를 보면 노동당은 지난 번 대비 무려 211석을 더 얻어내면서 총 411석을 확보했다. 그간 여러 당수가 지나갔으나 브렉시트 이후에도 정국을 주도하지 못한 것은 물론, 선거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영국의 경제위기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여론조사를 보면, 영국민들이 보수당 정부를 얼마나 싫어하는지가 비로소 드러났다. 사실, 브렉시트라는 엄청난 정치적인 사고가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보수당은 정국을 주도할 실력을 어느 정도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영국은 지난 총선에서 보수당을 택했고, 그 결과, 코로나라는 미증유 사태와 전쟁 발발이라는 불특정한 변수로 인해 대내 경제가 큰 소용돌이에 말려들고 말았다. 그나마 수낵 총리가 이를 수습하고자 했으나 여의치 않았으며, 결국, 스타머 대표가 이끄는 노동당이 원내 1당으로 우뚝섰다. 운도 따랐다. 각 지역구에서 보수 성향을 띄는 후보가 지나치게 많았다. 보수당 외에도 영국개혁당(전 브렉시트당), 무소속 등이 표를 나눠 가지면서 많은 표를 얻지 못했다. 일예로 트러스 전 총리는 끝내 낙선하고 말았다.


반면, 보수당은 참패를 면치 못했다. 당 창당 이래 가장 큰 패배를 당했을 정도. 무려 251석을 상실했다. 그나마 세 자릿수 의석은 확보했으나, 정국 주도권을 놓친 것은 물론, 향후 정권을 되찾기 쉽지 않아졌다. 영국의 경우 대개 여당에 몰아가는 경향이 짙기 때문. 이번 패배로 언제가 될 지 모르는 정국 주도권을 찾는 것은 더욱 묘연해졌다. 수낵 총리는 이번 패배의 책임을 거듭 통감하며 멋진 연설을 남겼다. 선거기간 동안 스타머 총리와 토론 과정에서 치열하게 맞섰으나 패배가 확정된 이후 총리 사임 연설에서 "국민 여러분의 분노와 실망감을 여기저기에서 느낄 수 있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정말 죄송합니다"로 말문을 열며 보수당과 보수당 정부에 향한 분노를 향해 전직 지도자로서 국민의 마음을 거듭 어루만졌다. 무엇보다, 새로운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당부도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에도 품격을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 개인적으로 영국을 신사의 나라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정권 교체를 보며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만큼, 수낵 전 총리의 사임 연설과 스타머 신임 총리의 연설을 통해 서로를 향한 존중과 격려, 더 나아가 국가를 생각하는 면모가 돋보였다.


양 당 외에도 이번에는 자유민주(Liberal Democrats)가 원내 3당이 됐다. 지난 선거에서는 스코틀랜드민족당(SNP)가 3당이었다. 그러나 스코틀랜드를 보면 북부에 의석이 다소 적은 곳에서 스코틀랜드민족당이 의석을 확보했으나, 스코틀랜드 남부에서는 의석을 얻지 못했다. 노동당이 스코틀랜드에서도 의석 다수를 얻어냈다. 이미 400석이 넘는 의석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잉글랜드 전력은 물론 웨일스와 스코틀랜드에서도 상당수를 확보했음을 알 수 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SNP가 지도 체제를 제대로 수립하지 못했고, 경기 침체로 인해 '독립'보다 영국 잔류를 우선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물론 SNP의 의석이 스코틀랜드의 독립 투표의 향방을 무조건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총선을 통해 스코틀랜드의 민심을 간접적으로 읽어낼 수 있었다. 니컬라 스터전 전 자치수반 이후 지도 체제를 굳히지 못했고, 스터전 전 수반의 가족 문제까지 얽힌 것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다만, 스코틀랜드 자치의회에서는 여전히 SNP의 강세가 예상되며, 자치의회 선거 결과에 따란 추후 독립 투표에 들어설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세계경제 추세와 영국 경제를 고려하면 선뜻, 독립을 할 지는 의문이다.


북아일랜드에서는 신페인당(Sinn Fein)이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했다. 신페인이 7석을 얻어냈다. 그러나 지역 정당인 만큼, 외연 확장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러나 전국 정당을 제외하고 SNP(9석)와 비슷한 성과를 거두면서 선전했다. 신페인인 꾸준히 북아일랜드 1당으로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도 향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브렉시트 이후 경제적인 분야에서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중간지대로 역할을 했으나, 어김없이 영국의 탈퇴가 최종적으로 확정되면서 북아일랜드도 경기 침체가 당연히 도드라질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종교 분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EU의 수혜를 입지 못하게 되면서 북아일랜드는 사실상 경제적으로 고립된 섬이 되고 말았다. 물론, 관세 지불 후 아일랜드와 교역에 나설 수 있으나, 불편함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영국은 브렉시트와 별개로 아일랜드의 공동여행구역(CTA)을 구축하고 있어 일상생활에 무리는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독립 당시 영국 잔류를 택한 북아일랜드는 현재 남부(아일랜드 공화국)과 명암이 크게 엇갈린 상황이다. 아일랜드는 영국의 정치적 사고로 인해 금융중심지를 어느 정도 확보했고, 이를 매개로 아일랜드에서 많은 투자와 구직 창출에 성공했다. 이에 1인당 GDP에서 영국은 당연히 넘어섰으며, 스위스까지 제치면서 유럽 경제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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