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한국에 대한 서양의 평가

한국의 역량과 중국발 반작용이 더해진 결과

by Jason Lee
캡처.JPG 놀랄 만한 사항

코로나바이러스 대확산 이후 대한민국에 대한 평가는 확실하게 뒤바뀌었다. 이번 바이러스는 최초 중국에서 발원해 한국을 지나 유럽과 미국으로 이동하는 총 네 번의 과정을 겪고 있다. 세계에서 중국으로 화살을 돌릴 즈음 한국발 대확산은 서방 사회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에 충격이었다. 날마다 늘어나는 확진자 수에 휴대전화는 쉴 새 없이 비상문자로 울리기 일쑤였다. 무엇보다 확진자의 증폭으로 인해 이동의 제한으로 재화가 융통되지 못하면서 경제사회적인 문제가 크게 치솟았다.


그러나 한국이 어느덧 확진자 수가 유지되는 사이 전혀 다른 곳에서 확진자가 늘었다. 이탈리아와 이란에서 다발로 확진자가 나온 것. 이탈리아는 병상 부족은 물론 사회 전체가 마비됐으며, 이란은 장관을 비롯한 지도자급 인사들이 대거 감염되는 등 두 곳 모두에서 순식 간에 확진자가 늘었다.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더는 안정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곳에서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국제사회는 비상사태에 직면했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집단 감염이 발발하면서 유럽도 코로나바이러스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결국, 유럽 대륙이 코로나바이러스에 휩싸였다. 독일, 프랑스, 영국을 비롯하여 스페인,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까지 내로라하는 국가들이 모두 바이러스를 피하지 못했다. 오히려 인구 대비 많은 이들이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사회적으로 일대 혼란에 직면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병실이 모자라 환자 이송이 어려운 상황이었으며, 영국에서는 보리스 존슨 총리가 감염됐으며, 스페인에서는 이번 바이러스로 공주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상황은 진전되지 않았고, 결국 유럽의 내로라하는 대도시들이 문을 다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약과에 불과했다. 미국이 대확산을 피하지 못했다. 가장 빠른 속도로 확진자가 늘어난 가운데 증가 폭 또한 단연 가팔랐다. 100만 명을 넘어 184만 명까지 치솟은 상태다. 미국까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이번 바이러스는 아시아, 유럽, 미국까지 선진국들 모두가 바이러스에 시달리면서 큰 재난과 마주하게 됐다. 이번 재해로 인해 경제위기가 야기될 전망이며, 무역 규모 감소까지 동반되면서 공급망 관리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즉, 코로나바이러스가 온 지구촌으로 확산된 약 두 달 여의 시간은 흡사 반세계화 기조로 국제사회가 운영됐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온 지구촌에서 바이러스가 확산된 사이 지구촌은 한국을 주목했다. 한국발 발원지인 대구로 많은 의료진들이 모여들었으며, 국가는 군의관을 비롯하여 소방관까지 대대적으로 급파했다. 간호장교 임관을 앞둔 이들을 서둘러 임관시켜 대구로 급파시키는 등 문재인 대통령은 전시에 버금가는 조치에 나섰다. 대구시의 모자랐던 시설이 병상으로 변모했으며, 많은 인원이 투입되어 확진자 관리와 치료에 나섰다. 그 와중에도 특정 종교 집단의 상식적이지 못한 행동으로 확산세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지만, 정부와 의료진까지 많은 이들이 힘을 합쳐 바이러스를 잡아내는데 성공했다.


정부의 역량이 총 동원된 가운데 많은 이들이 그나마 혼선을 줄일 수 있었다. 전례 없었던 문자 서비스와 확진자 루트를 재빨리 파악해 문자로 전하는 등 근 두 달 동안 온 국민은 지자체와 정부가 보내는 문자로 인해 스스로가 확진의 범주에 들어가는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 최대한 다양한 방법으로 검사가 진행됐고, 이후 방역 작업 또한 신속하게 진행됐다. 이에 BBC를 비롯한 세계적인 매체는 한국발 확산을 시작으로 안정기에 접어드는 순간까지 일목요연하게 보도했다. 유독 한 나라를 제외한 모든 언론이 한국을 집중한 가운데 운전 중 검사와 빠른 전달 등 국민들은 재빠르게 검사 이후 자신의 확진 여부를 알 수 있었다.


이게 다가 아니다. 한국은 지구촌에서 유일하게 선거를 연기하지 않았다. 3월 말까지 확진자 수가 대거 늘어날 당시만 하더라도 선거를 치르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4월 들어 차도가 보이기 시작한 가운데 끝내 선거를 예정된 시기에 치렀다. 더 놀라운 점은 선거로 인해 많은 인파가 모여 감염이 이어지거나 확산될 여지가 많았음에도 이전처럼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으며, 오히려 훌륭하게 선거를 잘 마쳤다. 어설펐지만 한국전쟁 당시에도 선거를 치른 바 있는 한국은 이번에도 선거를 미루지 않으면서 많은 국가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민주주의에 앞선 국가들조차 선거를 미룬 것을 감안하면, 한국의 선택은 사뭇 이례적이었다.


이후 산발적인 확진자가 나오긴 했지만, 4월 중순 이후부터 확진자 수가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급기야 한 자리 수 확진자가 나오기 했으며, 입국자를 비롯한 외부 유입을 제외하면 거의 나오지 않았다. 최근 이태원 클럽을 들린 파렴치한 사람들 때문에 다시 확진자가 양산됐고, 정부 관료가 국민들에게 머리를 숙이는 이상한 사태가 빚어지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한국의 상황이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안정되어 있는 것은 틀림이 없다. 재확산이 야기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얼마 전 경험을 통해 단속에 속히 나설 수 있어서다(단, 일상복귀를 지연했다는 측면에서, 이번 클럽 방문자들을 비롯한 이전부터 클럽과 유흥시설을 드나들었던 이들은 실로 몰상식하며, 무개념한 짓들을 한 것이다.).


수도권발 재확진이 나오기 전까지, 서방 언론들은 일제히 한국이 바이러스 이후 가정 먼저 정상 생활에 나섰음을 보도했다. 이미 KBO와 K-리그가 비록 관중 없이 경기를 치르기로 한 가운데 개막에 나섰으며, 사회도 조심스레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했다. KBO는 야구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에 중계가 결정됐으며, K-리그 또한 영국을 비롯한 36개국에서 중계권을 매입했다. 축구와 야구에서 한국은 스타크래프트나 리그오브레전드처럼 빅리그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를 계기로 한국 스포츠 선진지라 자부하는 곳에 중계되는 일까지 빚어졌다.


야구를 예로 들면, 미국이 타국의 프로스포츠 중계권을 사와 본토에 중계한 적은 여태껏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KBO가 첫 발을 내딛게 됐다. 중계권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고됐지만, 야구는 미국의 문화인 만큼 미 최대 매체인 ESPN은 중계권을 구입해 KBO리그를 전격 중계하기로 했다. 이제 한국의 프로스포츠가 음악이나 TV프로그램에 이어 세계적으로 수출되는, 이전에는 예상조차 할 수 없었던 사안과 마주하게 됐다. 스포츠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이 모두 코로나바이러스로 일상생활이 쉽지 않으면서도, 한국이 재빨리 이번 바이러스 확산시기를 잘 지나온 훌륭한 결과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지속될 때만 하더라도 한국 사회에 대한 미래는 실로 어두웠다. 모두가 정부 탓을 하기 바빴으며, 서로를 비난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힘겹겨도 길었던 동굴을 정부의 발빠른 대처와 시민사회의 협력을 통해 잘 지나갔다. 더 고무적인 부분은 권위주의 체제인 중국과 달리 민주주의를 유지하면서 이동의 자유를 최대한 침해하지 않고 이번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대국인 중국과 소국인 한국의 국가 규모 차이도 크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개념족들이 날 뛰는 와중에도 이와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실로 큰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그 와중에도 특정 국가 언론은 대한민국 정부의 역량을 까내리기 바빴지만, 정작 세계적인 매체들은 한국의 역할과 역량을 실로 높이 평가했다.


타국의 매체들이 한국의 역할을 높이 산 이면에는 중국발 반작용도 한 몫 했다. 동양에서 바이러스가 일정 부분 제어된 가운데 한국과 중국 만이 코로나바이러스 진단 키트를 수출하는 유일한 국가였다. 그러나 중국산이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한 가운데 모두가 한국을 주목했다. 또한 서양이 중국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도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서양을 위협하는 세력인데다 예전부터 '중국산'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 탓도 크다고 여겨진다. 무엇보다, 중국을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로 평가하고 있으나 중국이 시종일관 거부하고 있어 서양의 중국에 대한 반감은 더욱 커졌다.


한국이 마주할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지만, 지금까지 온 것만 하더라도 충분히 대단하다. 꼭 서양으로부터 인정받아야 무조건 잘 하는 것이라 안도하는 것도 결국 사대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일로 확실히 겪은 것은 언제까지 서양이 가르치는 입장이고 동양이 배우는 학생이 더는 아니어도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제발, 부디, 자존감을 갖고 자부심을 느낄 줄도 알아야 한다(자만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며, 무개념으로 일관하고 몰상식하게 행동하지 않았다면, 더더욱 자부심을 느낄 만하다). 동양이, 한국이 무조건 열등하다는 생각은 지워나가야 한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모자란 부분은 여전히 많지만 문화 강대국으로 우뚝 서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채워가고, 약자를 배려하고, 강자에 주눅들지 않은 확실한 포용국가가 되길 바라고 염원해 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김정은 예수설 & 총기 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