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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홍콩의 관계

특별행정구역과 경제적 독립체 사이

by Jason Lee
캡처.png 불안한 동거

홍콩(香港 ; Hong Kong)은 향기로운 항구라는 뜻이다. 청(淸)이 지난 1840년 아편전쟁에서 패하면서 체결한 난징조약에 의거해 홍콩은 영국령이 됐다. 이후 난징조약의 부속이라 할 수 있는 베이징조약을 통해 지금 홍콩의 경계가 만들어졌다. 이로써 영국은 1898년에 맺은 제 2차 베이징조약에 의거해 99년 동안 홍콩에 대한 권한을 갖게 됐다. 영국이 장악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홍콩은 중국의 영토 중 아주 작은 부분이었다. 그러나 영국이 깃발을 꽂은 이후 홍콩이 광동어가 아닌 영어를 쓰게 됐고, 발전된 영국의 행정체제와 민주주의가 들어오면서 홍콩은 발전했다. 1990년대 아시아의 네 마리 용에 홍콩이 들어갔을 정도로 홍콩의 경제력은 상당했다.


반대로 중국이 후진국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면서 홍콩의 가치는 더욱 커보였다. 언어와 화폐 단위를 보면 그 나라가 어떤 문화권인지 금방 파악할 수 있다. 그 예가 홍콩이다. 중국땅이었지만 영어를 쓰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는 실로 현격했다. 그 사이 홍콩의 모든 지명은 영어로 바뀌어 갔으며, 홍콩인들은 중국인이 아닌 홍콩인으로 정체성을 확립해나갔다. 이름에서도 중국식이 아닌 영어식이름이 나타났고, 성은 중국성이지만 이름은 영어를 쓰는 사람들로 구성되게 됐다. 화폐도 위안이 아닌 달러를 쓰고 있는 말 그대로 영국화된 것이다.


홍콩은 영국의 식민지였던 만큼, 지금도 영국의 색채를 잔뜩 지니고 있다. 각종 유적들도 중국의 것보다는 영국의 것이 늘어나게 됐고, 중국어를 쓰는 인구는 거의 없어졌다고 봐야 한다. 인구 대부분이 영어를 쓰고 있으며, 영어를 모국어로 구사하는 것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유럽적 색채를 느끼고자 한다면 떠오르는 곳이 단연 홍콩이다. 그 외 마카오와 베트남 남부도 있지만, 홍콩처럼 돋보이진 않는다. 그만큼 홍콩이 경제적으로 성장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는 도중 1984년 12월 19일에 영국과 중국은 상호 간에 홍콩반환협정을 체결했다. 당시 영국의 마가릿 대처 총리는 중국의 덩샤오핑 주석과 함께 홍콩을 반환하기로 합의했다. 1997년에 홍콩은 영국의 품에서 중국으로 돌아갔으며, 중국은 홍콩을 받는 대신 홍콩의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일국양제(一國兩制 ; One Country Two System)가 완성됐다. 중국은 1997년을 시작으로 50년 동안 홍콩의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으며, 마감시한은 2047년이다.


문제는 이후다.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돌아갈 때 많은 홍콩 시민들이 이민을 선택했다. 홍콩이 중국에 속할 경우 중국의 지배를 받아야 하기 때문. 이는 사회주의 체제를 뜻하며 기존에 홍콩 시민들이 갖고 있던 기득권이나 권리 상실이 야기될 여지도 있다. 이에 많은 이들이 홍콩을 떠나며 중국으로부터 멀어지길 바랐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30년 동안 연간 약 10%씩 성장을 거듭하면서 중국도 어느 덧 경제대국 대열에 들어섰다. 아직 홍콩인들은 중국인이 아닌 홍콩인으로 분류되길 바라지만 2047년 이후에는 체제가 바뀔 여지가 크기에 또 다른 이민행열이 뒤따를 수 있다.


그나마 중국이 엄청난 성장세로 지금의 경제력을 갖추고 있어 예전처럼 홍콩인들이 무작정 홍콩을 떠나지는 않겠지만, 관건은 역시나 정치와 사회체제다. 이미 지난 2016년에 중국공산당은 홍콩의 행정장관(자치수반) 선거에서 공산당 측 인사를 후보로 내밀었다. 홍콩의 행정장관선거는 간접선거로 홍콩시민들이 직접 선출할 권리가 없다. 공교롭게도 친중국 성향의 장관이 당선되면서 홍콩이 향후 중국에 귀속될 여지는 좀 더 커지게 됐다. 선거 전후로 많은 홍콩인들이 선거권을 요구하는 등 시위를 벌였지만, 중국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2047년이 되어봐야 알겠지만, 크게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하나는 중국이 홍콩을 중국의 행정구역으로 편입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의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다. 홍콩은 지금도 중국의 행정특별자치구역으로 기능을 하면서 동시에 정치권한이 없는 경제적 독립체로 국가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령 푸에르토리코가 단적인 예다. 그러나 정치권이 없는 국가들 중 가장 잘 살고 있는 곳이 홍콩이고, 홍콩은 물류 중심 도시로 가치가 상당하다. 그런 만큼 중국이 정치적 목적을 이유로 홍콩을 복속시킬 수도 있지만, 경제적 이유를 빌미로 지금의 편제를 유지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2047년이 되면 적잖은 홍콩인들이 다시금 홍콩을 떠나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이미 홍콩의 행정장관을 친공산당 인사로 세운 것이나 마찬가지며, 최근 개헌을 통해 주석의 임기제한을 철폐한 만큼, 홍콩 또한 중국의 완전한 일부로 흡수하는 것을 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이 홍콩의 일부가 된다면, 지금과 같은 경제적 자유권을 가진 장점이 사라지게 됨을 뜻한다. 이미 중국 내 여러 항구들이 홍콩에 버금가는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섰지만, 홍콩처럼 자율권이 없기에 홍콩이 지니고 있는 이점이 크다.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홍콩이 중국의 일반적인 행정구역에 포함된다면, 영어식 홍콩이 중국식으로 변모될지, 변한다면 어떻게 될지도 관심사다. 중국이 편입한 이후 홍콩의 가치를 둔 채 언어와 화폐단위만 바꾼 채 그대로 둘 수 있겠지만, 그간 중국의 행태를 감안하면 중국식으로 다시금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이를 테면 영어명과 한자명을 동시에 표기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향후 중국과 홍콩의 관계가 시간이 흐를 수록 더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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