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의 각기 다른 상황 속 도드라지는 북한 외교력의 한계
북한이 대한민국과 판문점선언 이후 연결했던 유선과 연락사무소에서 공식적으로 발을 뺐다. 북한은 대한민국에서 야기되는 대북전단을 빌미로 이번 일을 전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코로나바이러스 전염과 북미대화의 소강상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북한의 조선노동당에서 당내 투쟁이 있었던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끄는 노동당에서 군부의 반미 전략과 당내 다른 세력이 북한의 통치 체제를 탐탁치 않은 것으로 보이며, 이에 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는 대남 관계를 다시 청산하고, 미국에 강경한 메시지를 낸 것으로 이해된다.
사실 심각해 보이나 별 내용이 없는 것이다. 북한은 여전히 어려우며, 한국이 빠른 시일에 북미협상에 가교로 나서주길 바라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소임은 이미 끝이 났다. 북미 관계가 영변핵시설 문제로 2019년 2월에 틀어진 이후 교착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철도 연결,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설치가 있으나 이마저도 국제연합에 의해 전개되고 있는 대북제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그랬기에 이전부터 북한 정상이 국제연합총회에 나타나 지구촌에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었으나 북한의 최고 지도자라는 사람은 어김없이 비행기에 몸을 실지 않았다.
더군다나 미국은 대통령선거에 돌입하며, 한국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 결국, 북한의 외통수적일 정도로 단조로운 외교전략과 세계인식으로 말미암아 다른 국가들로부터 동조는 커녕 위로조차 이끌어내지 못한 능력의 부족과 역량의 한계도 남아 있다. 북한은 한국이 적극 나서주면서 경제 관계에 물꼬를 트고 이를 통해 비핵화에 다가서길 바라고 있으나 한국도 안보 문제에 한해서는 미국의 명령에서 자유롭지 못한데다 UN에서 결의되어 있는 제재를 따라야하기에 어쩔 도리가 없는 측면이 많다. 그나마 철길 연결은 경제적이지 않은 부분이기에 사업은 지속할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 경제분야와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정의하기 어려운 만큼, 궁극적으로 대북 제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북한은 삐져 있는 상황이며, 두 달 전에 야기된 (헤묵은) 대북전단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궁극적으로 국회에서 판문점선언에 대한 안건이 여전히 계류 중이라 남북 간 적대 행위를 순차적으로 금지해 가는 것에 동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해당 사안에는 대북전단 살포도 포함되어 있다. 이에 판문점선언의 동조가 남북 정상의 발표와 달리 한국에서 발효되지 않고 있어 북한은 이전부터 답답함을 간접적으로(?) 토로해왔다. 그러나 북한이 얼마나 단순한지가 이 대목에서 드러난다. 21대 국회는 대통령이 속한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과반을 구성하고 있으며, 현재 야당이라 불리는 집단의 전략에 의해 원구성이 틀어지고 있지만, 원 구성만 완성된다면 외교 분야에서 상정되지 않은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 즉, 북한은 이번 여름만 기다렸으면 되나, 이를 참지 못하고 연락을 끊기로 했으며, 다시 토라지기로 결심한 것이다.
반대로 보면, 현재 북한의 경제사회적 상황이 여의치 않음을 직감할 수 있다. 북한이 강경한 발언을 이어간다는 것은 불안함의 반로이다. 이는 걸어가다가 시비가 붙었을 때, 욕을 세차게 하는 이들이 대개 힘이 없고 교양이 없는 경우가 많은 것과 다름이 없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전략과 부재한 외교력으로 한국에게만 할 말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바이러스로 사회구조가 일정 부분 무너졌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유럽과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조차 이번 사태를 다루기 쉽지 않았다. 오로지 한국만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성공적으로 다루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의 보건지원을 거절했으며, 이번 메시지를 보면 내부 문제가 심상치 않음을 엿볼 수 있다. 북한에 얼마나 많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있는 지 유추하긴 어렵지만, 적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알릴 경우, 당의 무능력과 직결되는 만큼, 한국의 보건지원을 거절한 것으로 개인적으로 짐작할 뿐이다.
종합해 보면, 현재 북한의 상황은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이 협상장에 머물러야 함을 거듭 촉구하고 있으나 북한도 내외부적인 문제를 좀처럼 해결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첫째, 당과 군부 권력 간의 갈등이 야기됐던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북한은 이전처럼 전통적인 전략으로 회귀하기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전면적 복귀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내부 투쟁이 야기될 수도 있어 무마용으로 강경한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북한이 완전히 예전처럼 미사일을 폭죽쏘듯이 놀아대며 대한민국 대통령과 정부에 쓸 때 없이 세 보이는 척 하는 메시지를 낼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남북관계는 2018년 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둘째, 경제사회적으로 상당히 곤궁한 상황이다. 북한이 코로나바이러스 창궐 이후 중국과의 전면적으로 끊었다고 한다면 경제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 반면, 이를 위해 여지를 남겨뒀다면 바이러스가 전염됐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제대로 진단하고 전염방지에 나섰을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미루어 짐작하건데 대북제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바이러스 전염 기간 동안 중국과 제대로 된 (암묵적) 무역에 나서지 못했다면, 북한의 경제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충격적일 수도 있다. 작년까지 약 3% 내외의 성장률을 보였다지만, 금년 들어 북한과 같은 경제력으로 성장을 도모하긴 더더욱 어렵다. 즉, 북한이 어려운 상황이 만큼, 대한민국이 역할을 바라고 있다고 해석할 여지도 없지 않다.
그러나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은 냉정하게도 없다. 제3차 북미정상회담과 남북미 정상회동을 성사시킨 것이 최선이다. 1차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북미가 1차 합의가 뒤따른 뒤에 한국이 앞서 언급한 3요소(철도 연결,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중 최소 하나 이상을 전개할 수 있다. 그러나 선결조건이 뒤따르지 않는 이상 한국이 할 수 있는 바는 없다고 봐야 한다. 문 대통령도 2020년 신년사와 국경일에서의 연설을 통해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갈 뜻을 피력하긴 했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미국의 압박이 이어졌을 수도 있다. 이에 한국은 현재 남북미 3자 관계에서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며, 북한이 한국보고 저와 같은 경거망동한 말을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내부 전략이 얼마나 부재하며 기존 기득권이 얼마나 무능한지를 잘 보여주는 아주 확실한 단면이다.
한국은 그간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미 관계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