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측의 일방적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북한이 16일(이하 한국시간) 남북공식연락사무소(이하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북한은 이미 김여정 부부장의 공식 표현에 따라 생각보다 이른 시각에 연락사무소를 폭발시켰다. 남북관계가 더는 개선되지 않는데다 북한 측 시선에 따르면, 대한민국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음은 물론 판문점선언을 공식적으로 아직도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을 아주 저급한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연락사무소는 남북관계는 더 이상은 적대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에 대한 상징적인 건물이다. 판문점선언 이후 남북이 합의 하에 한국정부가 건립한 것이다. 당연히 한국정부의 지분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저네들 땅에 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치외법권지역이라 할 수 있는 건물을 일방적인 통보로 폭파시킨 것은 심히 유감이며, 이에 청와대는 폭발 이후 곧바로 국가안정보장회의를 열었고, 곧바로 대응담화를 내놓았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김유근 제 1차장은 강도 높은 어조로 북한에 엄중 경고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미 수일 전부터 남측에서 시작되는 대북전단 문제를 공식 거론했다. 이미 이전에 행해졌던 행위들을 매개로 한국이 남북협력에 적극적이지 않은 부분을 꼬집기 위함이었다. 북한이 대북제재와 코로나 확산이라는 이중고로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렀다는 뜻이기도 하다. 북한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까지 협상에 적극 나섰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으나 한국이 소극적인 자세로 미국의 눈치만 보고 있다며, 이에 따른 행동에 나서줄 것을 (북한다운 상식 이하의 표현법으로) 촉구한 것이다. 반대로 보면, 북한의 경제가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으며, 현재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한 마지막 방법에 직면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선이라는 것이 있다. 그 동안 한국에서 판문점선언 이행에 따른 법안이 20대 국회에서 필요 이상으로 지체된 이면에는 별로 통합도 되어 있지 않으면서 미래를 운운하는, 또한 보수성을 대표하지 않으나 보수라고 말하는 정당의 결석으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지연, 지체된 것이다. 그러나 21대 국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속한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과반을 구성하고 있다. 원구성을 두고도 야당이 난색을 표하면서 진행되지 못한 부분이 있지만, 이내 마친 원구성에 따라 판문점선언 이행과 평양정상회담의 안건들이 속속들이 통과될 경우 일단 대북전단 살포 문제와 국내의 적대적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외교적 도리를 따르지 않았던) 북한은 이번 연락사무소 폭발로 한국의 행동 독려에 나섰다는 뜻이다.
강조하지만, 북한의 경제상황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 수 있다. 북한은 이번 행동으로 두 가지 되돌릴 수 없는 결과와 마주하게 됐다. 첫째, 북한의 경제가 치명적일 정도로 곤궁한 상황이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알렸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자존심만 내세우는 지도층이 얼마나 무능한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지만, 한국의 행동을 독려한다지만 한국도 코로나 상황에서 외교전을 펼치기 쉽지 않다. 또한 문 대통령의 결단으로 인해 판문점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전격성사된 것은 물론 남북미 정상회동까지 연거푸 열렸다. 이를 통해 실무진이 해결해야 했으나 북미 양국이 해결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화살을 돌린 이유는 미국을 단독으로 설득할 수 없으며, 우리의 역할 증대를 바라는 것이다. 그 동안 많이 기다렸기 때문에 울부짖음의 결과로 상징적인 건물을 터트린 것이지만, 이와 같은 행동의 결과로 정작 누가 터지게 될지는 이미 결과로 정해져 있다.
둘째, 북한의 이미지는 이전에 비해 훨씬 더 악화됐다. 일전에도 북한은 국제연합총회에서 연설에 나선다거나 다자 체제에서 국제협력 기조에 상당히 소극적인 것을 넘어 응하지 않았다. 그랬기 때문에 미국이 추구하는 외교 전략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과 1대 1로 협상에 나설 경우, 절대적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와 규율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를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 북한은 한국에 거듭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 정작 중재자로 한정할 때는 언제이고 이제와서 더 많은 역할을 바라고 있으니, 마찬가지로 지도층의 능력과 분별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이며 뒤떨어지는지 알 수 있다. 즉, 북한의 이미지 악화로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이른 바 외교전을 펼치기는 더더욱 어려우며,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수석부의장의 말처럼 북한의 청년들이 향후 국제사회에서 좋은 이미지를 갖지 못할 것을 피력한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을 신뢰하지 못한 이면에는 북핵 위기가 본격적으로 고조된 이후 만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북한이 제대로 된 대응을 따르지 않은 부분이 크다. 미국이 여러 차례 협상점을 옮긴 부분도 적지 않으나 북한이 궁극적으로 자신들의 생존과 더 나아가 역내 평화에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역할을 하길 바랐다면 저와 같은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정작 북한은 가장 최악의 수를 두면서 한국에 경고를 넘어 남북미 회담기조의 틀을 깨버린 것이다. 향후 한국이 미국을 설득할 여지를 얻기 위한 강수로 해석할 수 있지만, 과연 미국이 눈이나 하나 깜짝할 지, 더 나아가 미국을 제외한 국제사회가 얼마나 북한의 뜻을 이해하려 할지는 이제는 보지 않아도 답이 나와 있다.
일말의 여지는,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북한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아닌 김 부부장이 강경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의 관계를 여전히 고려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2018년 이전에는 김 위원장이 직접 미국과 한국에 적대적인 메시지들을 거듭 내질렀다. 그러나 김 부부장이 나서는 것으로 봐서는 김 부부장의 권력강화와 함께 한국의 역할 강조를 반복 강조하게끔 하려는 것으로 짐작된다. 즉, 김 위원장이 강한 메시지를 직접 내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협상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실제로 코로나가 한국에서 전염세가 심했을 때,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한국이 잘 이겨내길 바란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자신들이 코로나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모르지 않으나 한국도 외교와 미국 설득에 나설 시간이 필요하다. 당연히 이동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시각만 고집하고 있다. 외교와 협상이라는 것은 상호가 합의점을 찾아가는 머나 먼 과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70년 적대 관계가 단 1~2년 만에 해결될 것이라 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순진한 발상이다. 미국은 웬만해서는 협상으로 상대하기 쉽지 않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를 두고 미제앞잡이라느니 상전 눈치보기라 한다면, 저네들은 얼마나 고고한 척 하면서 여태껏 잘 살았는지 묻고 싶다. 꼿꼿하게 머리만 쳐들고 있다가 저꼴 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통령들은 그간 필요 이상으로 미국과 강대국에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그 결과 지금에 이르렀다. 북한은 중국과 같은 대국이 아니다. 그렇다면 지도자의 결단과 지도층의 지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선택은 늘 단조로웠고, 지지는 커녕 늘 때를 쓰는데 지나지 않았다.
한국의 대응도 만족스럽지는 않다. 지금은 특사를 보내야 할 때가 아니다. 김 1차장이 발표한 담화는 상당히 훌륭했다. 청와대는 그간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세간의 평가에 늘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이번 담화는 적극적이면서도 공세적인 메시지를 펼쳤다. 그러나 특사 파견 시도는 아쉽다. 북한이 거절할 것이 자명했다. 지금 북한이 바라는 것은 미국 설득이다. 혼자서 도저히 안 되겠으니 외교 통로를 다량으로 보유한 한국에 편승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반로치고는 행동거지가 옳지 못한 것을 넘어 아주 치졸한 수단에 불과했다. 물론, 청와대와 한국정부가 일단 북한을 다독이기 위해 특사 파견을 시도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거듭 삐진 북한이 잠깐 분풀이 할 때를 기다려 본 후 암묵적으로 시도하는 편이 나았다.
종합하면, 북한은 자신들이 제시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소진했다. 일단, 연락사무소만 터트리고 개성공단에 군대를 진주시키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더 이상의 행동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군대를 움직여 2018년 이전과 같은 긴장감을 점증시킬 경우, 누가 힘들어질 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한국도 이에 따른 국방비 지출과 국가적 부담이 늘어나겠지만, 북한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 꾸준히 직면하게 된다면 늦어도 2020년대 중반이면 외화 바닥은 물론이고 엄청난 대기근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과연 누가 힘들어지게 될까. 그리고 만약 최악의 반로로 (말 같지도 않은) 혈통이라 자부하는 김씨 일가의 권위가 무너지고 더 나아가 북한이 전복될 수 있는 만큼,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되지만) 우리도 이에 따른 만발의 준비에 나서야 한다. 이미 남북의 자체적인 군사전력을 비교해도 대한민국이 압도적으로 앞서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