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원대한 계획

프랑스의 영국 따라잡기

by Jason Lee
캡처.png 식민지 상흔? 관용의 결과? 원대한 계획?

한 나라의 경제사회적 상황을 지켜보는데 있어 스스로가 꼽는 가장 큰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바로 통화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언어다. 어떤 단위의 화폐를 쓰느냐를 보면 식민지배의 영향력을 받았는지, 아니면 독자적인 화폐체제를 구축하고 있는지 알 수 있으며, 또한 피식민국가로부터 실질적으로 다소 종속된 영향력을 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해당 언어를 통해 사회상을 바라볼 수 있으며, 통화와 마찬가지로 자체적인 언어가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식민국가의 언어를 공용어로 쓰는지를 보면 역사와 문화를 가늠할 만하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프랑스는 아주 선진적이면서도 얍삽한 전술을 취해왔다. 식민지배에 나설 때 프랑스의 화폐단위인 프랑(Franc)을 이식했으며, 당연히 프랑스어를 가르쳤다. 아프리카는 각 부족끼리 나뉘어져 있었으며, 국민국가로 도약되지 않았던 만큼, 프랑스가 원활한 식민지배를 위해 국경을 책정했고, 해당 국가들을 당연히 강제로 복속시켰다. 그 유명한 프랑스의 횡단정책이 아프리카를 관통하면서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는 당연히 프랑스의 손아귀에 떨어졌으며,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도서국가인 마다가스카르까지 프랑스의 지배를 받게 됐다. 광활한 식민지를 경영하면서 프랑스는 엄청난 부존자원과 노동력을 수탈했으며, 이를 통해 국력을 보다 더 신장시킬 수 있었다.


제국주의 시대의 종언이 도래했지만, 아프리카에는 여전히 식민지의 상흔이 남아 있다. 많은 국가들이 내란을 겪는 등 내홍을 피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후 수탈한 경제력으로 인해 빈곤상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프랑스는 여전히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의 통화를 원하는데로 주므르고 있다. 해당 지역은 모두 아프리카 프랑(CFA Franc)을 화폐 단위로 쓰고 있다. 이는 당연히 ISO 통화코드(Currency Code)에 등록을 마친 정확한 단위로 호주와 뉴질랜드를 비롯한 영미권 국가들이 달러를 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프리카가 없었다면, 21세기의 프랑스 역사는 없었을 것이다.

-프랑수와 미테랑


프랑스의 프랑수와 미테랑 대통령은 아프리카의 존재가 프랑스의 발전에 가히 결정적인 동력이 됐다고 역설한 바 있다. 21세기가 다가서기 전에도 다소 섬뜩한 말을 남겼을 정도로 아프리카가 프랑스가 존재하는데 엄청난 밑거름이 됐다. 서부와 중앙 아프리카의 식민지 경영이 없었다면, 프랑스는 그만한 자원과 노동력을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고 이는 곧 최선진국들과의 경합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대로 아프리카 입장에서는 모든 것을 수탈 당했던 역사가, 곧 뼈아프게도 프랑스의 밑바탕이 되어야 했고, 동시에 최빈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놀랍게도 유럽통합 이후 프랑스는 유로화를 융통하고 있지만, 아프리카 국가들은 여전히 프랑화를 쓰고 있다. 이에 아프리카 국가들의 프랑을 프랑스중앙은행(Banque de France)이 직접 관리하고 있다. 이에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은 국가들은 통화를 활용하는데 있어 아직도 프랑스에 예속되어 있으며, 대체재를 구하지 못하는 이상 프랑스의 통화정책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실질적으로 이들 국가들 모두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두고 있으며 프랑을 화폐로 쓰고 있어 다른 대안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프리카의 현실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을 안다면, 새로운 언어와 화폐를 만드는 것은 더욱 더 쉽지 않아 보인다.



프랑스어는 아프리카 제 1의 언어가 될 것이고,

향후 10년을 이끌어 갈 새로운 도구가 될 것이다.

- 에마뉘엘 마크롱


미테랑 전 대통령이 아프리카를 통해 강성권력을 거머쥘 수 있었다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언어를 통해 연성권력을 본격적으로 품겠다는 뜻을 밝혔다. 프랑스어권 국가들을 묶는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그는 부르키나파소에 방문했을 당시, 프랑스어의 중요도가 시간이 거듭될수록 더해질 것이라 못박았다. 아프리카의 언어 소통 문제를 프랑스어가 해결하고 있거니와 기존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인구를 늘려가고 있으면서도 경제도약을 꿈꾸고 있어 프랑스가 중추적이면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해내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통해 기존 프랑스어권 국가들을 거느리길 바라고 있으며, 이를 통해 프랑스어의 가치를 더욱 드높이고 더 나아가 프랑스가 국제사회에서 좀 더 큰 역할을 해내길 바라고 있다.


프랑스어를 국어로 활용하는 국가는 프랑스를 포함해 프랑스령 영토에 해당되는 국가들과 캐나다의 퀘벡주가 있다. 공용어로 두는 국가들도 아프리카에서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은 국가들 외에도 캐나다와 벨기에까지 선진국들이 자리한 상태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어를 제 2의 언어로 두고 있는 알제리, 모로코, 모리타니까지 합할 경우 프랑스어가 지니고 있는 세력의 범위는 상당히 넓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캐나다, 프랑스(+벨기에), 아프리카까지 더해 크게는 세 대륙에서 프랑스를 공용어 어 이상으로 쓰고 있으며, 태평양의 도서국가드들까지 더할 경우 프랑스어가 갖고 있는 영향력의 힘은 더욱 넓다고 진단할 수 있다.


2065년이면 아프리카 인구는 더욱 증가할 예정이며,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인구는 약 10억명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식민지배라는 부지불식간에 만들어진 결과로 인해 부족어에서 공용어(프랑스)를 접하게 된 아프리카인들은 이를 통해 인접 국가들과 무역 및 교역에 나서고 있으며 국가 간 협력에 발을 붙이고 있다. 특히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 인접국들 중 나이지리아, 가나, 적도기니를 제외하고는 모두 프랑스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고 있다. 이들 간의 국가 간 협력은 더욱 더 빈번해질 경우 프랑스어권과 프랑을 쓰고 있는 국가들 간의 접촉 빈도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는 프랑스의 직접적인 영향력 아래에 있는 국가들이 두루 포진해 있어, 이만하면 프랑스아 서아프리카를 이끌어 가는 주도 국가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또한, 아프리카연합(African Union)에서 프랑스가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프리카연합의 공용어에는 이미 영어와 프랑스어가 자리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의 군화에 짓밟힌 지역이 대부분인 만큼, 이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기도 하다. 게다가 앞서 언급했다시피, 서부와 중앙 지역은 프랑을 통화단위로 두고 있어 아프리카에서 프랑스의 영향력을 제외한다는 것은 이미 쉽지 않다.


프랑스의 이민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들의 인구는 이미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필요할 경우 프랑스는 이들과 실질적 종속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국적을 부여해 우수 인재들을 불러들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들 외에도 너나할 것 없이 프랑스 국적에 욕심을 내는 이들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프랑스가 지니고 있는 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외부의 불법적인 이민을 막고 이들을 공개적으로 불러들인다면 내부 위협도 줄일 수 있으며, 프랑스가 선택적으로 이민정책에 나설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프랑스어권 국가들의 영향력이 더욱 더 증대될수록 영국이 영연방에서 누리는 특수를 프랑스도 꿈꿀 가능성이 실로 높아 보이며, 프랑스 또한 이점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를 바탕으로 프랑스는 사실상 영연방에서 영국이 누리는 지위처럼 사실상 조공국의 입장이 되려는 것으로 보이며, 영연방에서 영국이 수직적 관계를 구축했듯, 프랑스식의 새로운 종법질서를 설립할 가능성도 완전하게 배제하긴 어렵다. 마크롱 대통령은 영국이 영어권 국가들을 선도했듯, 불어권 국가들의 위에 서길 희망하고 있다.


또한, 이는 곧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아프리카에 많은 투자를 벌이고 있는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프랑스가 아프리카를 지키는데 좀 더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데다 최근 군사훈련을 비롯한 각종 문제에 개입하기도 했다. 중국발 영향력을 최대한 줄이면서 오히려 프랑스의 영향력을 키워 이후 더 큰 힘을 가져가겠다는 뜻이다. 프랑스는 현재 유럽연합에서도 독일과 주도권을 두고 격돌하고 있어, 해당 정쟁에서 이길 경우 프랑스가 유럽연합을 이끌어 가면서 아프리카연합을 발밑에 두게 된다. 이럴 경우 국제사회는 물론 국제정치에서 프랑스가 지니는 영향력은 예상보다 훨씬 더 증가할 수 있으며, 이미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기존 패권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다.


(2019. 9. 23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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