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저러는 이유

반드시 알아야 하는 전후본말

by Jason Lee
p9-filippov-a-20181219-870x580.jpg 열등감에 젖어있는 무늬만 강자

일본은 아시아 최선진국이다. 비록 국내총생산에서는 2010년대 초반에 중국에 추월을 허용했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에서 여전히 중국을 압도하고 있는데다 아시아 유일의 G7 회원국일 정도로 국제사회에 끼지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다만 전범국가로 군사력을 보유하지 못한 반쪽짜리 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 이처럼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일본의 경제가 얼마나 탄탄한지, 또 국제사회로부터 영향력이 큰 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일본이 최근 한국에 대해 '무역보복'이라는 이름으로 전략물자 수출제한을 선포했다. 그리고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대한민국 정부가 온당(?)하게 대처하지 않을 경우 무역제한을 보다 강하게 내걸 것이며, 대한 압박을 보다 심각하게 행사할 것임을 거듭 경고했다. 무슨 이유로 대한민국에게 이와 같은 행보를 보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바는 아니나, 아시아 최대 경제대국이자 손꼽히는 국제사회의 선진국답지 않은 행동임에는 분명하다.


그간의 한일 관계와 경제적 논리

아베 총리는 반한 감정을 이용해 자신의 재선과 함께 자민당의 굳건한 여당지위 확보 및 당내 파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즉, 국제관계를 국내정치에 이용하겠다는 것으로 이전에 북한의 미사일 및 핵 실험으로 인해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것을 자신의 집권연장으로 이어갔듯, 이번에는 덩치가 작은 한국에 시비를 걸어 한국의 반응을 고조시키고 더 나아가 이를 통해 자신의 통치 연장을 도모하고자 하는 계획이다.


한일 관계는 그간 정치적인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일본의 강제국권침탈이 있었고, 한국은 1965년에 한일협약을 체결, 유상 및 무상 차관을 확보했다. 일본은 1차적으로 한국이 거듭 한일협약을 위반하는 '복지병에 걸린 못사는 이'로 취급하고 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국가 이전에 정부끼리 맺은 협정일 뿐, 당시 문건에 개개인에 대한 보상 및 사과가 없었다. 이에 한국은 꾸준히 징용, 징병, 위안부 문제를 사회적이면서도 개인적으로 일본 정부에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5년에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과 위안부 협약을 타결했다. 국제정세상 미국이 주도하는 논리에 의해 당시 정부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 거듭 말한 바 있지만, 불가피하게 체결이 필요했다면 정부가, 국가가 피해자 분들을 찾아 뵙고 상황을 소상하게 설명했어야 했다. 이를 제대로 전달해도 될까 말까인데 피해당사자의 이해는 고사하고 대뜸 발표를 해버렸으니, 피해자 분들이 느꼈을 박탈감은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 이 때도 한일협약을 들먹이는데, 한일협약 당시에는 위안부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고, 확인되지 않았기에 충분히 한국이 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


무엇보다 위안부합의(?)는 양국이 협정을 물릴 수 있는 조항이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에 새로 들어선 정부는 위안부합의를 전면파기했고, 일본으로 받았던 피해보상금의 일환으로 들어온 돈을 전부 되돌려줬다. 즉, 한국 정부는 여전히 협상이 잘 못 된 것이며, 금전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이 여전히 복지병 환자로 일본에 대한 박탈감을 지나칠 정도로 갖고 있으며, 이로 인해 우방인 한일 관계가 여전히 해결되고 있지 않으며, 한국을 마치 '유별난 존재' 취급하고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한국은 심지어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났을 때도 이웃인, 한 때 자국을 침탈한 국가인, 일본에 성금을 보냈다. 국가적, 개인적으로 삼삼오오 모은 성금을 보냈다. 하지만 일본은 자존심을 내세웠을 뿐만 아니라 한국발 성금을 제대로 취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놓고서는 한국을 여전히 과거의 망상에 시달린 복지병 환자로만 취급하고 있으니 귀신이 곡을 할 노릇이다. 물론, 모든 일본인들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강성 우익과 혐한 세력 더 나아가 이를 이용해 자신의 영달을 챙기고자 하는 몇 몇 소수의 일본인들이 이와 같은 틀짜기(프레임)를 통해 여론을 휘두르고자 하고 있다.


원전사고가 나면서 일본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에 대해 한국은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웃기지 않은가, 사고가 난지 얼마나 됐다고 대뜸 물건을 팔겠다고 하는 건지.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얼마나 저급한 집단으로 보고 있는지가 잘 드러났다. 한국은 국제사회 기준보다도 다소 낮은 원자력 함량 기준을 들이 밀었다. 소비자를 보호해야 하고 더 나아가 국민의 안위를 지켜야 하는 국가로서 역할을 한 것이다. 입장을 바꿔 보면, 일본도 한국에서 원전사고 났을 때, 구원의 손길을 보낼 것이며, 호혜로운 자세로 한국발 수산물을 냉큼 구입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한국의 반응을 두고 마치 예민하게 반응한다며, 결국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놀랍게도, 한국이 승소했다.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이행되는 규정아래 여러 불만아닌 불만을 제기해 한국을 즈려밟았다고 여긴 탓일까. 일본은 해당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역시나 국내에 크게 보도되진 않았지만, 한국 정부가 소비자이면서도 국민을 제대로 지킨 사례로 평가된다. 이 무역제한 조치에 일본이 불만을 거듭 품었을 가능성이 높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힘에 기대 위안부 문제를 매듭지었다고 생각했던 일본이 수산물 무역에 제동이 걸리면서 한국에 대한 감정이 폭발한 것으로 짐작된다. 여기에 지난해에 있었던 대법원의 강제징용 임금지불에 대한 판결에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보자. 일본 기업이 무슨 증거로 징용피해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려 할까. 오히려, 여태껏 지급하지 않고 숨긴 것이 부끄러워야 한 것 아닌지 되묻고 싶다. 이때까지 얼굴 싹 닦아내고 양반인척 해놓고서는 오만 증거와 갖은 증빙을 통해 임금 지불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일 정부는 이에 대해 거듭 분노했고, 국내 최고 사법기구를 마치 파렴치한으로 몰아갔다. 이 때부터 아베 내각이 다소 치밀하게(?) 이번 무역보복(?)을 준비했다고 이해한다(우리가 때린 적이 없는데 보복이라고 한다는 게 거듭 웃길 따름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최선진국답지 않은 다소 옹졸한 속내에 거듭 놀랐다).


즉, 전략물자 수출을 제한할 경우 일본도 손해를 보지만, 완제품을 수출하는 한국이 안게 되는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일본은 판단을 내린 것이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겠다는 의도로 일본의 원자재 생산기술이 탁월하고, 한국이 일본에게만 의존하는 무역을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일제의 품질이 돋보인다는 뜻이고 이를 교묘하게 이용한 것이다. 반대로 한국은 그간 시장을 다변화하지 않은 대가를 이제 고스란히 느끼고 있으며,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무엇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충분히 해쳐나갈 수 있다고 국민이라면 믿어야 한다. 어설픈 식자층인척 일본에게 굴종만 해야 한다고 강조할 게 아니라.).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이제 국제정치로 돌아가보자. 세계경제에서 중국에 추월을 당한 일본은 이제 북핵 위기를 지나 한반도 평화를 지켜보고 있는 입장이다. 한국이 북한과 일종의 평화체제를 구축해 반도 국가로서의 이점을 누릴 경우 일본은 동북아 정치에서 극도로 멀어지게 된다. 동시에 한국의 또 다른 도약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에 역내 패자를 자처하는 일본은 한국을 일본보다 클 수 없게 견제하면서 중국에 맞서고자 하는 관점을 지니고 있다. 흡사, 미국이 중국을 무역 문제로 견제하듯, 이번에 한국에게 쓴맛을 보여주겠다는 뜻이다.


남북 평화를 지나 경제 협력이 구축될 경우 한국의 경제권은 더욱 커지게 된다. 반면 일본은 줄어든 역할을 받아들여야 하며, 줄곧 한반도발 위협을 계기로 정권을 유지했던 자유민주당에게는 위기일 수밖에 없다. 이에 지난해부터 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일본의 목소리(라 쓰고 훼방이라 읽어도 무방한 말)를 냈으며, 끝까지 남북 관계 경색을 통해 한국의 성장을 견제하면서 일본의 역할을 강조해 온 것이다.


동시에 한미일 3자 우방체제를 위해(참고로 한국과 일본은 동맹이 아니다) 북한과의 협력을 마치 이상하게 취급해왔다. 그러면서 이번에 한국이 일본의 말대로 행동하지 않을 경우 백색국가(우방)에서 제외할 뜻을 보였고, 청와대는 이미 이를 검토하고 있으며, 군사공유에 대해서도 탈퇴할 뜻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특정 당만이 이를 반대했다는데, 거듭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묻고 싶다. 자존심만 내세우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맞을 수만도 없지 않은가. 이미 불합리한 조처를 하고 있는데 거듭 설득만을 고집한다는 것 자체가 모두 다 내려놓자는 뜻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미 한국은 일본과 달리 중국과 안정된 외교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미 대중 교역이 대미/대일 교역의 합보다 많은 탓도 있지만, 사드 배치 이후 경색됐던 외교 관계를 어느 정도 회복했고(좀 더 강화해야 하는 부분도 사실 많이 남아 있다), 관계를 이전처럼 복구해왔다. 이미 양 적성국가인 북미 정상이 만난 것을 감안하면 이전처럼 대륙 세력(북중러)과 해양 세력(한미일)이 대립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잇속을 확실하게 챙기고 확실한 안전보장을 통해 북한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이럴 경우 한국이 갖게 되는 이윤이 커지기 때문에 한반도 관계가 경색되길 바라는 것이다.


남북 관계가 정상화되고 북한이 미국과 수교할 경우 식민지 배상 및 사과를 북한에게도 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성장과 역할 증대를 바라볼 수 없다는 뜻이다. 이미 중국에 경제적 지위를 넘겨준 가운데 한국에게까지 밀릴 수 없다는 뜻이다. 이에 일본은 지나친 친미 외교를 통해 이를 타개해나가길 바라고 있다. 다음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지 않을 경우 일본이 그려왔던 정세가 구축되기 때문이다. 마침 일본도 현 미 정부가 제시하는 미일동맹의 불균형과 농산물 문제에 대한 제기를 껄끄러워하고 있어 한국을 이용해 정권을 유지하고, 미 대선 결과를 통해 다시금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 동북아 역내 패자로 군림하길 바라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아시아로의 회귀'와 '전략적 인내'를 내건 이면에는 잇따른 부담으로 인해 일본을 동북아 전면에 내세워 대중 견제와 북핵 위기에 맞서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들어 북핵 문제에 대한 대화가 시작됐고, 중국과는 무역 분쟁을 통해 서열 정리에 나서면서 동북아의 급박해던 사안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 이에 현 미 정부는 굳이 일본의 역할을 강조할 필요가 없어졌다( 즉, 각 국의 국내정치를 보면 일 자민당과 미 민주당이 의견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며, 미 공화당과 한국내 더불어민주당이 잘 맞닿아 있는 셈이다.).


일본으로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했던 정책처럼 동북아 패자로서 입지 유지를 넘어 전범 국가에서 탈피해 병력을 유지해 동북아 정세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뜻이다. 지난 150년 동안 아시아 최강 국가로 존재해 온 일본임을 감안하면 지역 문제이긴 하지만, 힘을 기르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아베 정부의 정책방향과 아베 정부의 내각과 자민당의 의도대로 이행된다면, 동북아는 대북 위협을 넘어 일본의 재무장화로 다시금 전운이 감돌 수밖에 없으며, 긴장감이 고조되는 것은 당연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실컷 맞은 학교 폭력 피해자가 트라우마를 겪는 것은 당연하다. 없이 살았던 이가 제대로 된 정신과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먹고 사는데 급급해 자신을 돌보지 못했고, 옆집의 부자를 보며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법이 바뀌어 옆집 부자가 다시금 나를 때릴 여지가 생긴다면, 어느 피해자가, 어느 피해자 후손이 이를 달갑게 바라보겠는가. 심지어 정중히 사과를 했다 하더라도 '설마..'라며 두려울 수 있는데, 이를 두고 '복지병'이라고 치부한다면, 잘 사는 이치고는 그 됨됨이가 너무나도 부족한 것이 아닌가?


이에 국민들이 마음 속으로 분노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어느 당과 어떤 매체에서는 마치 일본은 넘볼 수 없는, 우리가 맞았기 때문에 앞으로 맞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 스스로의 힘을 애써 낮추고 싶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묻고 싶다. 미래를 알 수 없는 만큼, 진짜 걱정이 되서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일본에 번역되어 올라가는 기사나, 일 정치인들이 해당 신문사에서 낸 기사를 통해 한국의 상황을 인용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이쪽이 아닌 저쪽 편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전에도 스스로는 이에 대한 구분이 확실했다. 이제 국민들이 확실하게 피아를 식별해야 할 때다.


감정적으로 나서면 안 된다. 일본에는 친한파도 있고, 한국에 우호적인 입장을 지니고 있는 학자와 단체들도 있다. 에둘러 이들을 한국의 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마음 속으로 조심하면서 준비하면 된다. 그리고 우리가 현실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 국채보상운동과 금모으기 운동 등 여러 국가의 환란이 겪었을 때, 국가가 기능을 못해 나라를 지키지 못했을 때도 민초들이 의병을 일으켰고, 신분제가 서슬퍼런 시기에 국가로부터 아무런 혜택조차 받지 못한 이들이 나라 하나 지켜보겠다고 목숨과 가산을 내놓았던 곳이 바로 이 곳이다.


우리의 힘을 에둘러 낮출 필요가 없다. 이미 역사적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이 보여준 저력은 충분하다. 분명한 것은 일 정부가 이를 과소평가했다는 점이다. 그간 피식민국가로서 얼마나 하등하게 봤는지 또한 여실히 드러난다. 힘이 되진 않겠지만, 보탬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반대로 보면, 오히려 우리 선조들이 그 옛날 저쪽으로 지식을 전파한 것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우열함을 따지자면 우리가 저들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러니 에둘러 스스로의 가치를 절하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설사 자신은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자존은 지키면서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2019. 7. 20.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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