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확고한 의지
미국의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이 주독미군 감축을 전격 발표했다. 에스퍼 장관은 독일에 주둔하고 있는 미 공군 중 12,000명이 본토로 돌아올 것을 알렸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과 상의 없이 미군의 감원을 공론화 한 가운데 최종적으로 독일에 상주하고 있는 미군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주독미군은 냉전시기 주한미군과 같은 역할을 했다. 2차 대전 이후 냉전이 지속된 이후 철의 장막으로 유럽이 이념노선에 의해 분단되면서 독일은 서방사회의 최전선이 됐다. 세계 대전 이후 독일을 4개국(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이 분할 점령하기로 했으며, 자연스레 소련이 통치하는 곳을 제외한 세 곳은 민주주의 진영이 됐으며, 이후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를 출범하면서 서유럽은 미국이 주도하는 거대한 안보공동체에 편승했다.
그러나 독일 통일과 소련 붕괴로 인해 더 이상 유럽 내 미군 주둔에 대한 의미는 크지 않았으며, 미군도 감원에 나섰다. 체제 경쟁이 필요가 없고, 미국도 더 이상 많은 군비 부담을 원치 않았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줄곧 방위비 지출을 두고 동맹국 및 미 주둔국에 대해 강하게 요구했다. 이미 NATO에 방위비 상승을 언급한 이후 줄곧 안보에 대해 유럽이 편승하고 있음에도 비용 지출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 한국, 독일에게도 모두 해당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이번 주독미군 감축의 여파가 큰 이면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독일은 상당한 미국이 주둔하고 있는 곳으로 긴 시간 동안 상주해왔다. 그러나 전격 병력 감원에 나선 것은 이해가 가능하다. 독일은 NATO 회원국으로 안보 문제에서 한국이나 일본처럼 전선에 있는 국가가 아니다. 공산권 붕괴 이후 유럽연합은 동구권 국가들을 불러들였으며, 자연스레 북대서양조약기구고 동유럽 국가들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였다. 당연히 독일에 대한 지정학적 가치는 줄었기에 미군의 감원 이유는 설명이 가능하다.
둘째, 독일의 미군 감축은 독일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군사력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군대 보유가 불가능하게 됐다. 이에 독일도 군사력을 과감하게 포기하면서 유럽통합과 주독미군을 통해 안보 리스크를 최대한 줄였다. 반대로, 국방력에 의존할 필요가 없었기에 경제발전을 비롯한 전후 재건에 나설 수 있었다. 이 가운데 미군이 줄 경우 독일은 국방력에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된다. 당장 러시아나 여타 국가로부터 공격을 받을 일은 없겠지만, 최소한의 안보 가늠자라 할 수 있는 주독미군의 감축으로 인해 독일은 안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이 입증됐다.
종합하면, 러시아발 위협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유럽 내 많은 공군이 상주하고 있는 독일의 미군을 줄이기로 한 선택은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안보 사안과 금전 문제의 등가 교환을 바라고 있다. 독일이 한국처럼 더는 지전략적 요충지가 아니라는 점과 독일이 한국처럼 방위비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았기에 내린 결정이기도 하다. 반면, 전략적 가치가 이전처럼 크지 않기 내린 결정으로 이해가 가능하나, 러시아발 위협이 점증한 가운데서도 유럽 내 큰 공군기지의 병력을 줄이면서 러시아가 반대로 안보 문제에서 부담을 일정 부분 덜었다.
동시에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확실하게 알렸다. 방위비 협상에서 미온적일 경우(말이 미온적이지 미국의 입맛을 만족시키지 않을 시), 과감하게 주둔 병력을 줄일 뜻을 보인 것이다. 이는 한국과 일본처럼 상대적 안보 취약국에 가장 많이 해당되는 부분이다. 유럽은 범국가 안보기구인 NATO가 있어 큰 무리가 없지만, 한국과 일본은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독일, 일본과 달리 자체 병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군을 제외하고도 세계 10위 안에 드는 탄탄한 국방력을 자랑하고 있다. 역으로, 좀 더 공세적으로 미국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일본은 군대가 없으며, 수비만 가능한 자위대가 전부다. 이에 일본이 개헌을 통해 군대 보유, 더 나아가 동아시아 안보 사안 개입에 적극 나설 뜻을 내비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