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란 협력과 미국의 계산

미국의 철저한 노림수

by Jason Lee
캡처.PNG 예고된 수순

중국과 이란의 협상은 이전에도 빈번했다. 이란은 굳건한 산유국인데다 그간 미국과의 관계가 적대로 돌아선 이후부터는 중국과 이란의 협력 관계는 늘 이어졌다. 심지어 2018년에 미국이 이란핵협정(JCPOA)을 뒤집으면서 양 국 관계가 더 가까워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더군다나, 중국은 현재 미국과 큰 마찰을 겪고 있는 만큼, 양 국은 같은 반미 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에게 이란이 중요한 이유

이란은 중국에게 큰 협력의 대상이다. 서아시아에서 사우디가 친미 노선을 걷고 있는 반면, 이란은 당연히 반미로 돌아선지 오래다. 핵협정이 전면 파기되면서 이란은 미국과 함께 할 일이 없어졌으며, 미국으로부터 야기된 엄청난 경제제재와 마주해 있는 만큼,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다. 그 사이 중국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라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양 국은 미국과 적대 관계라는 점에서 엇비슷한 노선이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대대적으로 장악하면서 미국에 대대적으로 편승한 국가들의 유류 수출입에 작은 제동을 걸고 있다. 이란발 석유을 수입하지 않더라도 해협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군사적 긴장도는 여전히 높다.


무엇보다, 이란은 대표적인 산유국인데다 일대일로에서 대표적인 협력국이다. 중국이 추진하는 구상이 얼마나 순기능일지는 아직 의문이 많이 남아 있지만, 대전제를 기반으로 경제통로를 통한 경제협력에 나서고자 하는 만큼, 이란은 중국에게 빼놓을 수 없는 동반자라 할 수 있다. 미국과 척을 지면서 이제는 정치적인 입장도 비슷해진 만큼, 중국은 당연히 이란과 손을 잡아야 한다. 당장 이란을 지나 철길을 연결하지 못하더라도, 중국은 파키스탄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이란으로부 원유 수입을 용이하게 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CPEC(China-Pakistan Economic Corridor)가 개통된다면, 중국의 원유 수입은 더 쉬워지며, 최단 노선을 통해 유류 자원 확보에 나설 수 있다.


일댈일로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철길은 중앙아시아와 이란과 터키를 경유하게끔 되어 있다. 이 노선이 제대로 구축되어야 중국이 철도를 통한 다른 물자 수송까지 확실하게 다가설 수 있으며, 유럽연합으로부터 물자 수출을 단번에 시도할 수 있다. 이미 철길을 통해 많은 물건이 오가고는 있으나, 역내 환경 등 여러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다 이란이 제재로 묶여 있어 중국이 철길로 연결한 구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이 JCPOA를 뒤집었을 때, 한 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이란과 척을 지기 보다는 미 중심 질서로 수용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중국이 이란과 가까워 질 여지를 둔데다 이란은 일대일로에서 거점기지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중국과 이란의 관계를 경색까지는 아니더라도 협력할 수 없는 수준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돌이켜 보는 미국의 엄청난 노림수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생각은 달랐다. 지금에서 보면, 이란이 중국과 협력한다고는 하나 이란은 미 주도의 제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즉, 지구촌 내 어느 국가들도 이란과 적극적인 교역에 나설 수 없다. 깊이 들어가 보면, 제재로 이란을 묶으면서 이란의 천연자원이 중국으로 향하는 절대적인 양을 줄이고, 더 나아가 미국은 서아시아(중동) 전세를 긴장 국면으로 몰아가면서 사우디를 우군으로 만들어 무기 수익 창출을 어김없이 노리면서 대대적인 제재를 통한 국제사회의 자본이 이란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으면, 양 끝에 있는 미국이 모든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구조다. 즉, 미 전략가들이 얼마나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는지 알 수 있다. 동시에 이란이 개발한 핵에 대한 의구심이 완연하게 사라졌다고 하기 어려운 만큼, 핵협정을 뒤집고 제재에 나선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종합하면, 미국은 미중무역분쟁으로 인한 서열 정리 작업에 돌입할 때 즈음, 이란과의 협정에서 공식적으로 탈퇴했다. 미국이 오히려 적수를 늘린 것이기도 하지만, 지금에서 보면 리스크가 큰, 동반자라 하기 어려운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전면적인 우위를 점하겠다는 높은 수가 동반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단순하게 미국이 북한과 협상에 나서는 만큼, 이란과의 관계를 뒤집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호의가 없어서 협정을 뒤집었다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그러나, 협정을 뒤집을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정으로 말미암아 해석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적을 늘리는 것에 대한 우려도 많았다. 그러나, 자세하게 보면, 적의 색깔을 공고하게 하면서 우군의 결집을 이끌고 더 나아가 무기 판매를 비롯한 이익에 성큼 다가섰음을 알 수 있다.


무기 판매는 단순하게 바라볼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 군산복합체의 힘이 강하다고 여기는 것도 단순하다. 군수산업에서 엄청난 일자리와 부가 수익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연구자, 개발자, 기술자와 생산에 활용되는 노동력까지 엄청나게 많은 인력이 투입되어 있다. 괜히 군산복합체로 분류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서 유사에 활용할 수 있는 외부의 적을 두면서 대내외적으로 미국이 조금은 곤궁하거나 정치적인 프레임을 잡아갈 때 활용할 수 있는, 손쉽게 제압 가능한 호적수를 두면서 오히려 지구촌을 이끌어 가고 있다. 역으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을 편드는 것이 아니라, 사업가였던 그의 철학이 미 관료 집단과 전략가들의 이해관계가 아주 유효 적절하게 맞아 떨어진 결과물일 수도 있다.


또한, 중국이 이란과의 관계를 공고히 할 수록,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해당 국가들을 현 질서에 대한 도전자 및 파괴자로 언급하면서 공세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미국이 여전한 최강자임을 드러낼 수 있다. 미국발 국채를 다량으로 소유한 중국에게 적극적인 타격을 시도할 리 없으며, 이란도 활용해야 하는 여지가 많은 만큼 현실적으로 타격이 어렵지만, 지난해에 벌어진 장성 피격 사건을 이라크에서 진행한 것만 보더라도 대대적인 공습보다는 인접 지역을 건드리면서 긴장도를 높이고, 언제는 공격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주면서 사실상 전력의 우위를 통한 이점을 가져가겠다는 뜻이다. 즉, 중국은 미 국채, 이란은 산유국이라 미국이 적극 공격하진 않겠지만, 전쟁을 제외한 다양한 선택지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양 국에 대한 우위를 꾸준히 점하겠다는 뜻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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