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로 설계된 서아시아의 합종연횡
유대교 국가와 이슬람교 국가가 공식 수교했다.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레이트(United Arab Emirates)가 미국의 중재로 국가 관계를 정상화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의 주재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레이트가 수교를 맺었다고 공식적으로 알렸다. 이어 이스라엘과 UAE에서도 이번 수교 사실을 공식적으로 전했다.
이번 수교를 두고 이견은 갈리고 있지만, 서아시아 질서가 일정 부분 평화 국면으로 접어들 여지가 생겼다는데 의미가 있다. 지난 2018년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겼으며, 이후 이스라엘의 수도는 예루살렘이라고 공언했다. 대사관저 이동 행사에는 미 백악관 보자관인 이방카 트럼프가 참석했다. 예루살렘은 국제연합 지정 분쟁지역으로 수도가 될 수 없는 곳이나 미국이 이를 진행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았다.
가뜩이나 서아시아에는 2017년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하면서 수니와 시아의 긴장의 점증했다. 여기에 미국이 기름을 들이부으면서 기독교성과 이슬람교성의 대립이 증폭됐다. 설상가상으로 2018년에 미국이 이란핵협정(JCPOA)을 돌연 파기하면서 이란에 대한 제제를 재개했다.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다시 적대로 돌아서면서 서아시아의 관계는 다시금 복잡해졌다. 이게 다가 아니다. 2020년에 이란의 사우디 공격과 미국의 이란 장성(솔레이마니) 피격으로 인해 서아시아 정세는 더 복잡다단하게 전개됐고, 사실상 미국이 설계하면서 역내 긴장으로 무기 수익 판매를 극대화할 여지를 마련했다.
그나마, 이번 양국의 수교로 인해 미국이 서아시아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미국의 민주당에서는 큰 성과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보면 빅플레이어들이 아닌 만큼, 당장 정세 변화를 야기할 정도의 성과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간 대립만 고집했던 양 종교의 국가들이 수교를 맺은 것만 하더라도 고무적이다. 특히나, UAE는 친사우디 국가인 점을 고려하면, 수니의 맹주인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수교하는 것보다는 UAE라는 매개를 통해 유대교와 수니파의 긴장도는 이전보다 훨씬 더 이완되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미국은 이를 통해 서아시아 질서를 수니와 시아의 대결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미국의 국익을 도모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만하다. 동시에 이란에 대한 외교적 고립을 지속할 뜻을 보인 셈이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하는 수니파 국가들은 이스라엘이라는 외부 변수를 일정 부분 줄인 셈이다. 국교라는 것이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만큼,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지만, 미국이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국가들을 수교를 중재했다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적지 않다. 미국의 국익과 얼마나 많이 직결될지, 또 역내 안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처럼 성공적인 수교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긍정적인 해석은 미 대사관 이동으로 인해 유대계들의 지지도와 강성 복음주의자들의 지지를 모았다. 비록, 기존 서방사회와 아랍세계로부터 숱한 비난을 받아야 했지만, 미국 대통령인 만큼 국내 표를 지켰다. 여기에, 이번 양 국의 국교 수립을 직접 중재하면서 서아시아 질서를 미 주도로 확실하게 편성했다. 미 우방인 사우디에게 힘이 되는 준우방을 안겨준 것이나 다름이 없으며, 서아시아 질서가 사우디가 주도하는 가운데 이란과의 대결 구도가 지속될 것이 유력한 만큼, 미국이 사우디에게 많은 무기 판매에 나설 것으로 짐작된다.
이번 수교로 이란은 더 큰 외교적 고립과 마주한 셈이다. 수니 국가와 이스라엘이 수교한 것만으로도 이란에게는 큰 부담이다. 가뜩이나, 슐레이마니 장군 피습과 그 이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이란의 가장 큰 우방인 이라크가 사실상 미국령이 된 가운데 이란을 둘러싼 많은 국가들이 사실상 사우디와 궤를 같이 하고 있어 외교를 통한 해법을 찾기 쉽지 않다. 미국의 JCPOA를 다시 되돌리면서 경제제재와 마주한 것도 모자라 이제 외교적인 국면에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또한, 이란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서 자유롭지 못했으며, 바이러스 단속에 실패했다. 경제사회적인 부분에서 사실상 국내적으로 전멸된 상황이다. 이란으로서는 반미 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이와 함께 하는 수밖에 없으나, 현 지구촌에서 미국의 질서를 어긋나 있는 국가는 사실상 없으며, 그나마 남아 있는 국가는 중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