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마주하고 있는 처참한 현실
2020년이 아직 넉 달이나 남았음에도 연내 벌어진 자연재해가 지나칠 정도로 많다. 어찌보면 일찌감치 대자연이 경고한 셈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이전에 있었던 일들이 작게 느껴지는 가운데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호주에서의 산불을 시작으로 연내 벌어진 재난만 하더라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연초에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됐고, 이후 연중에 전 세계로 확산됐다. 이게 다가 아니다. 한 해의 2/3이 지나는 시점에서 엄청난 폭우가 동아시아를 강타했으며, 비는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인도양에서는 일본 선박의 사고로 유출된 유류가 모리셔스 해안을 뒤덮고 있다. 심지어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는 화산에서 연기가 나고 있는 등 연내 재해가 끊이지 않고 발발되고 있다.
1. 멈추지 않았던 호주의 산불
호주에서 발발된 산불의 규모는 실로 컸다. 한반도의 무려 7배가 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호주 시민들이 일상을 잃었다. 더 무서운 점은 호주가 엄청난 자연의 손실을 입었다. 지난 1900년대 초반에 토키 페스트로 풀밭을 잃은 호주는 이번 산불로 인해 엄청난 양의 산림을 잃고 말았다. 이로 인해 많은 동식물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으며, 인류의 이기심으로 애당초 공존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나마 대자연의 보고인 호주가 화마를 피해가지 못하면서 인류는 엄청난 자산을 내놓아야 했다.
역대 최다 규모의 산불로 반년 가까이 불이 꺼지지 않은 가운데 최종적으로 진화에 나서기 쉽지 않았다. 지정학적 위기가 전혀 없는 호주였지만, 역으로 힘든 일이 닥쳤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뉴질랜드 정도를 제외하고는 호주에 직접 지원을 나설 국가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며, 오세아니아와 인근 아시아를 모두 고려해도 그만한 경제력을 갖추고 있는 국가가 없어서다. 단순 경제력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항공편을 통해 불을 끄는데 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설사 원조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미 끌 수 없는 수준의 산불이긴 했다.
호주 산불의 여파는 컸다. 남동아프리카에 엄청난 양의 예측되지 않은 폭우가 동반됐다. 호주 산불로 야기된 엄청난 연운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기상 충돌이 생겼고, 이동해야 했던 비구름이 아프리카를 강타한 것이다. 이는 예고에 불과했다. 남극에서는 기상 관측 이후 가장 높은 온도가 집계됐다. 지구촌에서 가장 추운 곳으로 알려진 남극에서 기온 상승이 뚜렷하게 감지되면서 지구촌이 기후변화를 피해갈 수 없음이 명약관화하게 입증됐다.
2. 세계적인 전염병 확산
전염병 확산도 도드라졌다. 지난해 말에 중국 후베이성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의 확산세는 뚜렷했다. 우한시를 지나 후베이성 전체가 마비됐으며, 이후 중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세계보건기구의 늦장 대응과 중국 정부의 안일했던 태도로 인해, 초연결 사회인 현재 모든 인류가 코로나바이러스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에서 발병하고 한국으로 확산시기를 지날 당시만 하더라도 서양인은 동양인에 대한 차별과 멸시의 시선을 아끼지 않았으나, 정작 이란과 이탈리아가 감염되면서 서방세계도 바이러스에서 안전할 수 없었음이 확인됐다.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전유럽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됐으며, 이후 유럽은 국경을 폐쇄하는 등 대대적인 조치에 나섰다. 이탈리아에는 엄청난 사망자가 속출했으며, 유럽 국가들 모두 늘어나는 사망자와 확진자 관리가 용이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취사율이 극도로 낮았던 것을 고려하면, 유럽의 대처는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바이러스 확산은 이후 미국으로 이어졌다. 미국에서는 가장 빠른 속도로 확진자가 늘었으며, 당연히 이에 따라 사망자 수도 증가했다. 100만을 돌파할 때만 하더라도 멈출 줄 알았으나 현재, 미국에는 508만 명이 넘은 이들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선진지의 전형으로 평가를 받던 서방사회가 바이러스 단속에 실패하면서 졸지에 한국이 보건방역에서 선진국으로 급부상했으나, 엄청난 경제사회적 피해를 입었던 만큼, 선진국으로 거론되는 것이 무의미했다. 많은 이들의 일상을 바꿔놓았으며, 사회 지형까지 바꿔놓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유럽과 미국에 확산되는 동안 한국은 이전처럼 양성 판정이 나오지 않고 있어 성공적으로 바이러스 확산시기를 지나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졸지에 지구촌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가 됐다. 하지만, 아직 바이러스가 사라진 것이 아닌 만큼, 모두가 바이러스 감염을 경계하고 조심해야 하는 것은 아직도 여전하다.
3. 한국에 계속된 폭우
바이러스 정국이 채 끝나지도 않은 가운데 많은 비가 동북아시아에 집중됐다. 특히 중국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댐의 용수량이 초과하는 등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졌다. 일본도 엄청난 양의 비구름을 피해가지 못한 가운데 한국은 그나마 안전하게 여겨졌다. 공교롭게도 늘, 크나 큰 태풍을 피해가곤 해서였을까, 이번에도 많은 비가 내리지 않을 것으로 예견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에는 늦장마가 기승을 부렸다. 201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에서 장마는 많은 비가 집중되는 시기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좀처럼 비가 오지 않고, 오히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일쑤였으나 금년에는 확연하게 달랐다. 내리기 시작한 비는 7월 말부터 강우가 집중된 부산만 하더라도 사실상 3주 사이에 무려 20일 동안 비가 내렸으며, 특정 1주일 동안 계속된 강우로 인해 일대가 잠기고 말았다. 부산은 6~7년 마다 한 번씩 많은 비가 동반되지만, 이처럼 많은 피해가 나온 것은 10년 만에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
부산에만 비가 온 것이 아니다. 한 주 지나 대정과 충청권을 강타하더니 이후 서울과 경기도까지 이내 빗물에 잠기게 만들었다. 2000년대를 강타했던 태풍 루사와 매미급의 태풍이 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장마로 인해 전국이 물에 잠긴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기단이 한반도 상공에 오래 머무르면서 강우가 꾸준하게 이어졌고, 이로 인해 한국의 주요 도시들이 빗물의 범람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나 서울에는 많은 도로 통제로 인해 엄청난 교통 체증이 야기됐으며, 부산과 대전에는 많은 이들이 비로 인해 피해를 입어야 했다.
심지어 호남에도 비는 계속됐고, 지붕까지 물이 차는 등 비가 끊이지 않았다. 인근 주변 도시들이 모두 잠긴 가운데 엄청난 피해가 동반됐다. 전국을 통틀어 인명 피해가 많았던 것도 뼈아팠다. 특히나 호남에는 농업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임을 고려하면 이번 폭우로 인해 안게 된 피해는 여느 지역보다 클 것으로 짐작된다. 바이러스 확산으로 지역 경제가 최소 1~2개월 정도 마비된 가운데 잇다른 비 피해가 이어진 부분은 실로 뼈아프게 다가온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기단의 충돌을 꼽을 수도 있지만, 시베리아 동부에서 야기된 산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호주 산불과 남극 기온 상승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북극에서도 이미 지난 2018년에 한대 기후인 스웨덴에서 엄청난 양의 산림이 산불로 유실된 것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이번 시베리아 산불은 스웨덴 산불과 비견할 만하며, 이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기압골이 종전과 달리 동북아 상단에서 충돌해 머무르게 하는데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장마 전선이 꾸준히 동북아에 상주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강우로 한국이 많은 피해를 입은 셈이다.
4. 모리셔스에 유출된 기름
일본 선박은 인도양의 보석을 일제히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물자를 이동하는 선박에서 기름이 새기 시작했으며, 이내 모리셔서 주변 영해는 기름으로 뒤덮여야 했다. 모리셔스는 아프리카 최대 도서국가인 마다가스카르 동쪽에 위치한 국가로 인도양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몰디브, 세이셸과 함께 손꼽히는 관광지로 괜히 보석으로 불리는 곳이 아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관광업이 일제히 중단되면서 엄청난 국가적인 충격과 마주해야 했던 모리셔스는 기름 유출로 인해 이중고를 겪게 됐다.
모리셔스도 지리적인 위치를 고려할 때 다른 국가의 도움을 받기 쉽지 않다. 마다가스카르는 곤궁한 국가 중 하나이며, 다른 섬나라도 유류 사고를 도와줄 사회적인 여력이 갖춰지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몰디브는 인도와 가까운 탓에 지나치게 멀며, 세이셀과 프랑스의 도서지역(레위니옹, 마요트)도 직접적인 지원이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코모로도 마찬가지다. 결국, 일본이 결자해지해야 하나 얼마나 주도적으로 이번 사태 수습에 나설지는 지켜봐야 한다. 일본 정부 주도로 지원 인력이 급파되더라도 거리가 워낙에 먼 것을 고려하면, 파견되는 되만 수일이 걸릴 예정이며, 코로나 시국이라 시간은 더 소요될 전망이다.
5. 인도네시아 화산 분화
화산이 폭발한 것은 아니지만,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 화산이 분화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많은 연운이 발생했으며, 화산재까지 나와 지역민들이 피해를 입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도 화산이 많이 자리한 국가 중 하나로 화산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나마 화산이 폭발해 용암이 분출한 것이 아니지만, 분화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도네시아에는 비상령이 내려져야 했다. 심할 경우, 수년 전 아이슬란드 화산 사태와 비슷할 수도 있었으나. 현재의 상황은 그 정도로 심각하진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