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vs 트럼프

확연하게 다른 전직-현직 미 대통령

by Jason Lee
캡처.png 극과 극

버락 오바마(Barrack H. Obama)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Donald J. Trump) 대통령의 색깔은 확실하게 다르다. 인종부터 살아온 이력까지 모든 것이 다르다. 오바마 대통령은 수단 출신인 부친의 아들로 태어났고, 피부색으로 판단하는 것은 온당치 않지만, 미 정치에서 비주류인 흑인이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부호 가문에서 자라 최고 기업경영자로 성장했다. 둘의 성장 과정은 가난한 흑인의 아들과 부유한 백인의 아들로 완벽하게 다르다.


언론을 대하는 태도부터 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모든 것이 같지 않다. 국제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했을 때, 브렉시트를 언급한다던가 영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다소 결례를 저질렀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외교적 절차와 순서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에서 보스니아 & 헤르체고비나 대통령을 밀치고 나오는 장면부터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다른 직원들과 손을 맞대는 것(Fist Bumps)까지 보면, 두 인물들이 평소 다른 이들을 어떻게 대해왔는지도 잘 알 수 있다.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의 과정은 말할 필요도 없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전형적인 정치인으로 다가갔다. 하원 의원과 상원 의원을 거쳤고, 조지 부시 대통령과 맞설 민주당 후보로 앨 고어 전 의원이 대통령 후보가 되자 그를 지지하는 연설을 펼치면서 본격적인 전국구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전하는 간결한 메시지와 확신에 찬 어조는 많은 이들을 매료시켰고, 이는 부시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대통령이 되는데 결정적인 촉매제 역할을 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소 무소불위의 느낌을 풍겼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정치인으로 깔끔하면서도 민주주의자로 이름을 다져가고 있는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인 시절부터 방송 진행을 통해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였는가 하면, WWE(미 프로레슬링)에 직접 나서 상대를 넘어트리는 등 재기발랄(?)하면서도 엉뚱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본인의 기업을 확실하게 일으켜 세웠고,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있다지만,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실력과 역량을 통해 보다 다 많은 재산을 손에 넣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셸 오바마 여사를 만나 꾸준히 가정을 유지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현 부인인 멜리니아 트럼프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세 번째 부인다. 두 번의 결혼을 통해 이혼을 한 트럼프 대통령은 멜라니아 여사를 만나 지금의 가정을 꾸렸다. 이는 대통령이 된 후에도 드러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자녀들이 어린 탓도 있었지만, 당연히 일선 정치에서 역할을 할 수도 없었고, 할 일도 없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에게 백악관 선임 고문직을 안겼다. 이방카는 미국의 주이스라엘 대사를 옮길 때도, 평창 올림픽 때도 각각 이스라엘과 한국을 찾아 백악관 고문으로서의 역할을 했다.


이처럼 두 인물은 걸어온 길이 완벽하게 다르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인정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들을 제외한 인종들과 거리를 두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하나가 친 유대정책이며, 다른 하나는 오바마의 정책을 모두 뒤집었기 때문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이란핵협정과 북미관계 개선 및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고, 또 미국 우선주의에 기초했을 때 손해라고 여긴 탓이다. 이에 북미자유무역협정을 재출범했으며, 한미자유무역협정도 개정했다. 무엇보다 미중관계의 서열을 확실하게 정리하는 등 오바마 대통령과는 확실히 결이 다른 결단과 결정으로 국제사회를 좌우하고 있다.


반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외치보다는 내치에 신경썼다. 민주주의자답게 항상 절차를 중시했으며, 과정을 통한 입법과 의회 설득 등을 통해 제한적 의료보험(일명 오바마케어)을 미 헌정 사상 처음으로 도입했다. 대외적으로는 부시 행정부 때 치른 전쟁을 발빠르게 종식시키고자 했다. 미 재정에 큰 부담이 되는 만큼 이라크 전쟁 종식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군을 서둘렀다.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면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냈으며, 이를 발판 삼아 미 정부 재정을 이전보다 탄탄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오바마 행정부 때 쌓은 재정적 여력을 바탕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공격적으로 국제정치적 행보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흑인들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평가를 받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지구촌을 살아가는 이들 중 상당수가 존경을 표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잘 구현한 정치인인데다 확실한 연설을 통해 대중을 잘 휘어잡았기 때문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소 독불장군식의 결정으로 많은 이들의 비난과 맞닥들이고 있으며, 자신이 악역이 되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 일예로 라틴아메리카에서 촉발된 난민 문제를 두고 오바마 대통령은 사회적 비용 증가를 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 건설을 통한 내부 위험도를 줄이는 것을 우선시 했다. 둘의 색깔이 얼마나 다른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즉, 국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오바마 대통령은 상당히 훌륭했던 지도자로 손꼽힌다. 단, 한반도에는 예외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보다는 서아시아 철군에 집중했으며, 중국의 부상과 북핵 위협에 제대로 된 대응책을 꺼내놓지 못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훌륭하지 않은 지도자로 거론된다. 마찬가지로 한반도에는 예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났으며, 핵 위기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성격과 행보만으로도 충분히 대척점에 있는 두 인물이 한반도 문제를 두고서도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적극 개입하고 있는 것은 가장 먼저 북한의 핵기술이 완성에 다다랐거나 완성했기 때문이며, 두 번째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조율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서아시아 정세를 안정화시키면서 미 정부 재정 확충을 위해 빠른 철군과 이란 핵 협정을 매듭지었다. 이란의 핵 동결을 통해 일단은 안정화를 우선시 했다. 그리고 동북아를 집중할려는 찰나에 이미 임기가 만료됐다. 이를 이어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동북아를 적극 조망하며 중국과 북한을 대하고 있다. 반대로 이란 핵 협정을 파기하면서 잘못된 협정이라 말하면서, 이란 핵 협정에서 탈퇴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부상과 북핵 문제가 화두인 동북아 문제 해결을 위해 두 가지를 택했다. 일본의 재무장화와 한미일 군사정보교류였다. 둘 모두 약소국은 한국에게 취약한 것이다. 미국 내 민주당 지지자인 입장에서는 미국도 과거에 일본은 물론 베트남과 적국이었지만, 지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과거에서 탈피해 새로운 관계를 모색해 갈 필요가 있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 입장에서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 당연히 일본이 미국을 대하는 것과 한국을 바라보는 것이 극명하게 다르기 때문이다(다를 수밖에 없는 바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등을 떠밀었고, 이로 인해 위안부 문제가 어쩔 수 없이 (국제정치적 논리에 의해) 타결된 부분이 있다. 그리고 한반도에 대중 견제를 위해 사드를 배치했다.


그 결과, 한국이 모든 피해를 떠안았다. 박근혜 행정부가 피해자분들을 찾아 뵙고 당시의 상황을 소상하게 설명하고, 이후 조처를 말하지 않은 부분도 아쉽다. 뿐만 아니라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 과정과 절차는 물론 설명 하나 없었던 부분도 안타까웠다(과연 어느 누가 사드 배치를 찬성했을지 의문이지만). 일본은 더 한국과의 발언에 강경한 면모를 보였고, 중국은 한국과의 모든 통상 교역을 전면 금지시켰다. 한국이 정치경제적인 손해를 모두 입었다. 그 사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히로시마를 찾아 원폭 피해를 입은 모든 이들을 위한 사과의 말을 건넸다. 그 사이 한국은 사실상 쑥대밭이 됐다. 종합해 보면, 오바마 행정부의 국제정치적 논리에 의해 모든 피해는 한국이 떠안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2016년 대선 당시 한국에서도 힐러리 클린턴 당시 후보를 지지하는 인사가 더 많았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지지는 우측에 위치한 소수가 전부였다. 그러나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우파가 싫어하는 대북 정책을 통해 북한 문제를 접근하고 있으며, 다시 말해 그 동안 북한을 거론하면 빨갱이라고 했던 한국 내 우파의 논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도 종북주의자로 분간이 가능한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를 다시 해석하면, 반북주의자면서 친미를 넘어 종미주의자인 국내 특정 우파 집단은 트럼프 대통령을 빨갱이로 만들고 있으면서 미국을 부정하는 자신들의 논리적 함정에 빠진 셈이다. 그러니 답이 없을 수밖에 없으며, 논평을 보면 논점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 아직은 멀었지만, 금년 말이면 다시 미국도 대선 체제로 돌입하며 각 정당이 모두 후보 만들기에 돌입하게 된다. 전 세계 대다수, 특히 미국과 한 배를 타고 있지 않거나 다소 애매한 위치에 있는 국가들은, 더더욱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다른 이의 당선을 바라거나 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를 바라고 있다. 반면, 한국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모든 이들이 2020 미 대선을 바라보고 있겠지만, 한반도 문제가 이전과 다른 국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국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는 이도 상당할 것으로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2019. 5. 7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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