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 지역 대국의 본격적인 충돌
중국이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오히려 미국의 압박이 거세고, 미국이 우방과 맹방을 통해 반중국 전선구축에 나선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반대로, 그간 주변국에 포용적이지 않았던 결과(미국이 그리 포용적이었다는 뜻은 아니다)의 반로이기도 하다. 이미, 인도와 국경 문제로 소규모 충돌을 이어갔던 중국은 인도와의 부딪힘에 앞서 이미 호주와 대립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중국과 호주의 충돌은 이미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호주는 미국, 뉴질랜드와 함께 지정학적 함정에 빠져 있지 않은 국가이기도 하다. 호주산불에서 드러났듯이 오히려 도와줄 마땅한 이웃이 없을 정도로 주변국들로 압박을 받을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 오히려 주변 도서 국가들을 지원하는 등 호주가 선진국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중국의 팽창이 가속화되면서 입장이 달라지기 시작했으며, 호주 사회 내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차가웠던 만큼, 이는 이내 마주할 수 없는 결과이기도 하다.
우선, 중국이 호주 주변의 섬을 조차하기 시작했다. 일대일로 연선국들의 항구를 장기간 양여하기로 한 것과는 별개로 호주 주변의 도서 지역에 항만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차관을 제공하는 대신에 항구를 쓰겠다는 것이다. 항구를 사용하겠다는 것은 자유주의적인 관점에서 보면 무역과 이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지만, 현실주의적으로 보면 냉정하게 군항으로 쓰일 여지가 많으며, 이를 통해 호주 인근까지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뜻이다. 이미, 중국이 일대일로 구상을 드러냈고, 이후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사하면서 서태평양에서 미중 충돌은 불가피했다. 더군다나, 중국이 주장하는 해상 안전선(그 중에서도 제 2도련선)을 보면,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이 불만을 드러낼 만하다.
호주는 중국의 팽창에서 예외적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아시아를 넘어 오세아니아까지 발을 뻗치고 있다. 솔로몬 제도 주변, 파푸아뉴기니 등 친호주 국가들에 중국이 진출하기 시작했으며, 주로 항만을 사용하기로 하면서 호주도 입장이 달라졌다. 최근, 호주는 한국산 K-9 자주포를 직접 구입하는 등 한국으로부터 많은 무기를 구입하기로 했다. 이는 두 가지 이유로, 먼저, 미국산을 매입하면 호주도 심각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뜻으로 위기의 경중을 보여주는 뜻이기도 하다. 이어, 한국산이 미국산보다 가격 경쟁에서 우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산 자주포 구입을 통해 중국의 팽창에 일정 부분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팽창은 그리 결정적인 사안은 아니었다. 치명적인 이유는 바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었다. 호주는 코로나바이러스 창궐이 중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확산된 이후 중국인에 대한 검색을 보다 확실하게 진행했다. 한국적 관리와는 다른 실질적으로 봉쇄조취를 벌인 셈이다. 호주가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중국은 호주와의 교역에서 무역 제재를 단행하기로 했다. 호주도 중국발 무역 의존도가 상당한 국가다. 중국발 제재가 시행되면서 호주도 더는 친중적인 입장을 유지할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바이러스로 인해 호주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현재, 호주는 지난 7월에 대한민국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G7 정상회담에 초청된 상황이다. 호주는 경제력이 상당한데다 미국과 혈맹으로 G7 확대에 초청받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그러나 영국이 소속되어 있는데다 아직 호주는 영국을 외교적 형으로 대접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굳이 가입할 이유가 없기도 했다. 그러나 호주도 최종적으로 응할 경우, 서방사회의 결집이 보다 심화될 예정이다. 미국을 필두로 하는 5개 혈맹집단(Five Eyes)의 대국 중 하나인 호주가지 들어설 경우, 해당 집단에서 뉴질랜드만 제외한 채 G7 확장에 합류하게 되는 셈이다.
반대로, 중국의 외교전략을 보면, 여전히 좁디 좁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인관계로 치면, 조언(은 함부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을 했다는 이유로 등을 돌린 이후 연락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역으로 미국이 공세적인 입장을 취할 때, 해당 연결관계를 약하게 만들고자 노력하는 것이 순서일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어렵다면, 단기적으로 연결고리를 약하게 만들면서 장기적으로는 대응할 시간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이후, 호주 주변으로의 진출은 고려하지 않은 채 분노만 일삼고 있는 셈이다.
즉, 중국 외교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대내적인 입장이야 당의 질서에 굴종해야 하지만, 대외적인 입장은 엄연히 다르다. 중국이 맞서야 하는 대국은 모두 민주주의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최대한 설득하고자 했어야 했다. 물론, 중국이 호주를 (사드 배치 때 한국을 바라봤듯이) 대국으로 생각하지 않은 것이기도 하며, 외교적 상수로 고려하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호주는 미국이 주도하는 주요 4개국 모임(미국, 일본, 호주, 인도)까지 더해 명확한 적수인 만큼, 아예 배제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미국의 압박이 상당히 거센 가운데 인도와도 충돌한 것을 고려하면 호주와의 관계는 반대로 풀어나갈 여지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은 호주를 미국이나 인도대하듯이 바라보고 있으며, 호주도 이에 강하게 격분해 미국과 인도의 입장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상당한 경제력을 갖춘 호주도 미군처럼 주변 군사 배치에 동참한다면, 반대로 중국이 마주하게 되는 부담은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리하면, 중국이 미국과 동조하는 세력과 본격적인 대립을 알린 것이며, 어김없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적을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