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원지간인 중국과 대만의 외교전
중국과 대만의 대립은 청 왕조가 멸망한 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간단하게 언급하면 중국 대륙에서 공산당과 국민당이 대립하고 있었으며, 국민당이 점하고 있던 우위를 놓치게 되면서 국민당은 대만으로 향했다. 국민당이 민주주의를 고수하고 있었으나 장지에스의 실질적인 1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결국은 권위주의 구축 이후에 공산당은 사회주의, 국민당은 자본주의를 주장한 셈이며, 종국에는 공산당의 마오쩌둥 총서기와 국민당의 장 주석이 대립한 결과인 셈이다. 이후, 국민당은 명대에 정성공이 이동한 후 처음으로 대륙에서 대만섬으로 이동했으며, 이는 중국과 대만의 대립으로 이어졌다. 당시 국민당 정부가 이끌던 중화민국(현 대만)은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었으나, 대내적인 대결에서 밀렸고, 섬으로 밀려나게 되면서 국제사회에서 힘을 잃었다. 이후 중국(중화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중화민국의 자리를 대신하면서 중화민국은 국제연합에서 강제 탈퇴처리됐다.
중국과 대만의 대립은 이념 간 대립이기도 하지만 역사와 이후 교육된 체제 간 대립이기도 하다. 이에 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양안관계(兩岸關係, Cross-Strait Relations)라고 명명하며, 공산당이 본격적으로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면서 대만의 존재를 부정해왔다. 이에, 현재 대만은 국제법적 지위에 근거해 국가(State) 아닌 경제체제(Economy)로 분류되고 있으며, 법적 지위로 인해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만큼, 외교 관계도 협소하고 당연히 경제적으로 녹록치 않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 아시아적 자본주의의 발현으로 80년대 후반부터 아시아의 네 호랑이(한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로 분류되기도 했으나, 이후 냉전의 붕괴로 인해 서로 간 외교 관계가 수립되면서 많은 국가들이 대만과의 외교를 단절했다. 장쩌민 주석 때 들어 중국의 강공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이로 인해 대만은 외교적으로 고립된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이 등장했고, 대만에서 국민당의 수장인 마잉주가 대만의 실권자가 되면서 양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갖기도 했다. 이는 대만 경제가 취약했던 만큼, 이웃인 중국의 부상에 편승하겠다는 의도이기도 했다. 이어 인적, 물적 교류가 원활하게 진행됐으나 중국 노동력의 대만 진입과 대만 경제의 부진으로 인해 정작 대만내 일자리가 줄어들게 됐고, 대만 민심은 곧바로 정권교체를 택했다. 민주진보당(이하 민진당)의 현 차이잉원 총통이 부임하면서, 강한 반중 외교 노선을 고수했다. 대만의 이권을 지키기 위함이기도 했으며, 반대로 시 주석이 주장하는 강한 중국에 맞설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이 특별행정구역인 홍콩을 사실상 강제로 복속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차이 총통이 대만에서 갖는 명분은 더욱 공고해졌다. 동시에, 그녀는 지난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외부적으로는 미중관계가 경색으로 치닫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부임하기 전에 차이 총통과 전화통화한 것이 알려지면서 양안관계의 새로운 국면이 도래했다(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결례나 수순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반중 기조가 담긴 행보로 해석하는 것이 훨씬 더 맞았으나 그리 분석한 곳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간 미국은 대만이 국제연합에서 탈퇴된 이후에도 직접적으로 관계를 알리지 않았다. 정상회담도 진행하지 않았다. 간단한 실무진간 회담과 무기 판매에 나섰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압박이 우선이었던 만큼 대만과의 대면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에 중국정부는 격분했으나, 미국에 이렇다 할 대응을 내놓지 못했다. 심지어, 코로나바이러스 창궐 이후, 대만의 경제는 더 악화됐으나 외교적으로 미국의 움직임이 동반되고 있어 힘을 얻고 있으며, 중국공산당의 홍콩자치정부에 대한 탄압이 지속되면서 홍콩시민들이 대만으로 이민을 택하면서 정치사회적인 국면에서 대만이 그간 불리하기만 했던 여론을 일정 부분 뒤집었다.
물론, 여전히 중국이 표방하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기치 아래 중국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오히려 대만이 중국과 거듭 대립하고 있고, 강경 노선을 고집하면서 중국은 어김없이 대만에 사실상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대만경제는 이전보다 어찌보면 더 곤궁해 진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의 압제적인 정치력에 굴복하지 않고 있으며, 대만 시민들든 중국보다는 대만을 택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군사 충돌와 외교전을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대립한다면 어김없이 중국이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밖에 없지만, 대만은 끝까지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난다면 중국이 금세 승리를 장담할 수 있으나 다른 국가들의 참전이 야기된다면, 부담스러운 만큼 중국도 전쟁은 피하고 있는 셈이다. 후진타오 전 주석 당시 경제가 본격적으로 도약될 당시에도 정작 중국은 대만을 크게 신경쓰지 않았으며, 고려할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중관계가 악화일로로 전개되고 있고,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라는 엄청난 미증유의 사태를 맞아 동북아에서 중국을 대하는 국가들의 외교가 급변했다. 크게 미국의 주도가 결정적이며, 이어 일본의 편승까지 동반되면서 미국의 압작이 거세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7월 말에 가진 발표를 통해 시 주석을 직접 언급, 겨냥했을 정도로 수위를 높였다(장관이 타국 정상을 직접 부정적인 사안에 거론했다는 것만으로도 외교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우며, 반대로 미국이 지닌 힘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 공공연하게 코로나바이러스 책임에서 중국을 거론하던 트럼프 대통령도 국제연합총회가 바이러스 전염으로 인해 열리지 않았지만, 백악관에서 가진 연설로 중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와 달리 미국이 중국때리기에 대대적으로 나서면서 대만도 정치외교적으로 숨 쉴 틈을 확보했다. 그간 중국은 대만이 국제연합에서 쫓겨난 이후 중국과 국교를 맺기 위해서는 대만과의 외교 단절을 우선으로 거론했다. 북방 외교 시대가 열린 이후 일본이 가장 먼저 손절했으며, 한국은 뒤늦게 눈치를 보다 마지막으로 단교를 택했다. 그런데도 대만은 친일과 반한의 민심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을 향해 강도 높게 비난했다. 1990년대 초반에는 일본에게 큰 비판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을 정도로 대만의 반한 감정은 상당했다. 이후 중국이 엄청난 성장을 동반한 이후 많은 국가들이 대만과 외교를 끊었다. 이는, 중국과 국교 수립을 뜻하며 외교무대에서 대만의 고립은 가속화됐다. 그나마 오세아니아의 도서 국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 손을 잡았으나 최근에는 이마저도 중국이 손을 대면서 대만은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지구촌에서 대만과 외교 관계를 수립한 곳은 17개국이며, 최근 솔로몬제도가 단교하면서 그 수는 더 줄었다.
하지만, 미중 대립에 힘입어 대만의 현 국민당 정부는 큰 힘을 얻고 있으며, 외교전에서 명분도 일정부분 회복해가고 있다. 대만은 코로나바이러스도 잘 관리하면서(이동과 무역이 잦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사회적 부담을 줄였고, 이를 통해 정상국가는 아니지만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조금씩 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존재하는 한 대만은 여전히 국제무대에 설 수 없으며, 대만섬으로 이동하고 UN에서 탈퇴된 이후 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더라도 국기 게양과 국가 연주가 불가한 상황이다. 반대로, 중국이 경제발전하기에 앞서 얼마나 대만에 대한 압박 강도가 심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며, 국제사회도 안전보장이사회의 핵심인 중국의 의도를 반영할 수밖에 없는 냉정하고도 냉혹한 현실의 결과이기도 하다.
실질적으로 양안관계는 여전히 중국이 월등한 우위를 점하고 있어 변수를 찾는 것조차 어려우며,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대만의 존재로 인해 미국의 대중 압박이 힘을 받을 여지는 있다. 대만이 버티고 있어 동중국해가 오롯하게 중국의 영토로 분류되지 않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국가가 아니지만, 일본, 대만, 필리핀 등이 모두 적극적 친미를 고수하고 있어 중구의 해양 진출을 막을 수 있으며, 오키나와에 주둔한 미군까지 더해 중국의 해양진출 및 팽창을 아주 적극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 그나마 예외가 남중국해 팽창을 막지 못한 것이었으나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따르면, 남중국해 점유가 이미 불법임을 공지했으며, 직접 침입 및 소유권 분쟁으로 더는 몰고가지 못하겠지만, 미국이 독보적인 군사력과 외교전을 통해 더 이상의 중국 팽창은 없을 것이라 못을 박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즉, 대만이 선택지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중국이 주변국과 관계가 여전히 온전치 않다는 데 있다. 중국의 이웃들이 중국과의 관계가 잠시 소원해지더라도 궁극적으로 이들이 대만과 다시 국교를 수립하고, 더 나아가 대만이 국가로 인정받을 일이 일어날 일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중국이 일본, 호주, 인도와 모두 강도 높게 대립하고 있는 것을 보면, 대만이 작은 가능성을 찾을 여지는 없다고 보긴 어렵다(현실적으로 여전히 불가능한 사안이다). 서방과 중국의 대립이 가속화되는 것만으로도 대만은 외교전에서 적어도 그간 존재감이 없었던 시기를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다는데 의미가 있으며, 이는 향후 중국에게 또 다른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 만약, 대만에 미국을 비롯한 서양진영의 군대 배치가 이뤄진다면, 중국의 제 3의 도시인 광저우와 경제개발의 상징이 된 모든 연안 도시들이 미 사정권에 돌입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되기 때문이다.